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반달가슴곰과 러시아의 불곰 [우정이야기]
2020. 12. 23. 08:54
[주간경향]
한국에 인기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가 있다면, ‘불곰의 나라’ 러시아에는 〈마샤와 곰〉이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두 종류의 곰이 나온다. 어리숙하고 똥배가 나왔지만 착한 주인공인 ‘불곰’과 우람하고 잘 생긴 ‘연적’ 반달가슴곰(아시아흑곰)이다. 둘은 암컷 불곰의 마음을 사기 위해 서로 데이트를 신청하고, 테니스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암컷 곰의 마음은 반달가슴곰보다는 주인공 불곰에 더 가 있는 듯하다.
한국에 인기 애니메이션 〈뽀롱뽀롱 뽀로로〉가 있다면, ‘불곰의 나라’ 러시아에는 〈마샤와 곰〉이 있다. 이 애니메이션에는 두 종류의 곰이 나온다. 어리숙하고 똥배가 나왔지만 착한 주인공인 ‘불곰’과 우람하고 잘 생긴 ‘연적’ 반달가슴곰(아시아흑곰)이다. 둘은 암컷 불곰의 마음을 사기 위해 서로 데이트를 신청하고, 테니스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암컷 곰의 마음은 반달가슴곰보다는 주인공 불곰에 더 가 있는 듯하다.

한국의 반달가슴곰이 왜 러시아 애니메이션에 나올까. 사실 반달가슴곰은 한반도는 물론, 러시아 연해주, 시베리아 남부가 서식처였다. 일본과 대만 등에도 가슴에 반달무늬가 있는 흑곰이 있지만, 이는 한반도의 반달가슴곰처럼 아시아흑곰의 또 다른 아종으로 분류된다. 한반도 전역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반달가슴곰은 일제강점기에 해로운 짐승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벌인 해수구제 사업과 밀렵, 서식지 감소 등으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1983년 설악산에서 밀렵으로 죽은 반달가슴곰을 마지막으로 남한에서는 한동안 찾아볼 수 없다가 2000년대 초반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발견되면서 복원사업이 시작됐다. 이때 개체수를 늘리기 위해 해외에서 들여온 반달가슴곰 대부분이 러시아 연해주에서 왔다. 야생 번식에도 성공해 현재는 지리산 등에 60여마리가 살고 있다.
한국과 러시아가 수교 30주년을 맞아 반달가슴곰과 불곰의 모습이 담긴 공동우표를 발행했다. 공동우표란 두 나라가 함께 발행하는 기념우표로, 두 나라에서 같은 날 판매된다. 지난해 발행한 한국과 인도의 공동우표는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로, 서기 48년에 배를 타고 금관가야로 건너와 김수로왕과 혼인한 허황후가 주인공이었다. 포르투갈과 수교 50주년을 맞아 2011년 공동발행한 우표에는 두 나라의 대표적인 배인 거북선과 무장상선 나우(Nau)를 넣었다. 2002년 베트남과의 수교 10주년을 기념한 공동우표에는 경주 불국사의 다보탑과 베트남 하노이에 있는 한기둥탑이 들어갔다. 1999년 요한 볼프강 폰 괴테 탄생 250주년을 맞아 독일과 함께 발행한 우표에는 괴테가 단독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이번 공동우표에는 왜 하필 ‘곰’이었을까. 우정사업본부 박동혁 사무관은 “러시아에서 공동우표 사업을 제안했고, 우리가 소재를 제안했다”며 “서울과 모스크바의 야경, 한국의 해태와 러시아의 그리핀(사자 몸통에 독수리 머리와 날개를 가진 전설의 동물), 소나무숲과 자작나무숲, 나전칠기와 러시아의 알공예, 곰 같은 동물들을 제안했는데 러시아에서 그중 단독으로 ‘곰’이 좋겠다고 회신이 왔다”고 말했다. 반달가슴곰은 한국의 우정사업본부가, 불곰은 러시아 우정당국이 디자인했다.
우표 소재가 ‘곰’으로 정해진 뒤 담당 사무관이 우려했던 건 러시아 국민 애니메이션인 〈마샤와 곰〉이었다. “극중에서 반달가슴곰과 불곰이 라이벌 관계이다 보니 혹시라도 좋지 않은 이미지로 비치진 않을까 조금 우려도 했어요. 아무래도 양국의 우호를 위해 제작하는 우표이다 보니 신경이 많이 쓰이더라고요. 하지만 오히려 애니메이션 덕분에 친숙하고, 미워할 수 없는 라이벌이자 친구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이재덕 뉴콘텐츠팀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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