[단독]한동훈 압색하려던 한동수..尹 '기다려라' 했으나 5일뒤 감찰 개시
이에 대해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사건과 관련한 녹취록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라며 기다려보자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대검은 MBC와 채널A에 녹음파일·촬영물 등 관련 자료를 제출해 달라는 협조요청 공문을 보낸 상황이었다.
한 부장은 이로부터 5일 뒤인 4월7일 윤 총장에게 ‘성명 불상의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겠다’고 문자메시지로 보고했다. 이때 한 부장은 감찰과 수사를 동시에 진행해 한동훈 당시 부산고검 차장검사(검사장) 등을 압수수색하려는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윤 총장이 대검 인권부의 진상 조사가 우선이라는 취지로 감찰을 중지시키면서 한 부장은 감찰을 진행하지 못했다.
결정문에 따르면 지난 4월2일 법무부는 대검 감찰부에 채널A 사건에 대한 진상 확인을 지시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자 한 부장은 당일 윤 총장에게 법무부 장관의 지시 사실을 보고하면서 감찰을 개시하겠다고 했다. 윤 총장은 대검 인권부에서 MBC와 채널A로부터 녹취록을 받아 분석한 후 감찰 사안이면 감찰부로 넘겨주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5일 후인 4월7일 16시15분경 한 부장은 병가 중이던 윤 총장에게 ‘성명 불상의 검찰 고위 관계자에 대한 감찰을 개시하겠다’는 취지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당시 대검 감찰부는 사건 번호도 부여하여 정식으로 감찰에 착수했다고 한다. 특히 한 검사장 등의 증거인멸을 방지하기 위해 감찰과 수사를 동시에 진행함으로써 한 검사장이 관리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증거 자료를 신속히 확보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한 부장은 이런 상황에 좌절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 부장은 지난 11월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총장에 감찰 개시 보고를 하였는데 그 다음날 새벽 누군가의 유출 내지 탐지에 따라 조선일보에 개시 사실이 처음 보도되고 총장의 인권부 배당, 감찰 중단 지시에 따라 더이상 감찰 진행을 하지 못하였던 아픈 기억이 다시금 떠올랐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윤 총장 측은 4월2일 한 부장이 감찰을 개시하겠다고 하자 ‘감찰의 방법과 주체 등에 관해 연구해서 보고하라’는 취지로 지시했다고 주장한다. 또 4월6일에는 윤 총장이 한 부장에게 ‘녹취록 파일이 올 때까지 좀 기다리라. 앞서 보고하란 것은 왜 하지 않느냐.’고 질책하는 내용의 메모도 내려보냈다고 한다.
본지는 한 부장에게 당시 어떤 보고와 대답이 오갔는지 질의했으나 답장이 오지 않았다.
이런 판단은 감찰본부장은 감찰 사건에 관한 감찰 개시 사실과 그 결과만을 신청인에게 보고하고 독립적으로 감찰 업무를 수행하며, 검찰총장은 ‘감찰본부장의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거나 직무의 범위를 벗어난 경우’가 아닌 이상 그 직무수행을 중단시킬 수 없다는 규정에 근거한다. 이는 ‘대검찰청 감찰본부 설치 및 운영 규정’ 제4조 제1항, 제2항의 내용이다. 즉 감찰을 중단시키려면 조치가 현저히 부당하다는 이유가 있었어야 하는데, 윤 총장의 지시는 그러한 이유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봤다.
중요 감찰 사건의 경우 대검 감찰위원회나 소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있는데 당시 한 부장은 이 심의를 거치지 않고 감찰을 개시했다는 이유에서다. ‘대검찰청 감찰위원회 운영 규정’ 제2조의3 에서는 ‘대검찰청 감찰부장은 중요 감찰사건에 대하여는 위원회 또는 소위원회에 사건 심의를 의무적으로 회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법원은 “신청인(윤 총장)은 한동수가 신청인으로부터 감찰 개시에 대한 승인을 받지 않고 대검 감찰위원회의 심의도 거치지 않은 점을 이유로 감찰 개시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판단하였던 것으로 보인다”며 “신청인이 감찰 활동 중단 지시를 내릴 때 ‘감찰부가 감찰을 개시하였다면’이라는 단서를 단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쟁점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본안 재판인 윤 총장 징계 처분 취소 소송에서 내려질 전망이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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