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로 아들 잃은 어머니 "문 대통령이 '제대로 진상조사하라' 한마디 해줬으면.."
[경향신문]
후송 지연 사망, 검찰 답변 없고
사참위 “열심히 하겠다” 미지근
“6개월에 한 번이라도 설명해야”
사참위에 ‘조사자료 공유’ 요구
“크리스마스이브, 양말 걸어두면 선물로 진상규명 담아주었음 좋겠습니다.” 25일 0시44분, 전인숙씨(48) 페이스북에 글이 올라왔다.
세월호 참사로 아들 임경빈군(당시 단원고 2학년)을 잃은 전씨는 이 글을 청와대 분수대 앞 노숙농성장에서 썼다. 그가 1인 시위를 한 지 408일, 노숙농성을 한 지 50일째 되는 날이었다. 관련법 개정으로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연장이 확정됐지만 그가 거리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씨의 노숙농성장은 성인 4~5명이 앉으면 꽉 차는 크기다. 스티로폼으로 된 바닥재를 깔았지만 겨울 한기를 막기엔 무리다. 전열 기기는 사용할 수 없어 일회용 핫팩을 바닥에 깔았다. 50~60㎝ 높이의 종이패널을 벽처럼 둘렀다. 밤에는 이 안에서 방수포를 덮고 잔다.
사참위는 지난해 10월 임군이 참사 당일 오후 5시24분쯤 구조됐으나 해경 헬기에 탑승하지 못해 병원 이송까지 4시간41분이 걸렸다고 발표했다. 당시 임군이 탈 수 있는 헬기가 근처에 없던 것은 아니었다. 이 헬기에는 김석균 당시 해양경찰청장이 탑승해 이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한 달 뒤인 11월11일 세월호특별수사단을 발족했다. 전씨는 이틀 뒤인 13일 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 뒤로 1년여가 지났지만 검찰도, 사참위도 이 사건에 대해 추가 조사나 수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 전씨는 최근 검찰과 사참위 측에 임군 사건 수사 결과 공유 및 조사 현황을 묻는 공문을 보냈다. 검찰의 답변은 없다. 사참위는 ‘열심히 하겠다’는 원론적 답을 했다.
전씨는 “사참위 노력은 알지만, 잘하겠다는 답변은 너무 빈약하다고 생각했다. 검찰은 반응이 없었다”며 “지금까지 많은 조사기관들이 생겼지만 권한 부족 문제로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되지 않았다. 유가족 입장에서 결국 대통령의 한마디가 필요한 게 아닌가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이 직접 ‘제대로 진상조사를 하라’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달 10일로 활동이 종료될 예정이던 사참위는 관련법 개정으로 2022년 6월까지 활동이 연장됐다. 세월호 참사 관련 범죄행위의 공소시효도 사참위 활동기간 동안 정지된다.
사참위는 공소시효 정지기간을 사참위가 처음 문 연 2018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3년6개월로 본다. 세월호 관련자에 대한 공소시효는 업무상과실치사상죄와 직권남용 7년, 직무유기 5년이 대표적이다. 직무유기는 2019년 4월 공소시효가 만료됐지만, 법 개정으로 시효 중지가 2018년부터로 적용되면 시효 부활 논의도 나올 수 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사참위 활동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한 유가족은 사참위가 “체계적인 조사가 아닌 (이목을 끄는 사건을 발표하기만 하는) 한탕주의에 빠져 있다”고 했다. 내부 소통이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전씨 역시 조사자료 공유를 요구했다. 그는 “공개 못하는 자료가 있다는 건 알지만, 최소한 6개월에 한 번이라도 가족들에게 조사 상황에 대한 설명을 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겨울이 깊어가지만 전씨는 노숙농성을 멈출 생각이 없다. 그는 “세월호 참사 후 7년이 가까워오고 있다. 대통령의 한마디가 있을 때까지 여기서 기다릴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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