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폭행 이용구 처벌 불원서, 택시기사 대신 경찰이 써줬다
경찰이 이용구 법무부 차관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 기사의 처벌불원서를 대신 써준 것으로 25일 확인됐다. 경찰은 이 처벌불원서를 근거로 이 차관 사건을 내사 종결했다.
이 차관에게 폭행을 당한 택시 기사 A씨는 사건이 발생한 뒤 사흘 후인 지난달 9일 서울 서초경찰서를 찾았다. 전날 이 차관을 만나 사과와 함께 합의금을 받은 뒤였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 기사는 경찰의 피해자 조사 요청에 “합의했는데, 꼭 가야 하느냐”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이 “진술 조서를 작성하기 위해 오셔야 된다”고 하자, 택시 기사는 서초경찰서를 방문했다.
택시 기사는 경찰에서 당시 상황을 진술하며 “(이 차관과) 합의를 했고 처벌 의사가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경찰이 “확실히 하기 위해 처벌불원서를 써야 한다”고 하자, 택시 기사는 “내가 글씨도 잘 못 쓰고, 형사가 대신 써주면 안 되느냐”고 했다는 게 경찰의 이야기다. 이에 담당 형사는 A4 용지에 이 차관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작성했고, 택시 기사가 서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 형사가 처벌불원서를 대신 써줬지만, 조서에도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택시 기사의 진술이 담겨 있고 택시 기사 본인이 직접 서명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입건하지 않고 내사 종결 처리한 뒤 그 결과를 이 차관에게 통보했다. 경찰 내사 처리 규칙에는 피내사자에게 처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알려줄 의무가 없는 내사 결과를 이 차관에게 알려준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담당 형사가 상부에 보고 없이 전결 처리해 (이 차관에게) 내사 종결 통보가 갔다. 규정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처벌불원서 대리 작성과 내사 종결 통보 등 경찰이 이 사건을 처리하며 이 차관 측에 유리하도록 과도하게 편의를 봐줬다는 지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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