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 눈 가까이 갈수록..정타에선 '높이높이 멀어지네' [2020 한국야구, 이렇게 바뀌었다 (2)]

이용균 기자 2020. 12. 17.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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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수들을 성장시킨 '하이 패스트볼'

[경향신문]

‘무조건 낮게’ 전통적 관념 깨고
미·일 거쳐 KBO서도 “통한다”
타자들 ‘어퍼 스윙’에 더 효과적
투수들은 자기 공에 자신감도
결정적 순간 ‘새로운 전략’으로

선동열 전 야구국가대표 감독은 최근 한 매체에 연재한 ‘선동열 야구학’에서 “내가 선수로 뛸 때는 무브먼트에 대한 이해가 별로 없었다. 공은 최대한 낮게 던지라고, 스트라이크존 좌우를 잘 공략하라고 배웠을 뿐”이라고 밝혔다.

선 전 감독이 ‘하이 패스트볼’을 구사한 것은 1996년 일본 프로야구 주니치에 입단한 뒤였다.

시간이 흘렀고, 야구는 변했다. KBO리그 2020시즌은 투수들이 ‘하이 패스트볼’을 가장 많이 구사한 해로 기록된다. 더 이상 ‘무조건 낮게’ 던지지 않고, ‘높다고 무조건 위험하다고’ 여기지도 않는다. 타자 눈에 가까이 날아오는 ‘하이 패스트볼’은 심리적으로 더 빠르게 보이는 위력적인 공이다.

KBO 공인 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에 따르면 2020시즌 전체 속구 대비 하이 패스트볼의 비율은 42.51%였다. 스트라이크존을 9등분했을 때 위쪽 3칸 포함 그 위쪽에 구사된 속구를 ‘하이 패스트볼’로 규정했다. 전체 속구 중 42.51%가 스트라이크존 상단 3분의 1 위쪽으로 구사됐다는 뜻이다. 2019시즌에는 이 비율이 41.13%였다.

메이저리그는 이미 수년 전부터 하이 패스트볼 비율이 증가했다. 김선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메이저리그 스트라이크존이 확대되면서 위쪽 존 공략이 유리해진 데다 타자들의 스윙 궤적이 발사각을 위해 어퍼 스윙 쪽으로 바뀌면서 하이 패스트볼이 효과적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KBO리그도 비슷한 과정을 겪는다. 김원형 SK 감독은 “투수들의 구속이 빨라졌고 타자들의 스윙 궤적이 바뀌면서 하이 패스트볼 구사 비율도 늘었다”고 말했다.

2020시즌 속구 대비 하이 패스트볼 비율이 가장 높았던 팀은 KT로 45.89%였다. 2위는 KIA로 45.38%였다. 특히 KIA는 2019시즌 40.62%에서 5%포인트 가까이 하이 패스트볼 비율이 늘었다.

KIA는 2020시즌 윌리엄스 감독이 취임했다.

서재응 투수코치도 메이저리그 경험이 있다. 서 코치는 “상대가 하이 패스트볼에 약점을 보이면 맞더라도 과감하게 많이 던지라고 주문했다”고 말했다.

하이 패스트볼은 헛스윙이나 파울을 만들어내는 것 말고도 또 다른 효과를 얻는다. 서 코치는 “하이 패스트볼은 타자 입장에서 가운데로 온다고 생각했는데 헛스윙이 된다. 타자에게는 ‘내가 늦었나’라는 심리적 동요를 갖게 한다. 투수에게는 한가운데 높은 공 헛스윙을 통해 공에 대한 자신감을 얻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이 패스트볼은 ‘볼배합의 원칙’도 바꾼다. 2020시즌 한국시리즈 2차전, 두산 마무리 이영하가 5-1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물러난 뒤 올라온 김민규가 NC 박민우, 이명기를 잡아내며 불을 껐다. 위기 상황에서 두산 포수 박세혁은 김민규에게 바깥쪽 하이 패스트볼을 요구해 박민우를 삼진 처리했다. 당시 경기를 중계한 김선우 위원은 “위기 때 땅볼 유도는 과거의 전략이 됐다. 높은 공으로 뜬공을 만들어내는 게 더 아웃확률이 높다. 박세혁의 리드가 영리했다”고 말했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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