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주 뒤면 고향 가는데..한파에 홀로 숨졌다
[뉴스데스크] ◀ 앵커 ▶
강추위로 한파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 주말, 경기도의 한 농장 숙소에서 캄보디아 이주 노동자 여성이 홀로 숨진 채 발견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습니다.
가건물 숙소는 난방이 되지 않는 상태였고, 경찰은 동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녀의 방엔 3주 뒤 출발하는 귀국 비행기 예약증이 남아 있었습니다.
김건휘 기자입니다.
◀ 리포트 ▶
경기도 포천의 한 채소 농장 한켠에 검은 천으로 쌓인 비닐하우스 한 동.
지난 20일 오후, 휴가를 갔다 돌아온 2명의 여성 캄보디아 노동자가 31살 속헹씨가 방에 쓰러져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상하의를 모두 입고 이불 속에서 숨져 있었습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타살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고, 시신 근처에서 각혈 흔적을 확인했습니다.
숨진 속헹씨는 이곳 비닐하우스 농장에서 4년 넘게 일을 했는데, 저기 보이는 샌드위치 패널에 검은 천막을 둘러놓은 곳이 숙소였습니다.
원래 캄보디아 여성 이주노동자 5명이 함께 살던 숙소인데, 4명은 지난 18일과 19일 다른 곳으로 갔고, 속헹 씨 혼자 주말 내내 숙소에 머물렀습니다.
다른 4명은 숙소에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아 강추위를 도저히 견딜 수 없었다고 합니다.
[김이찬/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그 전에도 자주 누전차단기가 내려갔고, 꺼져가지고 고생을 한 적이 있었는데…"
숨진 속헹 씨가 지병이 있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고, 동사한 것 같다는 게 동료들의 주장입니다.
[김이찬/지구인의 정류장 대표] "왜 사망한거 같냐, 라고 물었을 때는 ‘몰라요 왜죽었는진 그런데 추워서 죽은 것 같다고 얘기했어요."
농장주를 찾아가 봤습니다.
[농장주] "(난방이 좀 안됐다는 말이 있던데요.) 예, 알겠습니다. 빨리 가세요. 야! 말하지 마세요."
농장주의 아들은 동사일리는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농장주 아들] "여자들 방은 더 좋게 해줘요. 여자들만 쓰는 방이라. 반대로 저희집이 지금 전기가 안들어와서 저희가 춥게 자고 있지…"
과연 그럴까.
숙소는 비닐하우스 문 하나만 열면 곧바로 거실과 방이 나옵니다.
건축대장에도 등록돼 있지 않은 샌드위치 패널로 만들어진 가건물로, 찬 바람이 그대로 들어오고 바닥도 냉골이었습니다.
[김달성 목사/포천 이주민지원센터] "정말 동물들이 살아도 추워할 만한, 참 그런 주거 환경입니다. 저는 흔히 움막이고 짐승 우리 같다고 얘기를 합니다."
숨진 속헹씨가 발견되기 전날밤 포천은 영하 18도까지 내려가 한파 주의보가 내려졌습니다.
속헹씨는 내년 2월이면 취업비자가 만료되는데, 그녀가 쓰던 방에선 1월 10일자 캄보디아 프놈펜행 항공권 예약증이 남아있었습니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내일 부검을 진행하는 한편 농장주의 관리 소홀 여부도 조사 중입니다.
사업주가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숙소를 제공해야 하는데, 농촌에선 이처럼 비닐하우스를 '기숙사'라고 부르며 사용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은 한 달에 수십만원씩 돈을 내고 살고 있지만, 지원단체들은 숙소들이 대부분 매우 열악하다며 근본적인 개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MBC뉴스 김건휘입니다.
(영상취재 : 이준하 / 영상편집 : 김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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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휘 기자 (gunni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0/nwdesk/article/6035952_3252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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