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도 괜찮아" 日국민 81% 연말연시 외출 자제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이동준 2020. 12. 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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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혼밥’(혼자 밥 먹는 일)이나 1인 노래방 등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여럿이 함께 즐기는 일까지 나홀로 문화가 확산 중이다. NHK방송화면
 
일본 국민의 81%는 다가오는 연말연시 고향 집 방문이나 여행 등의 외출을 자제하고 집에 머물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으로 한계에 다다른 의료계가 ‘의료 긴급사태 선언’을 내자 심각한 감염병 상황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22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은 매달 사회·경제적 혼란을 최소화하며 코로나19에 적절한 대처를 한 국가의 ‘회복탄력성 순위’를 발표한다. 통신은 이 발표에서 일본(74.5점)에게 한국(73.3점)보다 높은 점수를 줬다.

일본은 한국보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 사망자, 중증환자가 더 많지만 방역을 위한 임시폐쇄 조치 등은 없어 한국보다 높은 평가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의 대유행에도 여행 장려 캠페인을 독려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을 받으며 코로나 대응의 미흡함을 지적받지만 일부에서는 정부의 조치가 없어도 코로나19 상황을 의식해 외출을 자제하는 일부 국민들 모습이 높은 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연말연시 계획을 묻는 설문에서 81%는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답했다. NHK방송화면
◆日국민 81% 연말연시 외출자제

21일 NHK가 연말연시 계획을 물은 결과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응답(81%)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여행, 고향 집 방문’은 단 5%였다.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는 응답 11%를 포함해도 집에서 머물겠다는 생각이 압도적으로 많은 걸 볼 수 있다.

이같은 응답 배경에는 코로나 감염 위험과 사회적 시선을 의식한 행동으로 풀이된다. 예컨대 모처럼 고향 집을 찾더라도 부모나 조부모에게 자칫 병을 옮길 수 있다는 불안감과 코로나19 확진 판정받으면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기 힘든 이유도 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확진자를 괴롭히거나 차별하는 일부의 도 넘은 행동이 언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1인 탁구를 즐기는 여성. NHK방송화면
◆“혼자여도 괜찮아”

나홀로 문화가 일찌감치 정착해 ‘독신자가 생활하기 좋은 나라’라고 평가받는 일본에서도 성탄절이나 새해 등 특정 기념일 “혼자는 외롭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분위기는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볼 수 있는데 코로나로 혼자 시간을 보내게 된 이들 사이에서 ‘새해를 혼자 맞이하는 건 쓸쓸하다’, ‘혼자서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 할까’ 등의 푸념이 전해진다.

바쁜 일상 속 평소에는 몰랐지만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긴 연휴 기간 가족이나 연인이 즐겁게 지내는 모습에서 외롭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면 외롭다는 생각 대신 ‘혼자도 괜찮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날 NHK에는 ‘연말연시 외출하지 않고 집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이들이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 전해졌는데 20여년간 독신 생활한 40대 남성의 경우 새해 먹을 음식을 직접 준비를 하거나 독특하게도 버섯을 키우며 자신의 취향에 맞게 직접 술을 담근다는 여성 작가도 있었다.

취미나 일상 속 작지만 관심 있는 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으로 보인다.

이 여성 작가는 혼자 즐겁게 보내기 위한 아이디어로 “누군가의 SNS를 보고 마음에 드는 일을 따라 하면 좋을 거 같다”며 “‘마음에 들지 않으면 중간에 포기해도 좋다’는 가벼운 생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을 전했다. 이 밖에 골프, 탁구 등 스포츠도 ‘혼자 즐기기 좋은 일’로 언급됐다.

한편 일본에는 약 3년 전쯤부터 싱글 남녀가 독신생활을 즐기기 위한 정보를 모은 잡지가 등장하는 가하면 1인 손님을 대상으로 하는 곳이 늘면서 새로운 형태의 수요가 증가한다고 전해졌다. 그 예로 ‘나홀로 캠핑’, ‘솔로 파티’ 등이 있다고 한다.

과거 ‘혼밥’(혼자 밥 먹는 일)이나 1인 노래방 등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에는 여럿이 함께 즐기는 일까지 나홀로 문화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코로나로 ‘싱글라이프’ 더 주목

한편 일본 광고 대기업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독신이 크게 주목받지 않았지만 솔로들은 전부터 소비의 중심에 있었다”며 “코로나 재난으로 더 시각화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로 누군가와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혼자인 시간이 소중하다고 눈치챈 이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혼자 있는 시간을 소중히 하면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더 많이 의식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코로나 감염 예방을 위해 밀접접촉을 피하게 되면서 혼자 하는 시간에 관심이 커졌고 이러한 분위기가 대인관계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는 말이다.

코로나19 위기로 잠시 혼자인 시간이 늘었다. 이 시간을 지루하다고 생각하기보다 즐겁게 보낼 자신만의 방법을 고민해보면 어떨까 한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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