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뭐볼까] 극발전소301의 짧은 연극전, 무대에서 만나는 코로나 시대의 사랑법

이향휘 2020. 12. 18. 13:2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단막극 두편..공감·위로 전해
연극 '언텍트 커넥션'
연극 '언텍트 커넥션'
짧지만 임팩트 강한 연극 2편이었다. 1시간30분 안에 연극 두 편이 인터미션 없이 같은 무대에서 매끄럽게 펼쳐진다. 연말마다 일주일 정도 짧게 공연하는 극발전소301의 '짧은 연극전'이다. 올해로 다섯 번째다. 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어김없이 관객을 찾아왔다. 언택트 시대 사랑법이라는 화두와 함께. 막이 오르면 와인 한 병이 놓인 탁자를 사이에 두고 잠옷을 입은 부부가 등장한다. 30년을 같이 살았다는데 젊은 신혼부부 모습이다. 알고 보니 코로나19를 시작으로 각종 전염병이 창궐한 현실 세계를 피해 '가상현실' 프로그램에 접속한 이들이다. 이들은 '언택트' 가상 세계로 안전하게 도피했지만 서로에 대한 온기를 느끼지 못한 채 갈등한다. 결국 접속을 해제해 '콘택트'할 수 있는 현실로 돌아간다. 무대에서 펼쳐지는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세계가 허황된 미래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은 지금 코로나19 사태가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무대 상황이 금방이라도 현실이 된다 해도 이상하지 않은 느낌이다. 팬데믹 시대 인간의 가치를 새삼 묻는, 여운이 짙은 작품이다.
연극 `오늘도 무사히`
연극 '오늘도 무사히'
막이 내리고 5분 안에 무대가 바뀐다. 불이 다시 켜지니 무대 벽에 '오늘도 무사히'라는 간판이 걸려 있다. 새 연극 제목이다. 코로나19로 하루 종일 같이 붙어 있는 4인 가족의 살벌한 거실 풍경을 코믹하게 펼쳤다.

확진자가 돼 동선이 공개될까 벌벌 떨고, 누군가 기침이라도 하면 즉각 거리를 두며, 손 세정제를 쉴 새 없이 뿌려대면서 체온계를 재는 가족 구성원의 행동이 끊임없이 웃음을 자아낸다. 엄마 생일을 뒤늦게 알고 서프라이즈 파티를 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오씨네 삼부자 얘기에서 큰아들의 깜짝 온택트 결혼식까지 이어지며 코로나19 풍속도를 세밀하게 그려나간다. 이 연극 두 편은 '지금, 여기'라는 따끈따끈한 동시대성을 무기로 잔잔한 위로와 공감을 이끌어낸다. 공연이 열리는 대학로 예술공간 혜화는 100석 규모인 소극장으로, 현재 사회적 거리 두기 2.5단계에서는 30여 석이 판매 가능하다. 관람료는 전 석 1만원이며 공연은 이달 20일까지다.

별점 ★★★

[이향휘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