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주의인문정원] 산책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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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기라는 행위는 인류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그는 산책을 정신의 영양 섭취, 자기 자신의 휴양을 취하는 방식으로 삼았다.
산책자는 날씨의 진정한 향유자들이다.
산책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좇은 속도와 생산성에 대한 반작용이자 저항의 한 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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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자는 날씨의 진정한 향유자
걷기라는 행위는 인류 이전부터 존재해 왔다. 걷는 자들은 몸의 가능성과 한계를 가늠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들은 걸을 때 미지의 것을 취하고, 제 상상을 한껏 넓히고 인식의 부피를 키운다. 걷기와 산책은 다르다. 관광, 쇼핑, 거리 시위, 도망은 걷기 범주에 들지만 산책이라고 할 수는 없다. 산책은 미학적 양식으로 다듬어진 걷기다. 나는 날마다 산책에 나선다. 날이 궂거나 화창하거나 집 밖을 걷는 습관은 내 일상의 일부다.
산책은 계절의 오고 감, 기온의 차이, 하늘의 변화나 구름의 움직임, 변화무쌍한 기상의 조건들에 대한 관찰이고 추인이다. 산책자는 날씨의 진정한 향유자들이다. 아울러 산책은 느림의 온전한 향유, 시(時)·날(日)·주(週)·해(年) 같은 단위시간을 거머쥐려는 기도(企圖), 지각의 되먹임을 몸으로 반추하는 행위다. 산책이 이쪽에서 저쪽으로 나아가는 신체 이동의 유력한 방식을 넘어서서 전문화된 취향의 영역으로 들어온 것은 200년밖에 되지 않는다. 산책은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좇은 속도와 생산성에 대한 반작용이자 저항의 한 형식이다. 시인 보들레르가 19세기 파리에서 보여주었듯이 산책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는 무위의 한 형태로 나타났다. 산책자의 출현은 걷기를 미학적 경험의 일부로 귀속시키는 일종의 문화혁명이었다.
산책은 몸을 쓰는 일이다. 몸의 일부인 다리의 근육을 주로 쓰되 점진적이고 계속적으로 쓰는 일이다. 산책은 이익을 탐하는 행위가 아니다. 이게 무보상의 행위라는 데서 오는 숭고함 속에서 산책의 즐거움은 생겨난다. 주택가를 벗어나 인적 드문 오솔길을 걸을 때 기분이 좋아진다. 숲속의 쾌적함을 머금은 바람은 이마에 돋은 땀을 씻어주고, 나무의 우듬지에 앉은 새들의 지저귐에 귀를 기울일 때 몸에 깃드는 벅찬 희열과 쾌감의 찰나적 섬광은 산책이 주는 진정한 보상이다.
장석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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