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5야드에서 홀 1m에 붙인 11살짜리 타이거 우즈 아들 찰리..그 아버지에 그 아들

류형열 선임기자 2020. 12. 20.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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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타이거 우즈가 20일 올랜도 리츠칼튼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0 PNC 챔피언십 첫날 파5 3번홀에서 이글을 잡은 아들 찰리를 사랑이 듬뿍 담긴 표정으로 맞아주고 있다.PGA 투어 트위터 제공


타이거 우즈는 영락없는 ‘아들 바보’였다. 아들 찰리를 바라보는 우즈의 눈에 꿀이 뚝뚝 떨어졌다. 얼굴에 피어오른 행복한 미소가 아버지로서의 순수한 기쁨과 자부심을 그대로 보여줬다. 아버지의 사랑을 받는 찰리도 미소가 가득했다.

20일 올랜도 리츠칼튼 골프클럽에서 열린 2020 PNC 챔피언십 첫날 찰리가 골프 팬들을 사로잡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파5 3번홀에서 찰리는 드라이버를 핀까지 175야드 지점으로 보냈다. 메이저 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역대 우승자 20명이 가족과 둘씩 팀을 이뤄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두 명이 각자 샷을 날리고 선택한 위치에서 두 명이 다음 플레이를 이어가는 스크램블 방식으로 진행된다. 우즈 부자는 찰리 볼을 선택했다. 찰리는 여기서 5번 우드를 꺼내들었다. 앞에 나무가 가로막고 있어서 똑바로 보내기는 어려운 상황. 드로를 쳐야 했다. 11살짜리 찰리는 온몸을 돌려 샷을 날렸다. 오른쪽으로 걸어가서 볼이 홀에 붙는 것을 확인한 찰리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우즈가 찰리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고, 찰리가 우즈의 손을 내려쳤다.

찰리는 약 1m짜리 이글 퍼트도 직접 마무리했다. 티샷에서 세컨 샷, 퍼트까지 찰리가 이글을 다 만들어낸 것이다. 우즈는 입이 귀에 걸린 듯한 미소로 찰리의 손을 잡고 어깨를 껴안아줬다. “너의 첫 이글이야 찰리.”

찰리는 여러 모로 아버지를 빼닮았다.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스윙도 판박이였고, 피니시 후 클럽을 빙글 돌리면서 내리는 동작, 다른 사람의 퍼트를 기다릴 때 오른발을 앞으로 꼬고 있는 자세도 아버지와 똑같았다.PGA 투어 트위터 제공


찰리는 이날 인상적인 샷을 여러 번 선보였다. 13번, 14번, 18번홀에선 우즈가 찰리보다 더 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티샷을 일부러 치지 않았을 정도였다. 파4 16번홀에서도 찰리는 세컨 샷을 홀에 완벽하게 붙여 버디를 만들어냈다.

퍼트도 몇 차례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9번홀에선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기도 했다. 타이거-찰리 부자는 전반 9개홀에서 이글 1개, 버디 6개로 8타를 줄였다. 후반에는 버디 3개, 보기 1개로 2타를 줄여 합계 10언더파 62타 공동 6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동반 라운드를 펼친 마이크와 저스틴 토머스 부자도 같은 성적이었다. 선두는 14언더파 58타를 친 맷 쿠차와 13살짜리 아들 카메론 부자였다.

찰리는 여러 모로 아버지를 빼닮았다. 백스윙부터 피니시까지 스윙도 판박이였고, 피니시 후 클럽을 빙글 돌리면서 내리는 동작, 다른 사람의 퍼트를 기다릴 때 오른발을 앞으로 꼬고 있는 자세도 아버지와 똑같았다.

찰리는 장난기도 아버지 못지않았다. 파4 13번홀에서 마이크 토머스는 티샷이 오른쪽 페어웨이 벙커로 향했다. 저스틴 토머스는 벙커에서 흰색 종이가 떨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고 주워들었다. 거기엔 ‘홀을 뽑아라(draw hole)’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프로암에서 마이크가 찰리에게 써준 종이를 갖고 있다가 마이크의 티샷이 벙커에 들어가자 벙커 속에 갖다 놓은 것이다. 토머스가 웃자 찰리도 모자를 눌러쓰며 웃었다.

토머스는 라운드를 마친 뒤 걸어가던 찰리를 뒤에서 다가가 번쩍 들어올렸다. 토머스는 “오늘 재미었어”라고 물었고, 찰리는 “예”라고 말했다. 토머스는 “오늘 잘했어”라고 칭찬했다.

우즈는 “우리는 서로 곁에 있으면서 서로 응원하는 것이 너무 즐거웠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무엇보다도, 저는 아빠입니다. 찰리와 나 둘 다 공유하고 있는 경쟁심이 있어요. 우리는 이기고 싶었지만, 경쟁적이고 서로 함께 있고 서로에게 기대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었습니다.”

예상을 뛰어넘은 찰리의 기량에 소셜 미디어도 달아올랐다. 찰리의 이글 샷을 올린 PGA 투어의 트위터에는 “11살 밖에 안된 아이가 우리보다 골프를 더 잘한다고 기대했던가? 놀랍지 않아요” 같은 댓글이 이어졌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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