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법원의 기로..법치 보루 對 정권 도구

기자 2020. 12. 18. 11: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과의 동반 사퇴설을 일축하고 대통령이 재가한 '정직(停職) 2개월' 처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함으로써 대통령이 자신이 발탁한 총장과 법적으로 맞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16조 2항에 따라 형식적 피고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실질적 피고는 징계 집행권자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의 윤 총장 직무 배제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은 하나의 역사적 전범이 될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정욱 변호사 前 영남대 로스쿨 교수

윤석열 검찰총장이 추미애 장관과의 동반 사퇴설을 일축하고 대통령이 재가한 ‘정직(停職) 2개월’ 처분에 대해 법적 대응을 함으로써 대통령이 자신이 발탁한 총장과 법적으로 맞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국가공무원법 제16조 2항에 따라 형식적 피고는 ‘법무부 장관’이지만, 실질적 피고는 징계 집행권자인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이제 공은 헌법과 법치 수호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로 넘어갔다. 이번 재판은 단순히 윤석열 한 사람을 내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이냐 ‘대한문국(大韓文國)’이냐, ‘민주주의’냐 ‘문주주의(文主主義)’냐를 결정하는 국가의 운명을 건 사활적 문제다. 나아가 법원이 ‘법치의 최후 보루’냐 ‘정권의 최후 보루’냐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되는 역사적인 판결이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라면 그 사유가 중대하고 명백하며, 절차는 지극히 바르고 공정해야 한다. 그런데 그 사유가 ‘충무공의 백의종군 당시의 모함’보다 더 조작이다. 친(親)정권, 반(反)윤석열 인사들로 구성된 징계위는 정권이 짜 놓은 각본에 따라 행동대 역할을 했다. 해임·면직이 아닌 정직 처분을 내린 것 역시 비겁한 꼼수다. 사실상 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면서도 민심의 역풍을 낮추고 재판에서 법원을 기망하려는 속셈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판부는 당연히 권력과 여론에 대한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오로지 팩트와 증거가 가리키는 대로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의 소신 판결로 윤 총장에 대한 불법 징계를 바로잡아야 한다. 그리하여 울산시장선거 공작, 펀드 비리, 탈원전 관련 수사 등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해 성역 없는 직진 수사를 하는 윤 총장을 어떻게든 찍어내려는 무도한 권력의 칼춤에 급제동을 걸어야 한다. 수사지휘권, 인사권, 감찰권, 징계권을 휘둘러 자유 대한민국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정권의 치부(恥部)를 가리려는 권력의 막가파식 망동을 막아야 한다.

이와 관련, 지난 1일 서울행정법원의 윤 총장 직무 배제 조치에 대한 집행정지 결정은 하나의 역사적 전범이 될 수 있다. 당시 재판부는 “총장에 대한 직무 배제는 검찰의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총장 임기를 2년 단임으로 정한 검찰청법 등의 취지를 몰각(沒却)하는 것”이라며 신청을 인용했다. 이번 건의 경우 비록 허울이나마 징계위라는 절차를 거쳤고, 추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최종 행위자이며, 직무정지 기간도 2개월이라는 지엽적 차이는 있지만 본질은 똑같다.

집행정지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 발생 우려’다. 금전적 보상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금전 보상으론 참고 견딜 수 없는 유·무형의 손해를 의미한다. 윤 총장의 직무가 정지되면 공수처 출범으로 정권 비리 관련 수사 등 주요 범죄 수사는 사실상 올 스톱 된다. 이게 금전으로 보상 가능한가. 권력형 범죄에 대한 수사 방해보다 더한 공익적 손실이 어디 있는가.

“이번에 우리가 피고인들을 재판하지만 이후 역사가 우리를 재판한다는 사실을 결코 잊어선 안 됩니다.” 제2차 대전 후 뉘른베르크 재판에서 미국의 수석검찰관 로버트 잭슨 연방최고재판소 판사의 경구를 재판부는 깊이 새겨야 한다.

[ 문화닷컴 바로가기 | 문화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 | 모바일 웹]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