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남성과 여성의 갑질은 다른가

남상훈 2020. 12. 2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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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2020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여성이 남성의 재산을 압수하고 노점상 단속을 주도할 때 젠더와 결부된 사회적 위상에 혼란이 일어난다.

남성의 갑질은 남성도 여성도 차곡차곡 참아주는 경향이 있다.

다만 왜 여성의 갑질은 인화성이 큰 사회적 이슈로 증폭되는걸까? 12월이 지나면 코로나가 끝나고 제대로 봄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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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로 2020년을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어느덧 12월도 끝나간다. 라디오에서는 10년 전 튀니지의 한 청년이 촉발시킨 ‘아랍의 봄’을 전하는 방송이 흘러나온다. 2010년 12월 17일 튀니지에서 노점상을 하던 26세 청년 모하메드 부아지지는 경찰의 단속에 항의하며 분신자살을 시도했다. 이는 높은 실업률로 고통 받던 이들을 거리로 불러내어 튀니지 혁명으로 이어졌고, 항의하는 영상이 페이스북을 통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튀니지 국화의 이름을 따서 ‘재스민’혁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혁명은 이웃국가로 들불처럼 번지면서 아랍의 봄으로 기록되었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리 보일 때도 있다. 경찰이 노점상을 단속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었고 뇌물을 요구하는 것도 흔한 일이었다고 한다. 다만 뇌물을 요구하며 노점 물건을 압수한 경찰이 여성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슬람 문화권에서 성차별적 긴장이 커질 수밖에 없다. 26세 청년은 사람들이 보는 길거리에서 여성에게 모욕당하고 자신의 민원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에 극심한 수치와 분노를 느꼈고 분신을 하기에 이르렀다. 시민들의 항의가 커지자 벤 알리 수상이 직접 찾아와 사과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정권은 붕괴되었다.
조형숙 서원대 교수
가난과 공권력 과잉과 부패한 국가시스템에 대한 불만이 차곡차곡 쌓여가다가 ‘열등’하다고 여겨지는 젠더로부터 단속을 당하자 성차별적 분노는 현실과 맞물려 민주화운동의 불씨가 되었다. 재스민 꽃에서 비롯된 아랍의 봄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마음이 심란해진다. 그런 생각을 해본다. 벤 알리 수상이 찾아와 여성 ‘경찰’의 공권력 과잉을 사과하는 대신, 여성계 인사나 여성경찰국장을 파견하여 ‘여성’ 경찰의 잘못을 사과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더라면 혁명으로 번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물론 프레임을 바꿔 여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못된 전략이지만 말이다.

여성은 순종적이고 보호받아야 하거나 버림받고 착취당하는 젠더로 여겨져 왔다. 여성이 남성의 재산을 압수하고 노점상 단속을 주도할 때 젠더와 결부된 사회적 위상에 혼란이 일어난다. 숭고한 모성 혹은 가련한 피해자처럼 여겨졌던 여성이 감히 뇌물을 요구하며 공권력을 남용할 때 사회적 반발은 더욱 커진다. 상류층 백인 남성이 저소득층 유색인종 여성을 가련하게 여기거나 지배하는 것은 꽤 흔하지만, 상류층 여성과 저소득 남성과의 관계는 꽤나 아슬아슬한 것과 같은 이치다. 권력을 가진 자의 계급, 인종, 젠더 등에 결부된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긴장이 감돌면 어디서 심사가 뒤틀릴지 모를 일이다.

2013년 대한항공 비즈니스 칸에 탑승한 남성 승객이 라면으로 시비를 걸기 시작했다. 지속적으로 문제를 일으킨 남성 승객은 대기업 상무님이었고 여승무원은 무릎을 꿇고 빌었다. 그렇다면 고위직 여성과 남자 승무원과의 사이는 어떠할까? 항공사의 여성 임원이 무리한 요구를 하자 남자 승무원은 매뉴얼대로 답변을 했을 뿐이다. 분노한 여성 임원은 회항을 지시했고 그 남자 승무원은 갑질문화에 대한 항공사 내 민주화를 주도했다. 남성의 갑질은 남성도 여성도 차곡차곡 참아주는 경향이 있다. 갑질을 옹호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다만 왜 여성의 갑질은 인화성이 큰 사회적 이슈로 증폭되는걸까? 12월이 지나면 코로나가 끝나고 제대로 봄이 왔으면 좋겠다.

조형숙 서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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