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치 내건 영국, 코로나·브렉시트 이겨내고 '옛 영광' 되찾을까 [전희상의 런던 책갈피]

전희상 경제학 박사 2020. 12. 18. 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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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독자적 자유무역 앞둔 영국

[경향신문]

스티븐 월
<마뜩잖은 유럽인>

영국은 지난 1월 유럽연합(EU)을 탈퇴했다. 12월31일에는 전환기간이 만료되고 EU가 체결한 자유무역협정은 영국에서 효력을 잃게 된다. 한국과 영국은 지난해 10월 새로 자유무역협정을 맺었기 때문에 해가 지나도 두 나라 사이 무역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영국과 EU 사이 협상은 많은 이들이 우려한 대로 난항을 겪고 있다. 단일 시장을 둘로 쪼개 무역장벽을 새롭게 세우는 “비자유적” 자유무역협정인지라 참고할 만한 전례가 없고 무역협정뿐만 아니라 안보협력, 어업정책 등에 대한 합의도 이끌어내야 한다. 지난 4년간 파인 감정의 골이 깊어 양측의 대립은 치킨게임으로 치닫고 있다.

협상은 1보 전진과 2보 후퇴를 거듭해왔다. 특히 영국 해역에서 EU 회원국 어선의 조업권 보장에 대한 프랑스의 초강경 입장이 협상 타결에 주요한 걸림돌로 지목된다. 프랑스는 소수지만 어민들이 입게 될 경제적 타격을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영국은 자국 수역에 대한 통제권 행사는 주권 회복의 상징적 조치로 양보할 수 없다고 반박한다.

30여년간 고위관료로 영국의 유럽정책을 담당했던 스티븐 월의 <마뜩잖은 유럽인(Reluctant European)>에 따르면 영국과 프랑스 사이의 대립은 그 뿌리가 깊다. 2차 세계대전 후 영국은 미국 및 영연방국과의 협력에 주력해 EU 전신인 유럽석탄철강공동체 설립에 참여하지 않는 우를 범했다. 10년간 저성장에 시달린 끝에 유럽경제공동체 가입을 결정했지만 프랑스 드골 대통령에게 퇴짜를 맞는 수모를 당했다. 유럽을 미국에 맞설 수 있는 독자 세력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갖고 있던 드골이 영국의 가입을 위협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결국 가입에 성공했지만 자유무역을 추구하던 영국은 자국 농업에 대한 보호무역적 지원 정책을 고수하는 프랑스와 사사건건 대립했다. 영국이 민주주의 확장이라는 명분하에 동구권 국가의 EU 가입을 적극 추진했을 때도 프랑스는 영향력 감소를 우려해 소극적 태도를 견지했다.

프랑스는 1870년 이후 세 번이나 국토를 침탈당했기 때문에 본능적으로 강대한 독일의 출현을 막는 것을 외교정책 근간으로 삼았다. 다만 견제와 대립보다는 전면적 협력을 목표 달성의 수단으로 삼았다는 점이 각별하다. 영국은 유럽의 정치적 통합을 마뜩잖아 하여 지난 50년간 EU에서 일종의 훼방꾼 역할을 했다. 반면 프랑스는 독일과 더불어 EU의 리더로 자리매김했고 독일 통일이라는 잠재적 안보 위협에 직면해서는 통일을 인정하는 대가로 독일이 정치적 통합의 가속화에 동의하게 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글로벌 영국’이라는 기치를 내걸고 영국은 2주 후 새로운 세계로 나아간다. 유럽 대륙의 두 강국인 독일과 프랑스는 역사적으로 유례 없는 강고한 동맹관계를 맺고 있다. 반유럽 정책을 펼쳤던 트럼프 정부와는 달리 미국의 새 민주당 정부는 EU 바깥의 영국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와 브렉시트라는 두 거대한 난관을 뚫고 영국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전희상 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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