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못 가 방광염, 물 못 마시게도..'극한직업' 이케아·코스트코 직원들
코스트코 노조 "매출 4조 5000억 기업 방역 대책이 직원 식당 폐쇄·물 섭취 금지..열화상 카메라도 없어"
피곤함이 몸 전체를 짓누르고 있었지만 통증으로 눈이 떠졌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밖은 아직 깜깜했다.
야간 근무를 하고 온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몸이 아팠다. 어깨와 목, 발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이케아에서 일한 지 넉 달 째, 통증으로 잠을 설치는 새벽이 정모(35)씨에게는 일상이 됐다.
'많은 사람을 위한 더 나은 일상생활을 만든다.'
복지국가 스웨덴에 기반을 둔 이케아의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입사했지만 공사가 마무리되지 않은 먼지 날리는 매장에서 직원들을 근무시킨 걸 보면서 기대는 실망감으로 바뀌었다.
"매장 열기 2개월 전부터 일했는데 정말로 직원들이 하루에 2만보씩 걸었어요. 그것도 안전화를 신은 상태로요. 불편한 안전화 신고 오래 일하고 나니 3일 일하고 고열에 몸살까지 겹쳐서 많이 아팠아요."
정씨는 "바꿔 말하면 아픈 사람이 많다는 뜻이었다"며 "하루 이틀 일하고 병나는 사람이 많아서 아프지 않는 직원이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힘든 업무를 견디고 일해도 '보상'은 없었다. 정씨를 포함해 이케아에 채용되는 근로자 대부분은 승진 없는 무기계약직이기 때문이다.
들쭉날쭉한 근무 스케쥴과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 등 개선을 요구하자는 목소리가 하나 둘 모여지면서 지난 2월 한국 시장 진출 6년만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산하 이케아노조가 설립됐다.
이케아노조는 △의무휴업보장 △일 최소 6시간 근무 △출근사이 14시간 휴식 보장 △임금체계 개편 △병가제도 확대 △무상급식 등을 요구하며 7개월 전부터 사측과 협상을 진행해 왔다.
지난 12일 교섭 자리가 마련됐지만 사측이 식대 500원을 추가 부담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시하면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
이케아지회 박혜현 기흥분회장은 "이마트 등 동종업계는 무상급식에 식사시간도 유급인데 우리는 무급 휴게시간인 15~30분 안에 밥을 다 먹어야 한다"며 "식사시간을 보장해 달라는 요구에 500원을 들먹이는 건 직원을 노예, 거지 취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분회장은 또 "교대해 줄 사람이 없어서 화장실도 못 가고 일하느라 방광염에 걸린 직원도 있다"며 "많은 사람을 위한다는 회사가 직원에게 할 짓이냐"고 비난했다.
이케아노조는 오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파업에 돌입한다. 광명점, 고양점, 기흥점, CSC콜센터 소속 800명이 24일부터 나흘간 파업을 진행한다.
정윤택 지회장은 "이케아 노동자들은 세계기업 이케아의 기만적인 차별대우를 철폐하려고 파업을 시작한다"며 "회사는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외국계 대형마트인 코스트코 역시 "직원들의 안전을 보장하라"는 내부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마트노조 코스트코지회에 따르면 지난 5일 코스트코 상봉점에서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지만, 사측은 아무런 공지를 하지 않았다.
코스트코지회 박건희 지회장은 "상봉점에서 점장에게 확진자 발생 사실을 확인해달라고 요구하니 남의 직원에게 왜 답변해야 하냐는 대답이 돌아왔다"며 "상봉점뿐 아니라 광명, 의정부, 양재점에서도 확진자와 동선이 겹쳐도 직원들은 소리소문없이 퇴근을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코스트코는 올해 4조5천억의 매출로 성장을 이루고 있는데도 회사에는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캐셔 직원에게 물을 마시지 말라며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직원들은 3개월 전, 회사가 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직원 식당을 폐쇄한 이후 편의점에서 라면과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다고 전했다. 또 양치질과 가글을 할 때 화장실 사용을 금지하고 건물 외각에서 하도록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코스트코 노조는 "하루에 최소 1만5000명이 넘는 고객들이 들락날락하지만 대다수 점포에 열화상 카메라조차 없는 게 코스트코의 현실"이라며 "한국의 정서와 실정에 맞게 노동자와 고객의 안전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의무를 다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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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조혜령 기자] tooderigir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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