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여행 급취소" vs "우리끼리는 괜찮아"

이종민 2020. 12. 2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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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외식·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식당과 숙박업소 등의 예약이 늘고 있다.

반면 가족과 이웃, 직장 동료 등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나 조속히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행이나 모임 등을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도 많다.

온라인 카페 등에도 각종 모임이나 식당 예약을 취소했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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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져가는 거리두기 불감증
"소규모니까" "한적한 곳이니까.."
지인 간 감염 많은데도 모임 고수
방역망 피해 낮 모임·파티룸 이용
호텔·유명식당 성탄절 예약 꽉 차
한쪽선 "지금은 코로나 잠재울 때"
약속 취소하고 집콕 '온라인 인증'
#1. 서울에 사는 이모(63)씨는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대한민국 숙박대전’을 통해 할인된 가격으로 연말 강릉 호텔을 예약했다. 친구 3명과 함께 2박3일간 여행을 즐기고 올 생각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올해 제대로 된 여행을 가지 못했던 터라 기대가 컸다. 그러나 일정이 다가오면서 신규 확진자가 급증하자 고민도 커졌다. 결국 이씨는 친구들에게 여행을 취소하자고 이야기했다. 괜한 걱정이라고 반대하는 친구도 있었지만, 이씨는 방역 당국의 지시를 따르자며 친구를 설득했다.
 
#2. A(30)씨는 지난 19일 친구 2명과 1박2일로 경남 사천의 한 펜션을 다녀왔다. 친한 친구의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자리였다. A씨와 친구들은 모두 부산에 살지만,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는 도심 지역을 벗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생일을 기념하기로 한 것이다. A씨는 “사람이 많지 않은 곳을 찾아가면 괜찮을 것 같았다”며 “‘우리끼리니까 괜찮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 기세가 꺾이지 않으면서 시민들의 방역수칙 준수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거리두기에 참여하는 정도는 제각각이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방역당국 권고에 따라 계획했던 여행이나 모임을 취소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방역 사각지대를 이용해 지인들과 모임을 갖는 사람도 적지 않다.

20일 외식·여행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크리스마스 연휴와 연말연시를 앞두고 식당과 숙박업소 등의 예약이 늘고 있다. 낮에 모임을 갖거나 파티룸 등을 잡아 송년회를 하는 등 ‘꼼수 모임’을 하는 사례도 많다고 한다.

실제 전날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 뷔페에는 식사를 하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섰다. 식당 내 테이블 간 거리는 1.5∼2m씩 벌어져 있었지만, 입장 전 대기 줄이나 음식이 진열된 곳은 사람과 사람 사이 간격이 50cm도 채 되지 않았다. 뷔페를 찾은 박모(32)씨는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높은 시기라는 것은 알지만 가족들과의 자리를 어렵게 만든 거라 식사를 하러 왔다”며 “호텔에서 방역수칙을 잘 지킨다고 안내했었는데 막상 와보니 사람이 많아 다소 불안한 마음도 든다”고 말했다.

다른 유명 식당도 대부분 ‘코로나19 불황’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붐비는 상황이다. 서울 여의도의 한 유명 레스토랑은 성탄절인 오는 25일 점심과 저녁 예약이 대부분 끝났다.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나머지 예약석도 곧 마감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일행끼리’ 만나는 소규모 모임 공간에도 예약이 몰리고 있다. 신촌의 한 파티룸은 성탄절 당일 예약이 대부분 찼다. 파티룸을 예약했다는 직장인 최모(30·여)씨는 “불특정다수가 모이는 식당은 불안하지만 친구들끼리만 있으면 위험도가 덜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사례 중 상당수는 지인·가족에게서 감염된 것이다. 소규모 모임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지난 17일 서울 명동거리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가족과 이웃, 직장 동료 등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서나 조속히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여행이나 모임 등을 취소하고 외출을 자제하는 사람도 많다. 박모(31)씨도 이달 말 갈 예정이었던 제주도 여행을 취소했다. 올해 들어서만 두 번째 여행 취소다. 박씨는 “이달 초까지만 해도 여행 갈 기대에 부풀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생각해서 마음을 접었다”며 “아쉽지만 지금은 코로나19가 가라앉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온라인 카페 등에도 각종 모임이나 식당 예약을 취소했다는 ‘인증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오늘 내가 만나는 사람이 감염자일 수 있다고 가정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며 “지역사회 전파가 광범위하게 일어나는 상황이라 소규모 모임도 안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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