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수·기계공·광부 입던 '작업복'이 뜬다

김성윤 음식전문기자 2020. 12. 2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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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주말] 멋과 실용성 겸비한 '워크웨어' 인기

직장인 김현경(37)씨는 얼마 전 남편에게 트러커 재킷(trucker jacket)을 사 입혔다. 트러커 재킷이란 20세기 초 미국 트럭 운전사들이 유니폼으로 입던 옷. 김씨는 “자영업 하는 남편은 바깥 활동이 많아 재킷은 불편하다며 야상(야전상의)을 주로 입고 다니는데, 거래처 대표를 만날 때는 너무 격식을 갖추지 않은 듯해서 고민하다가 트러커 재킷을 발견했다”며 “이번 구매한 트러커 재킷은 활동하기 편하면서도 정장스러워서 남편이 좋아한다”고 했다.

'일 구스또 델 씨뇨레' 브랜드의 트러커 재킷과 워크셔츠. 정장 바지와 함께 입으면 편하면서도 격식을 차린 듯 멋스럽다./양수열 영상미디어 기자

멋과 실용성을 두루 갖춘 워크웨어(workwear)가 떴다. 워크웨어란 원래 19세기 말~20세기 초 공장 노동자·목수·벌목공·건설현장 근로자·운전기사·선원 등 육체노동을 하는 이들이 입던 작업복이다. 최근 패션·의류 업계에서 워크웨어는 이러한 작업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큼직한 단추, 주머니 여러 개 등 작업복의 디테일을 디자인 요소로 활용한 의류를 말한다.

사실 작업복이 일상복 영역으로 들어온 지는 꽤 오래됐다. 청바지가 가장 대표적 사례. 청바지는 원래 1870년대 초 리바이 스트라우스가 미국 서부 금광 광부들에게 팔기 위해 잘 찢어지지 않는 데님을 소재로 사용하고 접합 부위가 쉬 터지지 않게 금속 리벳(rivet·대갈못)을 박아 만든 작업복이다. 이 밖에도 영국 선원들이 바다에서 작업할 때 입던 피코트, 벌목공들이 신던 부츠 등 다양한 작업용 의류가 일상복으로 활용돼 왔다.

워크웨어는 코로나 사태 이후 더욱 빠르고 광범위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패션 컨설턴트·칼럼니스트 이헌씨는”재택근무가 늘면서 편안한 옷을 추구하지만, 그래도 스타일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들이 워크웨어를 선택하는 것 같다”고 했다. “워크웨어는 본래 제복(유니폼)으로 출발한 경우가 많아서 편하지만 정장처럼 틀이 잡힌 느낌이 들어요. 장갑 낀 손으로도 쉽게 풀 수 있도록 커다랗게 만든 단추나, 땀에 젖은 목수건이 나풀거리지 않게 고정해주는 친스트랩(chin strap·턱끈) 등 디테일이 많기 때문에 더욱 정장처럼 보이죠. 게다가 캠핑 등 아웃도어 활동이나 가드닝(정원 가꾸기) 등 취미 생활하는 이들이 늘면서 이러한 활동에 어울리는 워크웨어가 더욱 사랑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패션·의류업체들도 잇따라 워크웨어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코오롱FnC는 지난 9월 ‘볼디스트’를 선보였다. 목수·가구 제작자 등 실제 건축·건설 분야에서 일하는 전문가들과 함께 이들이 요구하는 기능성과 편리함을 갖춘 워크재킷·워크베스트·워크셔츠·워크팬츠 등을 내놓았다. 방탄복에 사용될 만큼 내구성⋅내연성이 뛰어나 불에 잘 타지 않는 ‘아라미드’, 내마모성이 높아 쉬 닳지 않으며 가볍고 빨리 마르는 ‘코듀라’, 아라미드 원사를 데님에 적용해 내구성을 더욱 높인 ‘워크-데님’ 등을 소재로 사용했다. 바지(워크팬츠) 허리에는 탈부착 가능한 ‘툴 파우치 포켓’이, 조끼(워크베스트)에는 장갑을 꽂아둘 수 있는 행거와 못을 보관할 수 있도록 자석을 안에 넣었다.

코오롱이 내놓은 워크웨어 브랜드 '볼디스트'./코오롱FnC

아웃도어 의류업체 블랙야크도 올 초 ‘블랙야크 워크웨어’를 론칭했다. 안전화 중심으로 워크웨어를 일부 생산하다가 아예 워크웨어 사업군을 브랜드화했다. K2는 올가을·겨울 시즌 ‘NSAD’를 선보였다. 자동차 기계공이 입는 작업복을 스트리트 패션으로 재해석해 젊은 MZ세대를 겨냥했다.

국내에서는 워크웨어 시장이 이제 커지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대세다. 워크웨어 전문 브랜드 ‘워크맨플러스(Workman Plus)’는 일본에서 유니클로(820개)를 매장 수(855개)에서 앞질렀다. 코로나로 불황에 빠진 일본 패션 업계에서 나 홀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가 확산한 올해 4~9월 매출이 487억엔(약 517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3% 증가했다.

워크웨어를 작업복처럼 보이지 않게 멋지게 입는 ‘한 끗 차이’는 뭘까. 이헌씨는 “믹스 앤드 매치”라고 했다. 정장 바지나 셔츠 등과 함께 입으라는 것. “트러커 재킷은 밑위가 길고 주름이 잡힌 정장 바지와 함께 입으면 멋스럽게 잘 어울립니다. 막 입은 것처럼 보이지 않으면서도 편안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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