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가을이후 코로나 집단면역 가능.. 백신 안전성 문제 없어"
인수공통 전염.. 완전박멸은 힘들어
국민 60% 면역력 가져야 집단면역
변이 일어나도 백신이 가장 효과적
○ 국내 백신 확보전… 접종땐 중증 악화 막아
코로나19 사태는 언제 종식될까. 최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완전히 박멸되는 형태의 종식은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미 사람에게서 반려동물로 전염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인수 공통 전염병이란 뜻이다. 사람과 동물을 오가니 앞으로도 완벽한 통제는 불가능하다는 것.
다만 최 교수는 바이러스 걱정을 크게 하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는 단계엔 도달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의미상의 종식’이라고 표현했다. 이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게 백신이다. 최 교수는 “백신을 접종하면 1, 2주 이후에 면역력이 생긴다. 게다가 중증으로 악화하지 않아 사망률도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전체의 60% 정도가 면역력을 가지는 ‘집단 면역’이 이뤄져야 지금의 유행을 차단할 수 있다고 했다. 그 시기가 언제일까. 최 교수는 “현재 백신을 접종 중인 국가들은 내년 여름 무렵, 백신 확보가 늦은 우리나라는 내년 가을 혹은 겨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교수는 “내년 겨울이 올해 겨울과 다른 모습이기를 바란다. 다만 그때도 어느 정도의 거리 두기와 마스크 착용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백신 후유증 사례 있지만 위험하진 않아”
백신 접종이 이뤄지면서 후유증 혹은 부작용 사례도 나오고 있다. 백신의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주의할 필요는 있지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내가 접종 순서가 되면 기꺼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통 신약 개발에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걸린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은 1년도 안 돼 임상 3상을 끝냈고, 바로 출시됐다. ‘날림 개발’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최 교수는 “비상 상황이니만큼 임상시험을 진행하면서 다음 단계를 미리 준비했고, 행정 절차도 대폭 줄였기에 개발 기간이 단축된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자체를 건너뛰거나 대충 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변이가 세계 곳곳에서 확인되고 있다. 변이가 일어나면 기존 백신은 무용지물이 될까. 최 교수는 이에 대해서도 “현재까지 백신의 효과를 무용화할 만한 수준의 변이는 없었기 때문에 백신은 여전히 가장 효과가 큰 무기”라고 말했다. 설령 까다로운 변이가 일어났다 해도 이미 개발된 백신 플랫폼을 응용해 새 백신을 신속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
백신과 별도로 치료제 개발도 시급하다. 최 교수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 연구가 50여 건 진행 중이거나 승인된 상태다. 최 교수는 “다만 아직 모든 환자에게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효과가 입증된 치료제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중증 환자에 대해서는 일부 덱사메타손과 같은 스테로이드제 외에는 치료 효과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약물이 아직까지는 없다. 하지만 전망이 어둡지는 않다. 최 교수는 “항바이러스 효과를 보이는 약물과 면역조절 효과를 보이는 약물을 조합하는 방식의 치료제가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인플루엔자-대상포진 바이러스 연구 큰 성과
최근 최 교수는 코로나19 관련 연구를 많이 진행했다. 이를테면, 생활치료센터에서 환자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후각 이상을 보이는 환자의 특성은 어떤 것인지, 회복한 환자의 면역학적 특성은 어떤 것인지 등을 연구해 과학 저널에 게재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전에는 주로 백신이나 여러 감염 질환의 예방과 관리에 대한 연구를 해 왔다. 감염내과는 어느 특정 장기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인체의 모든 부위에서 감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감염내과 의사는 환자를 광범위하게 진료한다. 최 교수가 감염내과를 택한 이유다. 최 교수는 현재까지 130여 편의 논문을 냈으며, 이 중 42편은 주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신종인플루엔자 범부처 사업단에서 인플루엔자에 대한 전반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 인플루엔자로 인한 사망자는 연간 1500여 명 발생하며, 이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은 1500억 원을 넘는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는 두 질병을 모두 유발한다. 보통 수두에 걸렸을 때 항체가 생기지만 이 항체는 대상포진에 맞서지 못한다. 바이러스는 척수의 ‘신경절’ 부위에 잠복해 있다가 인체 면역력이 떨어지면 다시 활성화해 대상포진을 유발한다. 최 교수는 2008년 수도권에 거주하는 887명의 혈액을 분석해 94%가 이 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한국인 94%가 대상포진에 취약하다는 사실을 처음 밝혀낸 것.
최 교수는 2003∼200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상포진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연간 1725억 원(2007년 기준)이며 매년 14∼20%씩 비용이 증가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2000년대 중반에 항생제 내성을 가진 박테리아가 대학병원 중환자실을 중심으로 퍼진 적이 있다. 당시 최 교수는 이 유행을 막기 위해 환자 검체 채취에서부터 소독에 이르는 감염 관리 방안을 제시해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 최 교수가 말하는 면역력 개선법 |
고른 영양섭취-적절한 운동-예방접종이 해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주목받는 식품들이 있다. 바로 면역력을 높여준다는 식품들이다. 홈쇼핑에도 부쩍 이런 광고가 늘었다. 정말로 이런 식품들이 면역력을 높여줄까.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특정 음식을 먹으면 면역력이 좋아지고, 감염 질환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정 성분을 집약해 만든 기능성 식품들도 당장 면역력을 좋게 해 주지는 않는다는 것. 최 교수에 따르면 특정 세포나 물질이 몸 안에 많아진다고 해서 면역력이 반드시 개선되지는 않는다. 게다가 그런 식품이 감염 질환을 감소시킨다는 근거는 거의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면역력을 높일까. 최 교수는 ‘원칙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우선 특정 식품을 많이 먹는 것이 아니라 균형 잡힌 식생활이 중요하다.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골고루 섭취하는 게 최고의 해법이란 이야기다. 건강한 생활 습관도 필요하다. 최 교수는 적절한 수면과 운동,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했다. 만약 기저 질환이 있다면 무엇보다 그 질병부터 잘 관리해야 한다. 기저 질환이 잘 관리되지 않으면 감염 질환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그뿐만 아니라 감염 질환에 걸린 후 예후도 더 나쁘다. 최 교수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한 가지가 있다. 바로 백신이다. 자신의 연령, 기저 질환을 고려해 필요한 백신을 제때 접종하라는 것이다. |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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