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끝낸 '수사권 조정' 다시 손보겠다는 與.. "檢 직접수사권 박탈"
이낙연 "사법 정치화 위험수위 넘어"
대통령 재가 번복에 격앙된 반응, 김두관 "사법쿠데타.. 尹 탄핵해야"
尹징계 실패하자 '의석의 힘' 매달려
문재인 대통령은 “법원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국민에게 사과했지만, 이런 문 대통령을 대신해 여당 수장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사법의 정치화가 위험 수위를 넘었다는 탄식이 들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 대신 집권 여당이 대척점에 서겠다는 의미다. 민주당 일각에선 ‘사법 쿠데타’, ‘일개 재판부의 대통령 흔들기’라는 공격과 함께 “이제 남은 방법은 윤 총장 탄핵밖에 없다”는 거친 주장도 나와 논란을 낳고 있다. 민주당 지도부는 ‘슈퍼 여당’의 힘을 앞세워 검찰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해 아예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거둬들이는 구상을 내놨다.
○ 文 사과했지만 與선 “검찰개혁 안 하면 대통령 안전 보장 못해”
청와대의 침묵은 법원의 결정이 나온 24일에 이어 성탄절인 25일 오전에도 계속됐다. 대언론 업무를 총괄하는 정만호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아예 휴대전화 전원을 꺼놓았다. 그 대신 청와대는 이날 오후 2시 15분경 약 340자 분량의 문 대통령 입장문을 서면으로 배포했다.
문 대통령은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초래하게 된 것에 대해, 인사권자로서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윤 총장에 대한 징계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건의했지만, 문 대통령도 이를 재가한 책임을 지겠다는 의미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특히 범죄정보 외의 개인정보를 수집하거나 사찰한다는 논란이 더 이상 일지 않도록 하기 바란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통해 검찰개혁과 수사권 개혁 등의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비록 직무에 복귀했지만 이른바 ‘판사 사찰’ 등과 관련한 검찰의 기존 행태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며 검찰개혁 완성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윤 총장 직무 복귀에 여당 내에선 격앙된 반응이 쏟아졌다. 민주당 김두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이 선출한 대통령의 권력을 정지시킨 사법 쿠데타에 다름 아니다”라며 “검찰을 개혁하지 않고는 대한민국 미래도, 민주주의 발전도, 대통령 안전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헌법적 수단을 총동원해야 한다”며 “윤 총장을 탄핵해야 한다. 남은 방법은 탄핵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낸 민형배 의원도 “대통령의 재가를 번복하는 재판, 이건 명백한 삼권분립 위반”이라며 “국회가 나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성환 의원은 “이젠 온라인에서 거대한 기득권 카르텔에 맞서는 촛불을 들어야겠다”며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 정권 차원에서 수사·기소권 분리 등 ‘검찰개혁 시즌2’ 강행하려는 듯
이낙연 대표는 이날 오전 여당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과 긴급회의를 갖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법사위는 검찰과 법원을 관할에 두고 있다. 이 대표는 회의 뒤 페이스북을 통해 “대한민국이 사법의 과잉 지배를 받고 있다는 국민의 우려가 커졌다”며 “검찰권 남용, 불공정 수사, 정치 개입 등을 막기 위한 검찰개혁을 강력하게 체계적으로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청와대를 대신해 민주당이 나서겠다는 선전포고다.
민주당은 국가정보원, 경찰 등을 다루던 ‘권력기관 TF(태스크포스)’를 검찰개혁 특위로 전환하기로 했다. 특위는 검경 수사권 조정과 별도로 남아 있는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직무 배제도, 정직 징계도 실패하자 여당이 공수처와는 별개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다시 나서 법적으로 검찰의 힘을 빼겠다는 것. 민주당 고위 관계자는 “이제 윤 총장 개인에 대한 다툼을 할 시기는 지났다”며 “제도적으로 검찰의 힘을 빼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권 여당이 윤 총장을 건드릴수록 윤 총장의 정치적 체급이 높아지기 때문에, 아예 검찰 조직 자체를 겨냥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공수처도 내년 1월 내에 출범시켜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에 대한 ‘장외 압박’에 나서겠다는 포석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박효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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