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손 들어준 법원.. 직격탄 맞은 문 대통령 리더십 [이슈+]

이도형 2020. 12. 2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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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오른쪽). 세계일보 자료사진
서울행정법원이 2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를 거친 ‘정직 2개월’ 징계 처분의 효력을 멈춰달라며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 사건을 인용하자 청와대와 여권은 엄청난 충격에 빠졌다. 법원이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 징계 결정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하며 윤 총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리더십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아서다. 청와대 안팎에선 이번 법원의 결정이 문 대통령 레임덕(정권 말기 권력누수)의 신호탄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집권 4년 차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장악력이 급속히 떨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그동안 이른바 ‘추·윤 사태’에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에 힘을 실어주고,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을 시사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 15일 화상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등 권력기관 개혁 3법을 통과시킨 후 “공수처가 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수단으로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의해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된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는 비판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신뢰받는 국민의 검찰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추 장관과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검찰 개혁을 독려한 것이다.  

특히 다음날인 16일 법무부 징계위가 윤 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를 결정하고, 추 장관이 직접 청와대를 방문해 징계를 제청하자 문 대통령은 즉시 이를 재가했다. 징계 결정부터 재가까지 불과 하루 만에 속전속결로 결정됐다. 문 대통령은 당시 추 장관의 사의 표명을 높게 평가하기도 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대통령이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을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청와대는 윤 총장 징계와 관련, 법무부에 가이드라인을 주지 않았으며 결과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윤 총장의 징계는 문 대통령의 재가로 효력이 발생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이 정치적인 책임을 고스란히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법무부 징계위 결정을 계기로 윤 총장과 추 장관을 중심으로 한 법무·검찰 간 갈등이 문 대통령과 윤 총장 간 대치로 전환된 측면이 있다.

윤 총장 측이 “불법 부당한 조치”라고 강력히 반발하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추·윤 사태’의 전면에 부각된 것도 큰 부담이다. 특히 이번 법원의 결정으로 ‘추·윤 사태’를 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해결할 기회를 실기하고 국정 운영에 부담으로 돌아오게 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법원의 이날 인용 결정으로 윤 총장은 곧바로 업무에 복귀한다.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 수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윤 총장은 추 장관의 직무배제 조치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된 지난 1일 직무에 바로 복귀해 '월성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에 관해 보고를 받았다. 이튿날 검찰은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지난 22일 관련자들을 구속기소했다.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의혹,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청와대 핵심을 겨누는 수사가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청와대와 여권은 검찰개혁과 공수처 출범 가속화를 통해 위기 국면을 돌파하려할 가능성이 있다. 이번 법원의 결정이 청와대와 여당의 검찰개혁에 제동을 걸기보다는 오히려 개혁 밀어붙이기를 통해 지지층 결집을 시도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명지대 김형준 교수는 이날 통화에서 “이 정부가 내세웠던 핵심가치인 공정, 정의, 자유를 스스로 훼손시키게 된 것이 된다”며 “심리적인 레임덕의 마지노선이 무너져버리고 바로 역대 정부와 비슷한 패턴을 거칠 것이다. 레임덕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위기의식을 느낀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할 공산이 있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중도층 민심 이반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여당의 ‘입법독주’와 ’추·윤 사태’, 부동산 문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문 대통령 지지율은 30%대로 주저앉았다. 리얼미터가 지난 21∼23일 전국 1505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은 전주보다 2.1%포인트 내린 37.4%였다. 부정평가는 1.4%포인트 오른 59.1%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더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이도형·장혜진·이동수 기자 scop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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