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유리벽돌 너머에..희망이 반짝거린다

전지현 2020. 12. 1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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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코로나19로 유럽 봉쇄 때
새로운 세상 향한 염원 담은
유리벽돌 계단 작품 제작
"현재 고통 벗어나고픈 소망"
'루브르의 장미' 구슬 작업은
자연에 대한 경의 표현
`Stairs to Paradise` [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계단 형태로 차곡차곡 쌓은 푸른 유리벽돌들이 햇살에 반짝거렸다. 높은 곳으로 향하는 작품은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품고 있어 더 영롱해 보인다.

프랑스 작가 장미셸 오토니엘(56)은 내 집 마련의 열망, 코로나19에서 벗어나고 싶은 사람들의 기도, 천국을 향한 인류의 소망, 세상의 편견을 뛰어넘고 싶은 소수자들의 염원 등을 유리벽돌 작품 'Stairs to Paradise(천국으로 가는 계단)'에 담았다.

[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2010년 인도의 작은 도시 피로자바드를 여행하던 그는 길가에 쌓인 벽돌에 내 집 마련의 꿈이 있다는 데 영감을 받았다. 인도 사람들은 땅을 사고 벽돌을 모은 후에 집을 짓는다. 이때부터 인도 유리공예 장인들과 협업해 유리벽돌 작업 연작을 계속하고 있다. 천연 안료를 사용해 자연스러우면서도 깊은 빛깔이 난다. 팬데믹(대유행)으로 고립된 작가는 파리 작업실 벽돌 너머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길 바라는 마음을 작품에 담았다. 그는 17일 영상 인터뷰를 통해 "희망의 메시지, 재생에 대한 소망,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 코로나19로 고통받는 현재에서 벗어나고 싶은 마음을 담았다. 예술은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천국에 닿기 위해 벽돌로 바벨탑을 쌓은 인간의 열망도 작품에 녹였다. 단순히 조각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공간과 관계를 맺는 작품이다.
`Precious Stonewall` [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유리벽돌을 레고처럼 쌓은 기존 작업 'Precious Stonewall(고귀한 스톤월)' 연작도 4년 만에 열리는 국제갤러리 개인전 'NEW WORKS(새로운 작업)' 벽에 붙여놨다. 8개월 전 유럽이 코로나19로 봉쇄된 상태에서 예술을 사랑하게 해준 1970년대 미니멀리즘 대가 도널드 저드와 칼 안드레가 떠올라 미니멀한 형태와 두 가지 색깔 변화를 결합한 벽돌 작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작가는 "제단 형태로 제작한 유리벽돌 작품들은 관람객뿐만 아니라 벽을 비춘다. 관객들이 명상적인 조각이 만들어내는 리듬을 경험하기를 바란다"며 "내 유년시절 예술 사랑을 회고한 그림 일기 같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Precious Stonewall'은 1969년 뉴욕 동성애 단체가 미국 경찰에 저항한 스톤월 항쟁에서 차용한 제목이다. 2006년 개인전에서 동성애를 고백한 작가는 소수자 인권 문제에 적극적이다.

그의 대표작인 유리구슬 작업도 유년 시절 금지된 사랑의 상처에서 비롯됐다. 그와 열애에 빠진 신학생이 사제의 길과 연인 사이에서 고뇌하다가 목숨을 끊은 후 가톨릭 묵주 형태를 차용한 유리구슬 작품들을 제작하고 있다.

`루브르의 장미` [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이번 전시장에 펼친 검은색 스테인리스 구슬 작품 '루브르의 장미'의 비장한 아름다움이 그의 오랜 슬픔을 연상시킨다. 반면 화사한 분홍색 장미꽃 유리구슬 작업 '루브르의 장미'는 자연에 대한 경의를 담았다.

캔버스에 금박을 입혀 잉크로 장미를 그린 추상화 '루브르의 장미' 6점은 지난해 파리 루브르 박물관 유리 피라미드 건축 30주년 위촉작과 같다. 루브르 박물관에 걸린 17세기 바로크 화가 페테르 파울 루벤스 역작 '헨리 4세와 마리 드 메디치의 결혼식'에 등장한 장미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으로, 이례적으로 이 박물관이 소장을 결정했다.

장 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전경
'Precious Stonewall' 연작 수채화 드로잉 판화 10점도 전시장 입구에 걸려 있다. 독일 출신 작가 요제프 알베르스가 디자인학교 바우하우스 교수 시절 제작한 '유리 회화'를 상기시키는 판화들이다. 유리 매체에 대한 탐구를 넘어 색채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투명한 파란색과 어두운 파란색, 노란색과 에메랄드 초록색, 파란색과 회색 등 두 가지 색상을 조합한 추상화 같다. 전시는 내년 1월 31일까지.
장 미셸 오토니엘 개인전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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