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 재난지원금 100만 원 받고 결국 26만~36만 원 더 썼을 뿐"

유영규 기자 2020. 12. 23.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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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전 국민에게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이후 신용카드 매출이 약 4조 원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늘어난 매출은 상당 부분 의류나 가구 등 내구재 소비로 이어졌으며 대면서비스나 음식점으로 흘러간 자금은 상대적으로 미미했습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피해 정도에 따라 직접적인 소득 지원을 하는 것이 타당한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런 내용 등을 담은 '1차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의 효과와 시사점'과 '지급효과 분석' 보고서를 오늘(23일) 발표했습니다.

KDI 긴급재난지원금 정책 효과 발표 (사진=연합뉴스)


KDI는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매출액 추이와 지급 이후 매출액 추이를 비교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증가한 신용카드 매출액을 4조 원으로 추정했습니다.

이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급한 1차 지원금 중 카드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11조1천억~15조3천억 원의 26.2~36.1%를 의미합니다.

즉 100만 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은 가구가 재난지원금을 받지 않았을 경우에 비해 26만~36만 원을 더 썼다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카드 매출 추이에서도 확인됩니다.

카드 매출 증감률은 신규 확진자 발생이 급증한 8주 차에 작년 동기 대비 -11.9%까지 감소하였으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후인 23주 차에 13.9%로 증가한 후 서서히 하락했습니다.

이런 효과는 전반적인 민간소비 증대로 이어졌습니다.

올해 2분기 국내 실질총생산은 전기보다 3.2% 감소했지만 민간소비는 1.5%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 확산 둔화 요인도 있지만 재난지원금 지급 효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현금수급 가구의 경우 소비지출(93.7%), 저축(3.8%), 빚 상환(1.8%) 순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사용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재난지원금은 자영업자·소상공인의 휴폐업률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재난지원금 사용 불가능 업종인 유흥주점(0.5%p)과 노래방(0.7%p)의 2분기 중 휴폐업률이 여타 업종보다 높았습니다.

다만 재난지원금 지급효과는 차별적으로 나타났습니다.

우선 재난지원금이 많이 간 곳은 (준)내구재 분야입니다.

재난지원금 지급 직후인 신규 확진자 발생 23주차의 가구 매출은 19.9%, 의류·잡화 매출은 11.1% 급증했습니다.

재난지원금 지급 후(20~25주) 기간의 작년 동기 대비 증감률을 보면 여행 분야는 55.6% 급감한 상황을 유지했습니다.

사우나·찜질방·목욕탕 대출 역시 20.9% 감소했습니다.

업종별로 보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으로 인한 매출액 증대 효과는 (준)내구재(10.8%p), 필수재(8.0%p), 대면서비스업(3.6%p), 음식업(3.0%p)의 순이었습니다.

반면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이전(16~18주)의 매출 감소는 대면서비스(-16.1%), 내구재(-12.7%), 음식업(-10.1%), 필수재(2.1%)의 순이었습니다.

대면서비스나 음식업의 경우 매출은 줄었지만 재난지원금 효과를 누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감염을 우려하는 소비자들이 이들 업종에 대한 소비를 꺼리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입니다.

이런 상황을 종합해봤을 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가계소득을 증가시키고 이어 소비를 늘리면서 사업체 소득도 증가시키는 효과를 낸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이런 소비가 내구재 중심으로 이뤄지고 대면서비스나 음식점으로는 큰 효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KDI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통한 가구소득 보전만으로는 여행업, 대면서비스업 등 피해가 큰 사업체의 매출을 확대하는 데 한계가 있으므로 피해업종 종사자에 대한 직접적인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고 결론냈습니다.

향후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라 긴급재난지원금을 다시 지급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경제주체별 피해 규모에 대한 자료를 사전에 수집·분석함으로써 피해계층을 신속하고 정밀하게 식별하여 지원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ykyou@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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