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대신 20년간 억울한 옥살이… 경찰 “무고한 청년에 가혹행위, 반성”
이춘재 연쇄 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누명을 쓰고 20년 동안 억울한 옥살이를 한 윤성여(53)씨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988년 8차 사건이 발생한 지 32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이 확정된 지 30년 만이다. 윤씨는 지난해 이춘재(57)가 “1986~1991년 화성·수원·청주 일대에서 발생한 미제 살인 사건 14건의 범인”이라고 자백하자 재심을 청구했다.
수원지법 형사 1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17일 “피고인이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윤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경찰 자백과 진술은 불법 체포·감금 상태에서 가혹 행위로 얻어져 임의성이 없고 적법 절차에 따라 작성되지 않아 증거 능력이 없다”며 “피고인의 자백과 법정 진술은 다른 증거들과 모순·저촉되고 신빙성이 없는 반면, 이춘재의 자백 진술은 내용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증거들과도 부합해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무죄를 선고하면서 “잘못된 판결로 20년 동안 옥고를 치르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고통을 겪었을 피고인에게 법원이 인권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사법부 구성원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무죄 선고 뒤 윤씨는 “앞으로 나 같은 사람이 안 나오기를, 공정한 재판이 이뤄지길 바란다”는 소감을 밝혔다.
경찰청은 윤씨의 무죄 선고 직후 입장문을 내고 “무고한 청년에게 살인범이라는 낙인을 찍어 20년간의 옥살이를 겪게 하여 큰 상처를 드린 점 깊이 반성한다”고 밝혔다. 검찰도 지난달 19일 결심 공판에서 윤씨에게 무죄를 구형하고,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고 말했다.
윤씨의 변호인은 “무죄 판결에 그치지 않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와 경찰관들이 자행한 구체적인 불법행위의 진실 규명을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씨는 최근 본지 인터뷰 등에서 배상금과 관련해 “100억원을, 1000억원을 준다 한들 내 인생과 바꿀 수 있겠나. 당신한테 ’20억 줄 테니 감옥에서 20년 살아라’ 하면 살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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