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 젊은 병사를 총알받이로..최악의 소모전은 지휘관들의 '광기'였다 [책과 삶]
[경향신문]
베르됭 전투
앨리스터 혼 지음·조행복 옮김
교양인 | 584쪽 | 2만8000원
1915년이 저물던 때, 1차 세계대전은 교착 상태에 빠졌다. 독일군 참모총장 에리히 폰 팔겐하인은 승기를 잡기 위해 프랑스를 치기로 한다. 이듬해 2월21일 ‘심판작전’이라는 이름으로 프랑스 북동부 베르됭을 공격했다. 객관적 전력은 독일군이 압도적이었다. ‘말려 죽이기’ 전략을 택한 팔겐하인은 몇 시간 동안 포탄 세례를 비오듯 퍼붓고는 돌격부대를 진격시켰다.
역사상 가장 참혹한 소모전으로 손꼽히는 베르됭전투는 그렇게 막이 올랐다. 프랑스군 총사령관 조프르는 “죽을 때까지 공격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총알받이’ 병사들의 숫자가 우세하기에, 양쪽이 한 명씩 병력을 잃는다면 결국에는 독일군을 물리칠 수 있으리라 계산했다. 그해 12월까지 양측은 밀고 밀리는 전투를 쉬지 않았다. 한쪽의 힘이 소진되면 상대의 반격이 반드시 이어졌다. 돌파를 위해 달려나간 보병들은 적군 얼굴을 보지도 못한 채 포탄에 쓰러졌다. 때로는 아군 포탄에 맞아 죽었다. 진창이 된 참호에서 진격 명령을 기다리는 동안, 병사들은 허기와 갈증, 잠든 얼굴 위로 기어다니는 쥐와 벼룩에 시달렸다. “참호의 거대한 쥐들은 전쟁 덕분에 번식한 유일한 생명체”였다. “배낭 속 음식을 갉아먹고 사망자의 살로 포식”했다.
10개월간 이어진 전투에서 최소 70만명이 죽었다. 양측 지휘관들의 냉혹함이 만든 참사였다. 독일은 33만명이 넘는 사상자를 내면서 “런던의 왕립공원을 합친 것보다 약간 큰 땅”을 얻었다. 그저 수많은 젊은이들이 속절없이 죽었을 뿐이다. 참혹한 전투가 주는 교훈은 딱 하나다. ‘이런 식의 소모전은 더 이상 안 된다’는 것이다. 2017년 92세로 타계한 저자 앨리스터 혼은 영국의 저널리스트다. 1962년 영국에서 간행된 이 책은 베르됭전투를 가장 실감나게 기록한 걸작으로 꼽힌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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