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주말] 헬스장 문 닫아 걱정? "우린 집안에 차렸습니다"

유종헌 기자 2020. 12.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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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관이 집으로 들어왔다..
코로나로 늘어나는 '홈짐'族

내년 1월 보디 프로필 촬영을 앞둔 직장인 이범규(27)씨는 요즘 퇴근 후 헬스장 대신 집으로 향한다.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면서 평소 다니던 헬스장은 문을 닫았지만, 이씨는 여전히 매일 3시간씩 근력 운동을 한다.

이씨가 운동을 계속 할 수 있는 이유는 체육관을 아예 집으로 들여왔기 때문. 이씨는 지난 9월 300만원을 들여 스쾃, 데드리프트 등 고중량 운동을 할 수 있는 파워랙과 덤벨, 유산소운동을 위한 러닝머신 등을 집 안에 설치했다. 바닥엔 소음 방지를 위해 매트도 깔았다. 이씨는 “돈은 많이 들었지만, 코로나 걱정 없이 운동할 수 있어 만족한다”고 했다.

직장인 이범규씨가 지난 9월 집 안에 만든 홈짐. 헬스장이 문 닫은 뒤에도 여기서 하루 세 시간씩 근력 운동을 하고 있다. /이범규 제공

코로나 대유행으로 헬스장 등 각종 실내체육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집을 체육공간으로 만드는 ‘홈짐(Home Gym)족’이 늘고 있다. 홈짐을 갖출 여유가 없는 이들은 홈짐족의 집을 빌려 운동하거나, 중고 거래 앱에서 ‘일일 홈짐 이용권’을 거래하기도 한다.

◇헬스장 문 닫자 홈짐에 몰린 사람들

서울 도봉구에 사는 홈짐족 김다은(29)씨는 요즘 ‘(너희) 집에 들러 운동해도 되느냐’는 지인 연락을 받는다. 헬스장에서 마스크를 쓴 채 운동하는 데 불편을 느낀 김씨는 지난여름 집에 홈짐을 차렸다. 400만원을 들여 원판, 케틀벨, 실내 사이클 등 각종 운동 기구를 마련했다. 집에서 친동생과 번갈아 근력 운동을 즐긴다는 김씨는 “헬스장이 문을 닫으면서 ‘홈짐을 빌려달라’고 연락해오는 사람들이 생겼다”면서 “코로나 걱정에 정말 친한 친구에게만 한 번 빌려줬다”고 했다.

전직 헬스 트레이너 김중훈(25·경기 구리)씨도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던 지난 7월, 창고로 쓰던 방 하나를 체육관으로 만든 경우.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두 시간씩 집에서 몸을 만든다는 김씨는 “운동을 좋아하는 친구들에게 이용료는 따로 받지 않고 빌려준다”고 했다. “대신 각자 운동하며 마실 음료수를 사 와요. 방역 수칙도 철저히 지키고요.”

김다은씨가 올 여름 구성한 홈짐. 방 한 칸을 통째로 비우고 각종 운동 기구를 들여 놨다. /김다은 제공

이들은 왜 헬스장 이용권보다 훨씬 비싼 돈을 내고 홈짐을 차린 걸까. 지난 9월 홈짐을 만든 직장인 김성훈(32)씨는 홈짐의 장점으로 ‘자유로움’을 꼽았다. “복장에 신경 쓸 필요도, 다른 사람 운동 끝나길 기다릴 필요도 없는 게 장점 아닐까요?”

홈짐에 대한 관심은 통계에서도 나타난다.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수도권 사회적 거리 두기 강화로 헬스장 영업이 중단된 지난 9월 1~14일 웨이트기구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늘었다. 복근 운동인 싯업 기구는 210%, 아령·덤벨은 180%, 벤치프레스는 126% 늘었다. 비싼 운동 기구를 임차하는 서비스도 주목받고 있다. 롯데렌탈이 운영하는 생활용품 렌털 브랜드 ‘묘미’에 따르면 올해 1~11월 러닝머신, 실내사이클 등 유산소운동 기구 렌털 이용자가 지난해보다 61.8% 늘었다.

◇중고 장터에서 ‘홈짐 이용권’ 거래하기도

일부 사용자들은 이용료를 내고 모르는 사람의 홈짐을 빌리기도 한다. 이른바 ‘홈짐 임대’다. 지난 8일 중고거래 앱 번개장터에는 ‘홈짐 이용권을 7000원에 판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하루 7000원을 내면 자기 원룸에 있는 운동 기구를 이용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다른 중고거래 앱 ‘당근마켓’에서도 ‘홈짐 일일권을 1만원에 사겠다’, ‘방역 수칙은 철저히 지키고 샤워도 안 하겠다’는 홈짐 이용권 구매 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홈짐 임대’엔 위법 소지가 있다는 게 전문가의 설명. 이충윤 변호사(법무법인 해율)는 “영리를 목적으로 ‘홈짐 임대’를 계속할 경우 체육시설로 신고하고 소득세도 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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