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희야, 생일 축하해"..눈물샘 터진다는 지하철 광고

남형도 기자 2020. 12. 25.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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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희야, 40번째 생일 축하해."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생일 축하 광고가 붙었다.

최근 SNS·커뮤니티서 화제가 됐던 지하철역 생일 축하 광고다.

이에 송혜희양을 포함, 실종 아동 3명의 생일 축하 광고를 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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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광고 단체 발광이 제작.."실종 아동에 적은 관심, 생일 축하 광고로 다시 커져 실제 축하했으면"
실종 아동 송혜희양의 생일을 축하하는 지하철 광고. 실제 광고는 아니고 디지털로 합성됐다. 직접 만나 축하해주는 순간이 꼭 오기를, 그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부모는 여전히 애타고 찾고 있다. 누군가의 관심이 그들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다./사진=비영리 공익광고 모임 발광

"혜희야, 40번째 생일 축하해."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생일 축하 광고가 붙었다. 흔히 봐왔던 아이돌 팬들의 축하는 아녔다. 고등학교 2학년(17세) 때 잃어버린 아이, 함께였다면 부모는 마주보며 이리 축하해주고 싶었을 게다. 애타는 맘을 아는지, 모르는지, 실종된 송혜희양(현재 40세)은 사진 속에서 환히 웃고 있었다. 아래쪽엔 이 광고를 만든 이의 마음이 담겼다. '사람들의 눈길이 네가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되기를.'

최근 SNS·커뮤니티서 화제가 됐던 지하철역 생일 축하 광고다. 디지털로 합성된 광고였다. 실제 지하철역 광고는 내년 1월부터 집행된다. 축하하고 싶어도 차마 축하할 수 없는 애달픈 아이들이 집에 꼭 돌아왔으면 좋겠단 무언(無言)의 바람들이 담겼다.

이 광고는 공익광고 단체 '발광'이 제작하고, 실종아동찾기협회가 함께했다. '세상을 밝히는 광고'란 뜻을 지닌 발광은 2015년부터 공익광고와 캠페인을 진행하는 비영리 모임이다. 위안부 인식 개선 캠페인과 유기견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영역서 활동하고 있다.

이번 기획 역시 실종 아동들이 생일 축하를 받았으면 좋겠단 바람이 담겼다. 처음 아이디어를 냈다는 발광의 이유진씨는 23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똑같이 생일 축하 받을 아이들이란 생각에, 아이돌 지하철 광고처럼 내보면 어떨까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처음엔 고민도 있었단다. 실종 아동 부모님들에게 괴로운 기억을 떠올릴까 싶어서였다. 그런데 직접 물어보니 "관심 가져주는 게 더 감사하다"고 해서 용기를 냈다.

이에 송혜희양을 포함, 실종 아동 3명의 생일 축하 광고를 내기로 했다. 각각 사연은 이랬다.

실종 아동 이효정 생일을 축하하는 지하철 광고. 직접 만나 축하해주는 순간이 꼭 오기를, 그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부모는 여전히 애타고 찾고 있다. 누군가의 관심이 그들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다./사진=비영리 공익광고 모임 발광

이효정양은 1974년 6월 19일생. 초등학교 5학년(12살) 때 서울 용산구 한남1동에 있던 이모네 집 근처 놀이터로 놀러 나갔다가 실종됐다. 엄마의 시간은 잃어버린 순간 멈췄다. 미친듯 아이를 찾아다녔지만 허사였다. 매일 술에 의지해야 했다. 우울증에, 불면증에 시달렸다. 그리 전국을 헤맸지만 36년이 지나도록 찾지 못했다.

송혜희양은 1981년 7월 14일생. 송탄여자 고등학교 2학년이던 1999년 2월 13일 밤 10시쯤, 경기도 평택시 도일동 하리 입구에서 실종됐다. 버스 막차에서 30대 초반 남성과 내렸다는 버스 기사 증언이 있었다. 혜희 아버님은 가산을 정리해 전단지와 현수막을 만들어 전국을 떠돌며 딸을 애타게 찾았다. 술과 라면으로 버티는 나날이었다. 그의 아내는 우울증과 심장병으로 먼저 세상을 떠났다.

서희영양은 1984년 3월 6일에 태어났다. 9살 때 전북 남원시 향교동 집 앞 놀이터에서 실종됐다. 실종아동법도 없어 '가출'로 처리됐다. 수많은 제보가 있었지만 26년이 되도록 아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잊을 수 없고, 그리움만 더해갔다. 부친인 서기원씨는 실종아동찾기협회 대표다. 그는 "딸을 만나면 미안하다고 용서를 빌고 싶다"고 했다.

실종 아동 서희연 생일을 축하하는 지하철 광고. 직접 만나 축하해주는 순간이 꼭 오기를, 그 오랜 세월이 흐르도록 부모는 여전히 애타고 찾고 있다. 누군가의 관심이 그들의 눈물을 멈추게 할 수 있다./사진=비영리 공익광고 모임 발광

발광은 아이들 생일 축하 광고에 이런 문구를 넣었다. '어릴 적 사진이 아닌 지금의 사진으로 오늘의 생일을 축하하고 싶다'고. 지금이라도 돌아왔으면 하는 맘이 담겼다. 광고를 봤다는 직장인 정희철씨(37)는 "살아 있다면 동갑인데, 사진만 보며 축하해야 한다는 게 맘 아팠다"며 "꼭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일 축하 광고를 보고 눈물이 났다는 서희영양 부모님은 "딸 아이가 실종된 뒤 생일은 가족들과 함께 해보질 못했다"며 "수고하셨고 고맙습니다"라고 전했다.

발광 대표는 "실종 아동에 대한 관심이 요즘 적은데, 이 광고로 커졌으면 좋겠다"며 "실제 축하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발광 이유진씨는 "팀원들과 함께한 덕분에 광고를 만들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그와 함께한 팀원은 김용훈, 김수정, 김희진, 김수연, 류겨울, 신지훈, 진혜민, 한재원씨다.

실종된 세 아이를 봤다면 신고 번호 182나 실종아동센터, 112로 신고하면 된다.

실종 아동 송혜희양 모습, 실종 당시(왼쪽)와 현재 예상 모습(오른쪽).
실종아동 이효정양, 현재 예상 모습.
실종아동 이효정양, 현재 예상 모습. 관심 있게 봐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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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도 기자 hum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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