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어락 '띠띠띠띠'..이별통보 후 '공포의 4시간', 檢 "집 안들어갔다" 불기소
"너 거기 안에 있는 거 다 알아. 문 안열어 XX"
이별을 통보한 다음날 밤, 전 남친이 찾아왔다. 내 이름을 부르며 초인종을 눌렀지만 더이상 그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 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욕설과 함께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너 안에 있는 거 다 안다"며 문고리도 강하게 돌렸다. 도어락 비밀번호도 내 생일, 내 전화번호 등을 눌러보며 문을 열려고 했다.
A씨는 너무 무서워 손이 떨려 경찰에 신고할 엄두도 못냈다. '공포의 4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사라졌다. A씨는 트라우마로 한동안 하루에 2시간 밖에 못자 정신과 진료를 받기도 했다. 이때 처방받은 수면제를 현재도 복용하고 있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A씨(27)의 이야기다. 그의 전남친 B씨(25)가 사라진 후 그제서야 경찰에 신고하고 경찰은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B씨를 '불기소' 처분했다.
검찰이 여성인 피해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주거침입 범위를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봤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거주자의 평온을 방해한 '주거침입죄'에 해당한다며 항고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달 2일 오후 7시쯤 B씨(25)는 그 전날 이별을 통보한 A씨 집에 찾아갔다. 지인을 통해 A씨가 집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초인종을 눌렀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B씨에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서울중앙지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은 기소유예로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A씨가 중앙지검으로부터 받은 불기소 이유서에 따르면 검찰은 B씨의 주거침입 피의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B씨가 직접 주거지로 들어가지 못했던 점, 잘못을 시인하며 반성하는 태도와 초범이라는 사실을 정상 참작해 기소유예 처분했다.
B씨는 빌려준 노트북을 받으러 A씨 집에 방문했다는 취지로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어락 비밀번호 역시 1111, 0000 등 연속된 번호를 집안에 있는 A씨가 들으라고 누른 것 뿐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집 앞 CCTV를 보면 핸드폰으로 플래시를 켜 도어락을 비추면서 신중히 누르는 B씨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며 "단순히 반복된 숫자를 빠르게 누르는게 아니라 비밀번호를 찾아 집으로 들어가려고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 실제 주거지 안에 들어서지 못한 점을 불기소 사유로 본 것은 당시 피해자가 느낀 공포, 처한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거침입죄는 반드시 실제 집에 침입을 해야만 성립되는 죄가 아니고 주거하는 사람의 '평온'을 깨뜨리는 모든 행위에 혐의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벌금형으로 이어진 판례도 있다.
지난달 9일 서울동부지법 형사11단독 박정길 판사는 내연녀 정모씨(55)의 집에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주먹으로 두드린 이모씨(27)에 '주거침입죄'를 적용해 벌금형 70만원을 선고했다.
이씨와 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같은 음식점에서 일하다 내연 관계를 맺었다. 하지만 올해 7월 직원끼리 회식 도중 이씨가 관계를 폭로하자 정씨는 이씨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이씨는 회식이 끝난 다음날 새벽 정씨가 전화를 받지 않자 수차례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주먹으로 강하게 쳤다.
재판부는 "정씨의 경찰 진술조서와 CCTV 영상 등을 종합해볼때 이씨가 정씨의 주거에 무단으로 침입한 게 인정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주거침입죄의 양형기준이 아직도 마련돼있지 않고 기존 판례들을 참고하는 수준에 그쳐 검찰의 불기소 처분에 명분을 주고 있다고 지적한다.
박찬성 변호사(포항공대 인권자문)는 "주거침입죄는 아직까지도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구채적 양형기준이 없어 처벌수위가 다소 들쭉날쭉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최소한의 양형기준이라도 마련된다면 기소유예, 불기소처분의 가능성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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