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유전자가 코로나 중증 4배 높인다
멸종한 네안데르탈인이 물려준 유전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더 심하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행히 해당 유전자 변이에 작용하는 다른 질병 치료제가 나와 있어 코로나 중증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의 스반테 파보 박사 연구진은 지난 12일 논문 사전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에 “디펩티딜 펩티다아제-4(DPP4)라는 효소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가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형태이면 코로나 증상이 2~4배 더 심해진다”고 밝혔다.
◇바이러스 침투 돕는 또 다른 입구
네안데르탈인은 현생 인류의 직계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보다 먼저 유라시아 대륙에 정착했지만 4만 년 전 돌연 멸종한 원시 인류이다. 두 인류가 공존한 시기에 서로 피를 나눈 결과. 오늘날 유럽인과 아시아인, 아메리카 원주민은 유전자 중 1.8~2.6%를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았다.
연구진은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 변이로 인해 DPP4 단백질이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는 또 다른 문 역할을 한다고 추정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표면의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을 인체 세포의 ACE2 수용체에 결합시키고 침투한다고 알려져 있다. DPP4가 ACE2의 옆문이 되는 셈이다.
다행히 현재 시판 중인 당뇨병 치료제가 해당 효소 단백질에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네안데르탈인 유전자 변이로 인한 중증 코로나 환자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파보 박사는 “DPP4 단백질이 코로나 환자 치료에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는지 신속하게 시험해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중남대 지안홍 루 교수는 지난 18일 사이언스지에 “이번 결과는 DPP4가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에 도움을 준다는 또 다른 증거를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루 교수는 지난 6월 국제 학술지 ‘아이사이언스(iScience)’에 단백질을 구성하는 아미노산 서열과 단백질 결정 구조 분석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ACE2 수용체와 마찬가지로 DPP4에도 잘 결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유전자 변이가 중증 위험 2~4배 높여
파보 박사는 지난 7월에도 네안데르탈인에서 물려받은 유전자가 코로나 증상을 더 악화시킨다고 발표했다. 당시 연구진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코로나 증상이 심한 사람 약 2000명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3번 염색체에 있는 유전자 6개가 관련이 있었다고 밝혔다. 염색체에 있는 DNA는 두 가닥인데 양쪽에 모두 해당 유전자가 있는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코로나 증상이 세 배나 더 심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번에 지난 10월에 새로 공개된 코로나 환자 유전자 데이터베이스를 토대로 네안데르탈인 관련 유전자 변이를 추적했다. 코로나 입원 환자 7885명 중 네안데르탈인에게 물려받은 DPP4 유전자 변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훨씬 증상이 심했다. DNA 두 가닥 중 한쪽만 네안데르탈인 변이가 있으면 중증 위험이 두 배 높아지고, 두 가닥 모두 네안데르탈인과 같으면 4배로 증가한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파보 박사 연구진은 유럽인과 아시아인 중 1~4%가 네안데르탈인과 같은 DPP4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다고 추산했다.
네안데르탈인 변이 유전자를 가진 코로나 환자는 당뇨병 치료제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연구진은 앞서 DPP4 단백질이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와 같은 계열인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바이러스가 인체 세포에 달라붙어 침투하는 것을 돕는다고 밝혔다. 당시 DPP4 단백질이 바이러스 침투 과정에서 인체 세포의 당분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당뇨병 치료제가 혈당 조절을 위해 DPP4를 공략 대상으로 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네안데르탈인에겐 약, 인류에겐 독
그렇다면 왜 인류는 이렇게 해로운 유전자 변이를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은 것일까. 과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에게는 도움을 줬던 유전자 변이가 현생 인류에게 오면서 해로운 존재로 뀌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미국 애리조나대의 데이비드 에나드 교수는 지난 2018년 인류는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유전물질로 RNA를 가진 바이러스를 공략하는 면역 유전자 변이를 더 많이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물려받았다고 발표했다. 이는 과거 네안데르탈인이 현생 인류의 조상보다 RNA 바이러스에 더 많이 시달린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결국 네안데르탈인과 현생 인류의 조상이 피를 나누면서 인류에게 새로운 병원체와 그에 대항하는 면역 유전자가 함께 전달됐다는 것이다. 프랑스 파스퇴르연구소의 루이 퀸타나-무르시 박사는 사이언스에 “DPP4 유전자 변이는 과거에는 도움이 됐지만 생활양식과 환경이 변하면서 이제는 해로운 존재가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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