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확보 국가별 격차 극심..'美-中' 대립 속 백신동맹 생기나
[편집자주] 7200여만명의 확진자와 164만여명의 사망자를 발생시키고도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코로나19. 기나긴 터널 끝 빛은 코로나19 백신이다. 하지만 국가별로 갇혀있는 터널의 길이는 다르다. 영국과 미국, 캐나다 등은 이미 백신 접종을 시작했고 중국, 러시아 등도 자체 백신을 내세우고 있다. 한국은 첫 백신 접종시기를 앞당긴다지만 여전히 내년 1분기를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백신 확보 글로벌전쟁에서 각국의 위치는 어디쯤일까.
일부 부유한 국가들이 내년 말까지 풀릴 코로나19 백신을 싹쓸이 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가별 백신 '쏠림'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G2로 불리기도 했던 미국과 중국의 대립처럼 백신의 효능에 따라 백신을 중심으로 새로운 동맹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부국들이 인구 대비 몇 배에 달하는 백신 물량을 확보하고 있는 데 반해 빈국들은 내년 말이 돼도 많아야 인구의 20% 정도만 백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듀크 대학과 에어피니티 등이 수집한 백신 계약을 분석한 결과 여러 백신 후보들에 투자한 유럽연합(EU)은 인구 대비 2배, 미국과 영국은 4배 이상, 캐나다는 6배 이상의 물량을 '입도선매'했다.
앤드리아 테일러 듀크대 연구원은 "일부 고소득 국가들이 앞줄을 모조리 싹쓸이 했다"고 말했다.
미국은 백신 5개에 대한 연구와 개발, 제조 지원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면서 백신업체에 물량 압박을 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지원 조건은 생산 물량 접근에 대한 우선권이었다. 다른 부국들도 거래 물량을 늘릴 수 있다는 옵션을 더해 대규모 선주문 대열에 가세했다.
NYT에 따르면 미국은 화이자에서 5억 회분을 추가로 사들이는 옵션으로 일단 1억 회분, 모더나에서는 2억 회분을 확보한 데 이어 3억 회분을 추가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옥스퍼드대, 존슨앤드존슨, 노바백스, 사노피-글락소스미스클라인 등에서도 8억1000회분을 선주문했다.
영국도 이들 업체에 3억5700만 회분을 요청한 상태고, 1억5200만 회분을 추가로 사들이는 옵션을 걸어뒀다. EU는 이들 회사와 독일 큐어백으로부터 13억 회분을 확보했고 6억6000만 회분을 더 확보할 수 있다.
반면 대다수 개발도상국엔 확보로 가는 길이 더 멀다.
일부 제조업체들이 물량 목표를 낮추고 있어 많은 저소득 국가들이 2024년 전까지 자국 인구 전체에 접종할만큼 충분한 백신 물량을 확보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백신 공동구매·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가 가동되고 있지만 목표 달성을 위한 자금 모금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성공적으로 10억 회분을 확보하더라도 이는 빈국 인구의 20%도 접종하기 부족한 분량이다.
백신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부유국들에 대해 백신 물량을 공유하라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코백스는 호주와 영국, 캐나다, EU에 빈국들이 물량을 아예 확보하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자국 물량을 순차적으로 받으라고 권고했다.
존 응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소장도 "일부 국가는 필요로 하는 양보다 서너 배, 다섯 배 분량을 확보했다"면서 이를 아프리카 빈국과 나누면 더 많은 사람들을 보호할 백신 접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응켄가송 소장은 아프리카 국가들은 대개 내년 2분기 이후에나 백신을 볼 수 있을 전망인데 집단 면역을 위해선 인구 60% 이상이 접종해야 해 코백스로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서방에서만 노력한다 해서 퇴치할 수 없는 만큼 유엔이 공공재인 백신을 공평하게 배급할 수 있는 특별회의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유국들이 백신 여분을 기부해도 전 세계 나머지 국가들이 내년 말까지는 필요로 하는 물량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고 NYT는 내다봤다. 자연적 집단 면역이 형성되는 경우가 생기면 백신 수요가 줄어 2022년 후반에는 충분한 공급이 이뤄질 거란 관측도 있으나 그 사이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것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일본 제약사 안제스 창업자이자 오사카대 교수인 모리시타 류이치는 "백신을 전략 물자로 보는 관점에서 지금 새로운 백신 동맹이 생기고 있다"고 했다. 그는 중국 백신에 개발도상국이 줄을 서고, 미국 백신에는 선진국들이 뛰어든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당분간은 서로 다른 백신을 맞은 나라끼리 더 분열되는 상황을 빚을 수 있다고 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창밖으로 던진 엄마·모른척한 아빠…아이는 죽었다 - 머니투데이
- 3년 연속 1위…'구독자 4200만' 유튜버, 얼마나 벌었나 - 머니투데이
- 대학로 연극배우가 '50만 구독자' 고양이 유튜버가 된 사연 - 머니투데이
- "못죽여서 후회" 전 연인 살인미수범…법정서 “미안한 감정 없다” - 머니투데이
- '불안장애' 정형돈, '뭉찬'으로 활동 재개…"웃음으로 보답" [전문] - 머니투데이
- 최민환, '전처' 율희와 살던 집 떠난다 "아이들 태어난 집…행복했다" - 머니투데이
- 김수찬, 친부 만행 폭로 후 "제가 죄 지은 것도 아니고…괜찮다" - 머니투데이
- "안되면 되게하라" 우리은행 부당대출 비밀 - 머니투데이
- '착한' 암은 없다…"과잉진단" 논란 그 후, 갑상선암 사망률 다시 증가 - 머니투데이
- '폭주족' 잡던 교통계장…용산 지키는 경찰서장으로 - 머니투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