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의 이슈Law]'해고자 노조가입'으로 바뀌는 것들
[정재욱 법무법인 주원 파트너변호사] 지난 19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여러 개정 사항이 있지만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고자가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그런데 해고자는 근로자인가 근로자가 아닌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흔히 근로자라 생각하면 특정 회사에 취업 중인 자라 생각하기 쉽다. 실제 근로기준법도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 제1호).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는 사람이니 이 법상으로는 취업 중인자는 근로자에 해당하고 해고된 자는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노조법은 근로자를 ‘직업의 종류에 관계 없이 임금, 급료 기타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하여 생활하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 개념상 근로자는 ‘임금 또는 그에 준하는 수입’을 생활수단으로 하면 충분할 뿐 현실적으로 반드시 근로를 제공하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취업 중인지 여부는 문제되지 않는다.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 대법원도 노조법에서 말하는 근로자에는 특정한 사용자에게 고용되어 현실적으로 취업하고 있는 자뿐만 아니라, 일시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자나 구직 중인 자도 근로3권을 보장할 필요성이 있는 한 그 범위에 포함된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14. 2. 13. 선고 2011다78804 판결).
그렇다면 해고자, 실업자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적어도 노조법상 근로자에는 해당하므로 노조 가입을 당연히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할 수 있다. 해고자, 실직자가 근로자에 포함되는 이상 이들의 노조가입을 허용하더라도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 노조법은 근로자가 아닌 자의 가입을 허용하는 경우 노동조합이 되지 않는다고 보면서 다만 예외적으로 해고된 자가 노동위원회에 부당노동행위의 구제신청을 한 경우에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근로자가 아닌 자로 해석해선 아니된다고 규정해왔다(노조법 제2조 제4호 라목 단서). 해고자를 근로자로 해석한다면 이러한 단서 규정이 있을 필요가 없다. 단서 규정을 보면 해고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자인데, 중앙노동위원회 재심판정이 있을 때까지는 그 지위를 인정해준다는 취지로 읽힌다. 즉, 규정상으로는 해고자는 원칙적으로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돼 있다.
이에 해고자를 근로자로 보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위 단서규정에 따라 노조에 가입할 수 없다고 볼 것인지 논란이 있었다. 대법원은 위 단서 규정이 기업별 노조에만 적용된다고 해석해 논란을 정리했다. 기업별 노조의 조합원이 사용자로부터 해고돼 근로자성이 부인될 경우에 대비해 마련된 규정이라는 취지다. 쉽게 정리하면 해고자는 산업별 노조에는 가입할 수 있으나 기업별 노조에는 가입할 수 없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번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단서규정을 삭제해 해고자도 기업별 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여러 논란을 고려해 해고자와 같이 사업 또는 사업장에 종사하지 아니하는 조합원은 사용자의 사업 운영에 지장을 주지 아니하는 범위에서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법 개정에 대해 노동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다고 평가하는 반면 경영계에서는 해고자의 노동조합 가입으로 인한 여러 분쟁 발생 가능성을 염려하고 있다. 기존에도 해고자가 산업별 노조에는 가입이 가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개정안의 파급력이 크지 않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향후 해고자 이슈의 중요성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개별 사업장에서 노조가 어떠한 입장을 취하느냐에 따라 그 파장도 매우 달라질 수 있다. 노조법의 많은 내용이 바뀐 만큼 개별 사업장에서도 이에 대한 사항을 충분히 인지하고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정훈 (future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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