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미도 받은 백신 성탄선물, 한국엔 주한미군용만
멕시코·칠레 등 접종 대열 합류
사우디 등 중동 국가도 맞기 시작
한국은 이르면 2~3개월 뒤 반입
의협 회장 "문 대통령 사과해야"
멕시코가 중남미 국가 중 처음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24일(현지시각) 오전 멕시코시티 공립병원 중환자실에서 근무하는 간호사 마리아 이레네 라미레스(59)가 1호 접종자가 됐다. 생중계 카메라 앞에서 백신을 맞은 라미레스는 “올해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멕시코는 전날 벨기에발 항공기를 통해 화이자 백신 첫 물량 3000회분을 받았다. 다음주 도착할 5만회분을 포함, 내년 1월 말까지 140만회분을 받아 의료 기관 종사자와 고령자 순으로 접종할 계획이다. 멕시코에 이어 칠레와 코스타리카에서도 이날 화이자 백신의 접종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는 이날 오전 러시아산 스푸트니크V 백신 30만 회분을 처음으로 받았다. 아르헨티나 보건당국은 전날 러시아, 벨라루스에 이어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이 백신 사용을 승인했다. 아르헨티나는 다음주 접종을 개시할 계획이다. 개발을 지원한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는 모스크바 시민 2만명에게 접종한 결과 면역 효과가 91.4%로 확인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중동 국가들도 백신 접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쿠웨이트가 이날 셰이크 사바 칼리드알하마드 알사바 총리 등에게 대규모 접종을 시작했다. 이에 앞서 사우디아라비아(17일), 이스라엘(20일), 카타르(23일) 등이 화이자 백신의 접종을 개시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14일부터 중국 제약업체 시노팜(중국의약그룹)이 개발한 백신을 맞히고 있다.
유럽에서도 백신이 퍼지고 있다. 화이자가 23일부터 EU 회원국에 백신 보급을 시작하면서 독일은 27일부터 접종을 개시할 예정이다. 첫 보급량은 15만회분이다. 옌스슈판 독일 보건장관은 “연말까지 130만회분을 독일 전역에 보급하고 내년 1월부터는 매주 적어도 67만회분을 추가 보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터키는 7000명이 참여한 임상시험 결과 중국 국영 제약업체 시노백이 개발한 백신의 예방 효과가 91.25%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파흐레틴 코자 터키 보건부 장관은 “28일 백신이 도착하면 보건분야 종사자를 시작으로 900만명에게 접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노백 백신은 브라질에서 긴급사용승인을 받았지만, 최종 임상시험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 투명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한국 땅에도 성탄절인 25일 첫 백신이 반입됐다. 미국 멤피스에서 출발한 화물기 페덱스항공(FX) 5230편이 모더나 백신 1000회 분량을 싣고 이날 오후 12시54분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에 도착했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아니라 주한미군을 위한 백신이었다. 우리 정부가 계약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빨라야 내년 2~3월에야 접종이 가능할 전망이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은 이날 “모든 역량을 집중해 백신을 초기 확보했던 많은 나라에 비해 우리 정부는 충분한 물량 확보에 실패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진심 어린 대국민 사과를 통해 국민적 신뢰 회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적었다.
김창우·최은혜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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