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명 부족한 변창흠 도덕성, 부동산 정책 신뢰 얻을 수 있나

2020. 12. 23.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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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에서 국민의 힘 의원들이 변 후보자에게 피켓을 들고 항의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회는 23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과 정책 수행 능력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를 개최했다. 청문회에서는 변 후보자가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던 2016년 서울메트로 하청업체 직원 19세 김군이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한 사건에 대해 “걔가 조금만 신경 썼었으면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될 수 있었다”고 말한 게 가장 큰 논란이 됐다.

변 후보자는 “김군과 가족분들, 그리고 위험을 무릅쓰고 일하고 계신 모든 분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과만으로 눈감을 수 있는 일인지는 회의적이다. 그의 발언에서는 안전수칙 무시 등 구조적 문제는 외면하고 산업재해의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돌리려는 인식이 확인된다. 이런 사람이 사회적 약자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친서민적인 부동산정책을 펼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후 대응도 부적절했다. 그는 전날 당사자들의 거부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단식농성 중인 산재사망 가족을 예고 없이 찾아갔다. 유족이 그의 사과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이다. 그는 “못사는 사람들이 밥을 집에서 해먹지 미쳤다고 사서 먹느냐”는 발언을 해명하면서 “여성은 화장 때문에 아침을 같이 먹는 건 아주 조심스러워한다”고 말해 또다시 구설에 올랐다.

변 후보자는 SH 사장 재임 시절 3년 동안 신규 임용자의 약 30%를 지인으로 채용했다는 의혹은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했다. 당시 채용한 1급 직원 9명 중 7명을 지인으로 채웠다는 야당의 지적에는 “노조가 가만히 있었겠는가”라고 받아쳤다. 딸의 특목고 진학용 봉사활동 이력을 위해 ‘아빠찬스’를 썼다는 의혹에는 “실제 지원서에는 쓰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변 후보자가 장관으로서 자격이 충분하다고 주장한다. 청문회에서 변 후보자를 낙마시킬 결정적 사유는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서민 주거 불안 해결을 책임질 장관으로서 변 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이미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라는 점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변 후보자가 아무리 이론과 실무 경험을 갖춘 전문가라고 해도 고위 공직자로서 도덕성과 자질을 갖추지 못하면 집행할 정책에 힘이 실리기 어렵다. 변 후보자 임명 여부와 관계없이 청와대는 인사 검증을 더 강화해야 한다. 뜻이 맞는다고 도덕성 검증을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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