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개혁 전쟁은 계속된다

김규원 2020. 12. 2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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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종결을 좌우할 3가지 변수..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임도 여전히 논란
2020년 12월16일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에서 정직 2개월 징계를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날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의 집행정지 재판이 12월22일에 이어 24일 열린다. 이날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홍순욱)가 윤 총장 징계를 집행정지하지 않는다면, 윤 총장은 2021년 2월15일까지 직무가 정지된다. 그동안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 총장의 검찰 개혁 전쟁도 일시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월 추미애 장관 취임 직후 시작돼 1년 동안 계속된 전쟁이 잠시 휴전 상태에 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징계 집행정지가 결정되면 윤 총장은 그날로 업무에 복귀할 것이다.

“윤 총장, 임기 끝까지 버틸 것”

정직 2개월의 휴전으로 추-윤 갈등은 끝날 것인가?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대체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첫째 이유는 윤 총장이 2개월 정직 여부와 관계없이 2021년 7월까지의 임기를 모두 채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총장이 본인과 부인, 장모 문제가 있어서 쉽게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어려운 상황이지만 7월까지 버틸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더불어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애초엔 윤 총장도 대통령이 그만두라면 그만둘 생각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징계까지 받자 스스로 그만두는 길은 이제 접은 듯하다”고 말 했다.

이 전쟁이 끝나지 않을 다른 이유는, 2020년에 입법된 검찰 개혁 정책이 2021년 초부터 시행되기 때문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은 1월 초에 시행되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도 1월 중에 처장을 임명하고 3월 전후엔 조직을 구성해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활동에 따라 갈등이 재연될 수 있다.

검찰 고위직 인사도 예정돼 있다. 2020년 1월 초 취임한 추 장관은 검찰 고위직 인사로 윤 총장의 측근을 대거 좌천시켰다. 추-윤 갈등의 시작이었다. 이번 인사에서도 최근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 법무부와 검찰의 간부들이 목소리를 낸 것에 대한 평가가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의 사퇴 여부도 중대한 변수다. 애초 12월16일 추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퇴 의사를 밝혔을 때 사퇴 여부에 의문을 가진 사람은 별로 없었다. 윤 총장에 대한 중징계 뒤 추 장관도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 총장 징계 수준이 예상보다 낮았고,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사퇴 의사를 즉각 수용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숙고하여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반려할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다. 추 장관이 사퇴 의사를 밝힌 다음날인 12월17일, ‘추 장관을 재신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왔다. 며칠 만에 30만 명 넘는 시민이 동의했다. 12월23일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중 가장 많은 동의를 받은 1~4위가 모두 검찰 개혁과 관련된 것이다.

총장은 정무직인가 직업공무원인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사법센터 검찰개혁소위원장인 김지미 변호사는 “2021년엔 수사권 조정 시행, 공수처 출범 등 중요한 일이 많은데, 새 장관이 와서 잘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검찰 개혁 측면에서 보면, 추 장관이 장관직을 계속 맡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청와대는 윤 총장에 대한 법원의 징계 확정 여부를 보고 판단할 것 같다. 그러나 크게 보면 추 장관이 물러나고 새 사람이 와서 분위기를 바꾸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쟁은 검찰 개혁뿐 아니라 검찰총장의 권한과 책임에 대해서도 많은 사회적 논란을 일으켰다. 대표적 논란이, 검찰총장이 고위 정무직인가 아니면 검사(직업공무원)인가다. 통상 장차관 같은 행정부의 고위 정무직은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업무 결과에 정치적 책임을 진다. 대통령도 자유롭게 임명과 면직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총장의 경우, 검찰청법에 2년 임기 보장 조항이 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법학·전 국회의원)는 “정무직인 검찰총장에 대한 2년 임기 보장은 위헌 소지가 있다. 정무직에 대해서는 대통령의 포괄적인 임면권이 있기 때문이다. 정무직은 정치적으로 책임질 일이 있으면 스스로 사퇴하거나 대통령이 교체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검찰청법의 총장 2년 임기 보장 조항은 과거 민주당이 주장해 넣은 것이다.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 조심스럽다”고 했다.

같은 맥락에서 검찰총장의 정치적 잘못에 대해 법무부 장관이 징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 장관의 징계가 아니라, 대통령의 해임이나 국회의 탄핵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박명림 교수는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 기관은 대통령과 국회다. 정무직인 검찰총장의 정치적 잘못이 있다면 대통령이 해임하거나 국회가 탄핵하는 것이 정상적 절차”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검찰총장을 징계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 문제를 관료적 결정에 따르게 한 것으로 민주주의 원리에 위배된다. 또 검찰총장이 징계에 대해 일반 공무원처럼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도 정치의 사법화를 극명하게 보여준 일”이라고 비판했다.

“징계보단 해임·탄핵이 적절” 의견도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의 권력기관개혁 태스크포스 단장인 김종민 의원은 “이 문제는 법률적 충돌이 있다. 헌법상 대통령은 공무원에 대한 ‘임면권’을 가졌지만, 검찰청법은 검찰총장의 임기와 신분을 보장한다. 이 충돌 때문에 대통령이 총장을 해임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고 했다. 김 의원은 또 “국회의 검찰총장 탄핵도 헌법과 법률 위반 경우에만 가능하고, 정치적 책임을 묻는 탄핵은 가능하지 않다. 앞으로 이런 문제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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