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 또 물의.. 정확성·품격 갖춘 '지식 소통가' 발굴을

유석재 기자 2020. 12. 2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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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 소매상' 전성시대] [下]

설민석이 또 터졌다. 24일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순탁 작가는 설민석씨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지난 15일 ‘노동요에 선덕여왕이 왜 나와’ 방송에서 ‘재즈가 회귀한 것이 리듬앤드블루스(R&B)’라고 한 발언에 대해 “리듬앤드블루스는 미국 남부 블루스가 시카고로 진해 일렉트릭화된 장르”라며 “이 정도면 허위사실 유포나 마찬가지”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적했다. 이날 오후 5까지 해당 기사의 네이버 댓글은 680여개, ‘화나요’는 2300여개 달렸다.

/일러스트=이철원

나오지도 않고, 쓰기도 어려운 전문가

‘지식 소매상’으로 불리는 셀럽 강연자의 오류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럼 왜 해당 분야를 전공한 진짜 전문가는 방송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냐’는 의문이 있다. 경력 20여 년의 방송사 PD A씨는 “시청률 싸움터인 방송에서 제작진은 잘 팔리는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전문가 중엔 그렇게 재미있고 맛깔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 데다, 조언 정도엔 응해도 좀처럼 TV에 나오길 꺼리는 학자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셀럽 강연자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제작진 역시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고육지책으로 이들을 섭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학부 연극영화과, 대학원 역사교육학 전공인 설씨가 tvN ‘요즘책방’에서 소설 ‘멋진 신세계’와 ‘걸리버 여행기’를 해설하는 전공 파괴의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이 배경엔 인문학을 가볍게 소화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시청자가 있다.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의 지난주 시청률이 5.9%였던 데 비해, 각 분야의 전공자가 등장하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는 1.3%에 그쳤다.

전문가는 ‘요약 정리’ 하지 않는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흔히 ‘1만 시간’(맬컴 글래드웰)이나 ’10년'(공병호)을 투자해서 공부해야 한다는 방법론이 제시된다. 단순히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 판에 한 자 한 자 조각하듯이’ 정교하게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전문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대학이다. 그러나 정작 전공 학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젊은 교수들일수록 연구서 한 권 쓸 겨를도 내기 어렵다. 연구 업적 평가도 있지만 대부분 해당 분야의 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라 박사논문에서 이어지는 연구 주제를 이어 가기도 바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에서 선호하는 30~40대 젊은 교수들이 카메라 앞에 서기 어려운 이유고, 중견 교수들이라 해도 넓은 지식을 요약 정리하는 분야에서는 학원 강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식 소통가’의 폭이 넓어져야

많은 사람이 셀럽 강연자들의 긍정적인 역할 자체는 인정한다. 직접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 작업을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연구자의 연구 성과를 모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 역시 별도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지식 소통가’라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업적을 쌓았으면서도 신문 칼럼과 단행본 출간 등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 같은 연구자들이 더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경철 교수는 현재 TV에 출연하는 유명 강사들의 역할을 맡을 새로운 지식인들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고급 통속화'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정확성과 품격을 갖추고 대중 앞에 서는 전문가의 폭이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훈련을 갖춘 ‘지식 소통가’들이 서로 경쟁하고 질정하는 과정에서 학문의 대중화 역시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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