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SK·포스코, 그룹 간판 교체 중] 정의선 회장, 현대차그룹 '새판' 짠다

김동우 기자 2020. 12. 1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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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차와 건설 등을 주력 업종으로 삼고 있는 거함, 현대차그룹이 방향타를 바꾸고 있습니다. 

김동우 기자, 최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고요?

▷[김동우 / 기자]
그렇습니다.

크게 신규 투자와 인사에서 ‘큰 변화’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먼저 인사부터 짚어주시죠?

네, 지난 15일 정의선 회장 취임 후 첫 인사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세대교체와 신사업입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최측근인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과 정진행 현대건설 부회장이 이번 인사에서 용퇴했기 때문인데요.
         
대신 도심항공모빌리티와 수소연료, 로보틱스를 주도할 차세대 리더들을 대거 발탁했습니다.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약 30%가 미래 신사업·신기술·연구개발(R&D) 부문에서 배출됐습니다.

이런 인사는 정의선 회장이 지향하는 그룹 미래 방향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으로 해석됩니다. 
   
▶[송태희 / 앵커]
그러니까 단순히 세대교체 뿐만 아니라 인적 자원 분야도 달라진 것이군요?

이런 변화, 신규 투자에서 나타난다고요?

▷[김동우 /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정의선 회장이 취임 후 첫 빅딜을 내놨습니다.

▶[송태희 / 앵커]

어떤 빅딜입니까?

▷[김동우 / 기자]
로봇개로 유명한 미국의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하기로 한 것입니다.

지난 13일 현대차그룹은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으로 부터 인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지분 80%를 확보하는데 약 1조원을 투자합니다. 

현대차가 30%, 현대모비스가 20%, 현대글로비스가 10%씩 참여하고 정 회장도 사재 약 2400억원을 투자해 20%를 인수합니다.

▶[송태희 / 앵커]
로봇 전문업체 미국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어떤 회사인가요?

▷[김동우 / 기자]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올해 로봇개 스팟미니가 진화된 스팟을 내놓았는데요.

스팟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용접도 하고, 동료를 위해 문을 열어주고, 주인에게 캔맥주를 갖다 줄 수 있습니다.

두 발로 걷는 로봇- 아틀라스 등도 내놓았습니다.

기계적 분야를 넘어 로봇의 자율주행과 인지·제어 등에서 세계 최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그런데 정의선 회장, 사재까지 출연했다고 하셨는데 그룹 총수가 사재를 털어 M&A에 투자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아닌가요?

정 회장은 왜 로봇에 뛰어드는 것인가요?

▷[김동우 / 기자]
우선 성장성입니다.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올해 444억 달러 수준이었던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32%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는 2025년에는 1772억 달러, 우리 돈 약 193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음은 시너지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보유하고 있는 로보틱스 역량 자체만으로도 사업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상황인데요.

여기에 현대차 그룹은 이런 로봇 기술을 자율주행차와 도심항공모빌리티 등과 연결시켜 사업성을 극대화하려는 그런 포석으로 해석됩니다.

▶[송태희 / 앵커]
그렇다면 현대차그룹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로봇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전략을 갖고 있나요?

▷[김동우 / 기자]
이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올해 6월부터 네발로 걷는 로봇 ‘스폿’을 판매하고 있는데요.

향후에는 국내 외 각종 건설현장이나 물류현장에 맞는 로봇도 양산형으로 개발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물류에 특화된 로봇인 핸들과 픽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인간형 로봇인 휴머노이드 사업에도 진출해 환자 간호 등에서 인력을 대체하거나 보조할 수 있게 될 전망입니다.
                  
여기에서 주목되는 것은 물류 로봇인데요.

물류산업을 하고 있는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 글로비스와 연계해 새로운 밸류체인을 구축할 수도 있습니다.
                                
[김필수 /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 : 계열사가 관련 있는 회사들이 다 (로보틱스 기술을) 접목을 한다, 이렇게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보스턴 다이내믹스사가 그런 원천 기술을 많이 갖고 있다는 측면에서 (현대차와)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로봇 사업 강화를 위해 계열사 재편도 하고 있다고요?

▷[김동우 / 기자]
네,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 더불어 현대모비스는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부문 인수도 발표했습니다.

현대오트론의 반도체 사업부문의 개발 인력과 자산을 1332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건데요.

로봇의 두뇌역할을 하는 것이 반도체이다 보니 로보틱스 사업 강화를 위해 계열사 재편까지 이뤄지는 겁니다.
           
▶[송태희 / 앵커]
로봇 산업을 좀 더 구체적으로 분석해볼까요?

▷[김기송 / 기자]
로봇 산업은 용도에 따라 산업용과 서비스용으로 구분됩니다.

현재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는 분야는 산업용 로봇인데요. 

운반·조립·가공 등 제조 현장의 단순 반복 작업을 수행하는데,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자동차 조립 공정입니다.

서비스용 로봇은 의료·군사·구조 등 생활 전반을 지원하는 개인용 로봇입니다.

▶[송태희 / 앵커]
그런데 산업용 로봇 시장에서 가장 성장세가 높은 분야는 물류 로봇이라구요?

▷[김기송 / 기자]
네, 물류 로봇은 상하차, 이송과 저장 그리고 물류창고에서 상품을 꺼내는 역할까지 하는데요.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픽(Pick)’과 ‘핸들(Handle)’ 등의 물류 로봇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AI가 적용된 게 가장 큰 특징인데 딥러닝을 사용하는 ‘픽’은 다양한 박스를 정확하게 찾아내는 역할을 합니다.

