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손찌검에도 '울지 않는 아이'..오랜 학대 정황
때려도 피하지 않고 맞아도 울지 않는 아이. 친구가 맞는 걸 봐도 꿈쩍 않는 아이. 교사의 학대가 드러난 대전의 한 어린이집 아이들입니다. 저희와 함께 CCTV 영상을 분석한 아동 전문가는 '꽤 오랫동안 맞으면서 학습된 모습'일 거라고 했습니다. 자그마한 몸과 마음속에 얼마나 깊은 상처를 그동안 안고 있었던 건지 이제서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배승주, 정영재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교사가 5살 아이 이마를 때립니다.
아이 다리가 번쩍 들릴 정돕니다.
움직이지 못하게 다리 사이에 두고 또 때립니다.
아이가 뭔가 말하자 코를 잡아 비틉니다.
울먹이자 사정없이 뺨을 때립니다.
맞아서 넘어져도 교사 앞으로 다시 갑니다.
손으로 막거나 피하지도 않습니다.
더 맞을까 봐 울지도 못하는 모습입니다.
옆에 아이도 마찬가집니다.
연달아 7대를 맞고, 곧바로 색연필을 주워와 교사 앞으로 다시 갑니다.
마스크가 벗겨질 정도로 두 차례 뺨을 맞은 뒤에야 눈물을 훔칩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다른 아이들은 꿈쩍도 하지 않습니다.
교사가 나간 후에는 맞은 아이를 감싸줬습니다.
[오은영/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 과도한 통제는 그건 폭력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아이들이 꼼짝을 안 하고 있어요.]
가해 교사는 올 가을쯤 처음 때렸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랜 학대에 길들여진 정황이 CCTV 곳곳에 남았습니다.
[오은영/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 완전히 꽁꽁 얼음 상태가 됐다거나, 아니면 꽤 오래 이런 것들을 쭉 경험을 해서 어느 정도 아이들이 이런 것에 정말 좋지 않은 '학습'이 됐다고 보는 거죠.]
경찰은 CCTV 영상 중 1/3가량을 분석해 20여 차례 학대 장면을 발견했다고 밝혔습니다.
CCTV 영상 분석이 끝나면 앞서 기각됐던 구속영장을 다시 신청할 계획입니다.
[기자]
대전 어린이집 5살 아이들의 심리 검사지입니다.
크고 긴 나무에 동그란 사과가 달렸습니다.
기둥에는 가위표를 잔뜩 그렸습니다.
아이는 가위표가 밴드라고 설명했습니다.
[이혜리/상담치료사 : 보통 자아를 표현하는 이 나무가 아프거나 죽거나 또는 상처가 나 있다고 표현하는 건 '내가 아프고 내가 다치고 위험해'라고 이야기를 하는 거거든요.]
매일 메고 다니던 가방에도 이 밴드가 붙어있었습니다.
신호를 계속 보냈던 겁니다.
집 주변에 뾰족한 가시 울타리도 그렸습니다.
[이혜리/상담치료사 : 집 같은 경우엔 사람과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대한 욕구를 나타내거든요. 이건 관계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안함을 표현한다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장난감 검사에서도 같은 행동을 보였습니다.
동물 장난감으로 어린이집 생활을 표현하는 놀이입니다.
선생님이라며 고른 동물은 코끼리, 하마, 상어 이빨이 날카롭거나 뿔이 있는 무서운 동물입니다.
[이혜리/상담치료사 : 나보다 큰 동물을 선택을 한다는 건 두려움이나 나보다 큰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동물에 비유하는 거거든요.]
선생님이 나타나면 다른 동물들을 칠판이나 방 구석으로 숨겼습니다.
치료사를 처음 만난 아이들은 자신을 때린 교사를 좋은 선생님이라고 말했습니다.
선생님이 아파서 오지 못한다고 말하고 나서야 무섭다고 털어놨습니다.
두려움과 불안감은 아이들 마음 깊숙이 자리 잡았습니다.
(영상그래픽 : 한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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