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화상인데 입원 안 돼요"..SOS에 달려온 의사
<앵커>
생후 10달 된 아기가 심한 화상을 입었는데, 코로나19 자가격리자로 분류된 상태라 통원 치료할 병원도 구하지 못한다는 안타까운 사연이 있었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화상전문병원 의사가 구급차에서 급히 치료를 해줬는데, 이런 미봉책에 기댈 것이 아니라 더 촘촘한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민경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 14일 코로나19 확진 통보를 받은 강 모 씨.
치료시설 이송을 기다리는데, 10개월 된 아이에게 큰일이 터졌습니다.
뜨거운 물이 쏟아져 아이가 얼굴과 팔에 화상을 입은 것입니다.
[강 모 씨/아이 아버지 : 애가 막 기어 다니면서 뭐 집고 하다가 애가 화상을 입어서 부랴부랴 보건소 통해서 119 불러 가지고….]
응급 처치 뒤 입원시키려 했지만, 자가격리자로 분류된 아이를 받아주는 곳을 찾기 어려웠습니다.
[강 모 씨/아이 아버지 : (아이가) 코로나 검사받고 검사 결과가 안 나왔으니까 입원이 안 된다(고들 말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도움을 요청했고, 근처 화상전문병원 의사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화상외과 원장 김영민 씨였습니다.
김 원장은 보건소 역학조사관과 동행해 구급차에서 레벨D 방호복을 입고 아이를 치료했습니다.
[김영민/화상외과 원장 : 응급 처치만 되어 있는 상태이고, 추가적인 드레싱(상처 처치)이 필요할 거라고 판단이 됐고….]
아이는 다행히 다른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했지만, 자가격리 대상 응급환자 문제가 숙제로 떠올랐습니다.
[김영민/화상외과 원장 : 예를 들어서 맹장(염)에 걸렸다든가 복막염이 생겼다면… 이런 환자들, 자가격리 기간에 분명히 생길 수가 있거든요. 그런 환자들은 사실 이런 방법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가 되는 것이죠.]
병원 홈페이지가 마비될 정도로 세간의 관심과 감사 인사가 쇄도했지만, 김 원장은 코로나와 싸우는 일선 의료진에 공을 돌렸습니다.
[김영민/화상외과 원장 : 의료진들 너무나 고생하시는데, 한 번 가서 아이를 치료해준 것에 주변에서 칭찬해주시는데… 그건 너무 부끄러운 상황이라서….]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전민규)
민경호 기자ho@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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