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민석 또 물의.. 정확성·품격 갖춘 '지식 소통가' 발굴을
설민석이 또 터졌다. 24일 MBC 라디오 ‘배철수의 음악캠프’의 배순탁 작가는 설민석씨가 유튜브 채널에 올린 지난 15일 ‘노동요에 선덕여왕이 왜 나와’ 방송에서 ‘재즈가 회귀한 것이 리듬앤드블루스(R&B)’라고 한 발언에 대해 “리듬앤드블루스는 미국 남부 블루스가 시카고로 진출해 일렉트릭화된 장르”라며 “이 정도면 허위사실 유포나 마찬가지”라고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적했다. 이날 오후 5까지 해당 기사의 네이버 댓글은 680여개, ‘화나요’는 2300여개 달렸다.
◇나오지도 않고, 쓰기도 어려운 전문가
‘지식 소매상’으로 불리는 셀럽 강연자의 오류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그럼 왜 해당 분야를 전공한 진짜 전문가는 방송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것이냐’는 의문이 있다. 경력 20여 년의 방송사 PD A씨는 “시청률 싸움터인 방송에서 제작진은 잘 팔리는 상품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전문가 중엔 그렇게 재미있고 맛깔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문 데다, 조언 정도엔 응해도 좀처럼 TV에 나오길 꺼리는 학자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러다 보니, 셀럽 강연자가 안고 있는 위험성을 제작진 역시 모르는 바 아니지만 고육지책으로 이들을 섭외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학부 연극영화과, 대학원 역사교육학 전공인 설씨가 tvN ‘요즘책방’에서 소설 ‘멋진 신세계’와 ‘걸리버 여행기’를 해설하는 전공 파괴의 상황까지 이르게 됐다. 이 배경엔 인문학을 가볍게 소화하고 싶은 욕구를 지닌 시청자가 있다. tvN ‘설민석의 벌거벗은 세계사’의 지난주 시청률이 5.9%였던 데 비해, 각 분야의 전공자가 등장하는 JTBC ‘차이나는 클라스’는 1.3%에 그쳤다.
◇전문가는 ‘요약 정리’ 하지 않는다?
전문가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흔히 ‘1만 시간’(맬컴 글래드웰)이나 ’10년'(공병호)을 투자해서 공부해야 한다는 방법론이 제시된다. 단순히 그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참나무 판에 한 자 한 자 조각하듯이’ 정교하게 집중적으로 연습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전문가가 가장 많이 모여 있는 곳은 대학이다. 그러나 정작 전공 학자들이 미디어를 통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경우는 드물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젊은 교수들일수록 연구서 한 권 쓸 겨를도 내기 어렵다. 연구 업적 평가도 있지만 대부분 해당 분야의 첨단 연구를 수행하는 사람들이라 박사논문에서 이어지는 연구 주제를 이어 가기도 바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방송에서 선호하는 30~40대 젊은 교수들이 카메라 앞에 서기 어려운 이유고, 중견 교수들이라 해도 넓은 지식을 요약 정리하는 분야에서는 학원 강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
◇‘지식 소통가’의 폭이 넓어져야
많은 사람이 셀럽 강연자들의 긍정적인 역할 자체는 인정한다. 직접 지식을 생산하는 연구 작업을 수행하지는 않더라도, 많은 연구자의 연구 성과를 모아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달하는 것 역시 별도 영역에서 전문성을 발휘하는 ‘지식 소통가’라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업적을 쌓았으면서도 신문 칼럼과 단행본 출간 등 대중과의 소통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주경철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 같은 연구자들이 더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주경철 교수는 현재 TV에 출연하는 유명 강사들의 역할을 맡을 새로운 지식인들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고급 통속화'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정확성과 품격을 갖추고 대중 앞에 서는 전문가의 폭이 더 넓어질 필요가 있다”고 했다. 훈련을 갖춘 ‘지식 소통가’들이 서로 경쟁하고 질정하는 과정에서 학문의 대중화 역시 질이 높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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