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성윤, 한동훈 통화한 검사들까지 채널A사건 엮으려 했다

이민석 기자 2020. 12. 21.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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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에 공모 가능성" 구속영장에 포함시켜
수사팀 검사들 "증거 없다" 반발에도 이성윤 강행
"법리 아닌 정치적 목적 따라 수사 이뤄진 것"

‘채널A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지검장 이성윤) 형사1부가 지난 7월17일 이동재 전 채널A 기자 구속영장 실질심사에서 수사팀 검사들의 격렬한 반대에도 “한동훈 검사장 외에 송경호·신봉수 차장 등도 이번 사건에 공모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영장 의견서를 제출하고 한 검사장과 송·신 차장 간의 통화 내역을 첨부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이성윤 중앙지검장, 정진웅 당시 형사1부장(현재 광주지검 차장)

송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으로 ‘조국 사건’을 수사하다가 올해 초 여주지청장으로, 신 검사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지휘하다가 같은 시기 평택지청장으로 좌천됐던 인사다. 두 사람 모두 윤석열 검찰총장의 지시로 정권 수사를 담당했던 검찰 간부였다.

중앙지검 형사1부는 지난 7월15일 이 전 기자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이틀 뒤인 7월17일 영장실질심사가 열렸다. 수사팀 검사들은 영장실질심사 전날까지 ‘한동훈 검사장 혐의도 확정할 수 없는데 의견서에 송·신 차장의 공모 가능성을 언급하고 검찰 간부 간의 통화 내역을 제출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대했지만 묵살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당시 이성윤 지검장, 이정현 1차장, 정진웅 형사1부장, 전준철 반부패2부장 등을 제외한 수사팀 검사 대부분이 반대 의견이었지만 이 지검장이 영장 발부를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 것”이라며 “이는 영장 발부에 영향을 미쳤고 판사도 영장발부 사유에 그런 뉘앙스를 풍겼다”고 했다.

이동재 채널A 전 기자

이런 정황은 영장실질심사 전날인 7월16일, 수사팀 검사들이 검찰 내부 메신저를 통해 주고받은 메시지에서 잘 나타난다. 본지는 당시 메신저 내용을 복수 관계자들을 통해 취재했다.

△”이 부분 수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는데도 (송·신 차장의 공모 가능성을) 의견서에 넣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 부분이 향후 우리 수사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재고할 것을 건의 드린다.” (A 검사)

△”한 검사장과 통화했다는 이유 만으로 검증도 없이 의심된다고 법원에 피력하는 것에 반대한다. 통신영장 등 합리적인 검증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A 검사)

△”한 검사장과 신봉수·송경호 차장이 얼마나 자주 통화를 했는지, 왜 통화를 했는지, 그 통화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있는 지에 대해선 심도 있는 고민 없이 (이 전 기자) 구속 영장을 발부 받기 위한 방편으로 기재하는 것을 반대한다.”(B 검사)

△”현 수사 단계에서 검찰간부들과의 통화 내역을, 그것도 특정 시점 이전에 종전 통화 빈도와의 대조도 없이 그 내용도 전혀 확인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록으로 낼 법리적, 논리적 근거가 떨어지고 무리한 결정이다. 재고가 필요하다.” (C 검사)

이런 반발이 쏟아지자 D 부부장은 주임 부장이었던 정진웅 당시 형사1부장, 수사에 관여했던 전준철 반부패2부장에게 ‘검사들의 반대 의견을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한(동훈)의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는데도 한(동훈)과 연락한 검찰 간부들에 대한 의심은 맞지 않다. 의견서 버전이 올라갈수록 그런 부분이 집중적으로 오히려 더 보강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이성윤 지검장에 보고 들어간) 정진웅 1부장 나오면 (다시 한번) 명확히 말씀 드리겠다. 추가 의견서에 대해서 저를 포함한 모든 팀원들이 검사적 양심을 가지고 보았을 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1(정진웅), 2(전준철) 부장님께 말씀 드렸고 그 이유도 상세히 말씀 드렸다. 이런 상황이라면 저를 포함한 검사들 모두 심문에 들어가지 않을 것 같다고 말씀 드렸다. 2부장(전준철)님도 그래도 끝까지 함께 가야 하지 않겠냐고 하면서 검사장님께 보고 드려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이들의 의견은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김동현 영장전담판사는 영장을 발부하면서 “피의자(채널A 전 기자)가 특정한 취재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과 연결하여 피해자를 협박하려 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자료들이 있다”며 “실체적 진실 발견, 나아가 언론과 검찰의 신뢰 회복을 위해서라도 현 단계에서 피의자에 대한 구속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이를 두고 “중앙지검이 수사검사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제출한 의견서가 영장전담판사의 판단에는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얘기가 검찰 안팎에서 나왔다.

지난 7월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 응급실 음압병실 침대에 누워 있는 정진웅 당시 서울중앙지검 형사 1부 부장검사. 당시 중앙지검이 "피압수자(한 검사장)의 물리적 방해 행위 등으로 담당 부장검사가 넘어져 병원 진료 중"이라는 공식 입장문을 냈다.

그러나 이후 형사1부는 송·신 차장은 물론 한동훈 검사장도 기소하지 못했고, 오히려 정진웅 형사1부장(현 광주지검 차장)이 한 검사장 독직 폭행 혐의로 기소되면서 한때 ‘검·언 유착’을 향해 달리던 채널A 수사는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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