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도시' 군산서 연주한 즉흥곡

임희윤 기자 2020. 12. 18.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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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군산.

그러던 그가 지난해 8월 군산으로 이주한 뒤 피워낸 7곡 중 14분 55초에 이르는 대곡 'Rhapsody in Gunsan'이 시작이었다.

군산에 머무는 그를 16일 전화로 만났다.

군산의 동우아트센터를 녹음실 삼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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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에 정착한 피아니스트 임인건
새 앨범 'Rhapsody in Gunsan'
"음악은 소리.. 들리는 대로 들어야"
신작 앨범 ‘Rhapsody in Gunsan’을 낸 피아니스트 임인건 씨는 “리스트의 ‘헝가리 광시곡’, 거슈윈의 ‘랩소디 인 블루’처럼 군산에 대해 느낀 것을 스타일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풀어냈다”고 말했다. 임인건 씨 제공
“언젠가부터 막연히 ‘군산에 가면 내 꿈이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임인건)

전북 군산. 일제가 자원 수탈을 위해 만든 계획도시이기에 3대 이상 산 사람이 없다고 들었다. 애환이 가득한 이방인의 도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부터 6년간 거주하던 제주의 자연이 남긴 잔상을 그곳의 낯선 삶과 섞으면 새로운 음악세계를 꽃피울 수 있을까 하고 그려봤다.

피아니스트 임인건 씨(61)의 이야기다. 그가 새로운 연주 앨범 ‘Rhapsody in Gunsan’을 내놨다. 첼로(송상우)와 함께 자아낸 아련하며 명료한 서정미의 극치가 이따금 실험성과 융합한다. 어디를 만지느냐에 따라 프리재즈라고도, 뉴에이지라고도 부를 법한 청각적 코끼리다.

임 씨는 제주의 외딴 마을 하도리에서 ‘하도리 가는 길’이란 카페를 운영하며 음악 활동을 했다. 그러던 그가 지난해 8월 군산으로 이주한 뒤 피워낸 7곡 중 14분 55초에 이르는 대곡 ‘Rhapsody in Gunsan’이 시작이었다. 군산에 머무는 그를 16일 전화로 만났다.

“대단원의 테마부를 제외하면 완전한 자유즉흥 연주예요. 모험이었지요.”

군산의 동우아트센터를 녹음실 삼았다. 아시아인 최초로 그래미상을 세 개나 탄 황병준 엔지니어가 서울에서 내려와 녹음했다.

프랑스 파리나 체코 프라하의 가을 영화에 울릴 법한 애조 띤 곡 ‘군산에서’는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영화 ‘군산전기’의 주제곡으로 지었다.

고 박성연과 박효신이 부른 ‘바람이 부네요’는 이번에 연주곡으로 다듬어 실었다. 서주부의 괴팍한 불협화음이 서정적 주제로 이어지는 진행이 파격적이다.

“하도리 살 때 어느 지독히도 추운 밤 썼거든요. 바깥의 매서운 바람, 그리고 거기에서 스스로에게 안온한 위로를 주고팠던 작곡 당시의 심정을 돌이켜 구성해봤어요.”

제목부터 범상치 않은 ‘당근밭 집 딸’은 고단한 노동과 고독 속에 한 생을 보낸 이의 삶을 한국 현대 단편소설의 필체를 상상하며 표현한 곡. 이름 모를 주인공은 잎사귀 사이로 보이는 농로를 왈츠의 리듬과 속도로 걸어간다.

서울 토박이인 임 씨는 앞으로 군산에서 음악의 밭을 일궈갈 생각이다.

“밖의 말로는 재즈, 뉴에이지, 클래식이라 가리킬 수 있겠지만 저는 그저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그 속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 최대한 잘 표현해보려는 생각밖에 없습니다.”

다음 작품은 2011년 앨범 ‘Inflection Point’ 이후 오랜만에 전자음악으로 만들어볼 계획도 갖고 있다. “내 마음 한 편엔 기계소리 같은 것도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말은 말뿐이죠. 지금까지 제가 드린 말도 다 잊어주세요. 음악은 소리로 다가가는 것. 들리는 대로 들어주세요. 그게 정답입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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