‘핸들’은 물품을 하나씩 꺼내서 정해진 위치에 옮기는 역할을 하는데 팔레트를 통째로 옮기던 기존 로봇과 다릅니다.
                     
▶[송태희 / 앵커]
이동형 로봇도 있죠?

▷[김기송 / 기자]
그렇습니다.

이동형 로봇은 안내와 지원이 가능한 로봇인데 주로 산업 현장에서 점검과 순찰 용도로 쓰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 ‘스팟(Spot)’은 네 다리로 걷고 장애물을 피하고, 스스로 균형까지 잡을 수 있습니다.

또 로봇 후면에는 별도의 모듈을 장착할 수 있어서 가스 누출을 감지하는 등 다양한 응용이 가능합니다.

이미 건설 현장 모니터링과 가스·석유·전력 설비 감시에 투입되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로봇,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보완, 대체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김기송 / 기자]
네, 바로 휴머노이드 로봇인데요.

두 발과 팔로 환자 간호와 집안 일 등 개인 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점프, 물구나무서기에 공중제비까지 가능한 ‘아틀라스’를 선보였었는데요.

이미 음식 서빙 로봇은 현실이 됐고 앞으로 휴머노이드가 서비스 영역은 물론 인간 생활 깊숙히 들어올 것으로 보입니다. 
 
▶[송태희 / 앵커]
로봇이 점점 인간의 모습을 닮아 가고 있군요.

그런데 왜 자동차 회사가 로봇에 뛰어 드는 것인가요?

▷[김동우 / 기자]
원래 완성차업계와 로봇은 어색한 사이가 아닙니다.

공장에서 부품이나 자동차를 조립할 때 자동화 로봇이 투입되어 왔구요.

최근에는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데 사실 자율주행이라는게 로봇기술과 일맥상통한 면이 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에 뼈와 근육을 심으면 로봇이 되는 것이거든요.

이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역량을 어떻게 현대차그룹에 녹여낼 수 있는지가 관건입니다.

[오준호 / 카이스트 기계공학부 교수 :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가지고 있는 기초 기술들, 유압 제어시스템이라든가 안정화라든가 그 분야에서 제일 앞서있는 게 보스턴 다이내믹스인 건 맞고요. (산업 현장에서)누구나 쓸 수 있는 정도 수준까지 가는 건 기술적인 발전이 더 있어야 된다고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그러면 실제로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김기송 / 기자]
토요타는 배송 목적지에 도착하면 물품을 스스로 전달하는 로봇을 내놓고 적용하고 있습니다.
          
미국 포드 자동차는 ‘어질리티 로보틱스’와 협력해서 최대 18㎏까지 물건을 들 수 있는 직립 보행 로봇 ‘디짓’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고요.
          
독일 폭스바겐은 올해 1월, 주차된 전기차를 찾아가 충전을 직접하는 자율주행 충전 로봇을 선보였습니다.

충전 전용 주차공간이 따로 필요 없어서 공간 효율성과 편의성이 뛰어나다는 겁니다.
                         
이밖에도 보쉬와 콘티넨탈 같은 자동차 부품사까지 로봇 산업에 뛰어 들고 있습니다.

▶[송태희 / 앵커]
현대차 그룹의 큰 전략을 분석해 볼까요.

정의선 회장은 로봇을 그룹의 간판 신산업으로 내세우고 있죠?  

▷[김동우 / 기자]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부터 미래 성장 패러다임 전환으로 로봇을 지목했습니다.

[정의선 / 현대차그룹 회장 (지난해 10월 22일 타운홀 미팅) : 앞으로 미래에는 자동차가 50%가 될 것이고요. 나머지 30%는 ‘프라이빗 에어 비히클’ (개인항공기), 그리고 20%가 로보틱스가 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현대차그룹은 이번 보스턴다이내믹스 인수로 1차적으로 일시에 그룹의 로봇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첨단 기술 선도업체로의 글로벌 브랜드 이미지까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향후 물류, 도심항공과 결합되어 새로운 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데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게 됐습니다. 
                         
▶[송태희 / 앵커]
설명을 듣다 보니까 궁극적으로 현대차그룹이 차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물류 등 결국 아마존과도 경쟁할 수 있다, 이런 의미로 들리네요? 

▷[김동우 /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전 세계에서 물류 최강자가 아마존입니다.

이 아마존이 잘하는 이유가 풀필먼트, 즉 재고관리부터 배송까지 인공지능과 로봇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사업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는 게 뭐냐면 물류기업인 아마존은 오히려 올해 6월에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스타트업 죽스를 인수했습니다.

향후에 죽스의 자율주행차가 아마존의 물류배송에 투입될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쉽게 말해서 이미 로봇 물류센터를 쓰고 있는 아마존은 자율주행차에 투자하고 자율주행차를 연구하는 현대차는 로봇에 투자하는 겁니다.
              
현대차그룹도 물류기업인 현대글로비스에 로보틱스 사업을 강화하면 아마존의 물류사업모델과 흡사해진다고 볼 수 있게 됩니다.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신시장 개척이라는 퍼즐을 누가 먼저 맞추느냐를 놓고 경쟁하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을 시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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