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갑질에 "그게 괴롭힘이냐?"고 반응한 근로감독관들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 조사를 해달라고 하니 감독관이 '내가 얼마나 바쁘고 힘든지 아느냐. 이번 달까지 근무하고 다른 곳으로 발령 나는데 남은 임기를 조사하며 보낼 수 없다'고 하네요." (직장인 A씨)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노동청에 진정을 넣었는데, 감독관이 '그게 무슨 괴롭힘이냐'라며 피해자의 의견을 노골적으로 배척합니다. 사측을 조사도 하기 전에 '괴롭힘은 아니지만'이라고 전제하며 대화를 이어갑니다."(직장인 B씨)

시민단체 직장갑질119가 20일 근로감독관의 '막말 톱10'을 발표했다.

이는 직장 내 괴롭힘 가해자들을 감싸는 근로감독관들의 막말로 진정인들이 2차 피해를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이 단체가 공개한 막말 피해 사례 중에는 '나도 그런 일이 있는데 그럼 나도 괴롭힘이냐', '그게 무슨 괴롭힘이냐' 등 직장 내 갑질 피해를 별일 아닌 일처럼 축소하는 발언이 적지 않았다.

법적 분쟁이 되면 서로에게 피해가 있다거나 신고의 실익이 없다는 등의 말을 하며 피해자 의사와 관계없는 화해를 종용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감독관이 얼마나 바쁜지 아느냐', '피해자가 관여할 일이 아니다'라며 업무에 소홀한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 '괴롭힘 증거를 가져와라', '이런 것을 이용하려는 근로자들이 많다' 등 가해자의 편을 드는 발언도 있었다.

실제로 직장 내 갑질 피해자 중에서 사용자를 노골적으로 감싸는 근로감독관으로 인해 정신과 치료를 받고 극단적 선택까지 고민했다는 사람도 있었다고 직장갑질119는 전했다.

이 단체는 근로감독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고용노동부 내 근로감독청을 신설하거나 근로감독관을 증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근로감독관을 증원하고 불시 감독을 통한 실질적인 근로감독을 시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심우섭 기자shimmy@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