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건물주님 감사합니다"..인천 식당에 대형 현수막 붙은 사연

송윤경 기자 2020. 12. 17. 15:49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16일 오후 인천시 서구 청라동 한 음식점 앞에 점주가 ‘임대인 감사’ 현수막을 부착하고 있다. | 연합뉴스


“착한 건물주님, 코로나19 끝날 때까지 임대료 면제 감사합니다. 고객님께 이 고마움을 나눌게요”

지난 16일 인천 서구 청라동의 A식당에 이런 내용의 대형 현수막이 붙었다. 현수막을 제작하고 부착한 사람은 5년째 이 식당을 운영 중인 유민수씨(66)다.

‘임대료 면제’ 현수막을 걸게 된 사연은 이렇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이 시작되고 거리두기 2.5단계에 접어들면서 적자가 눈에 뻔히 보이는 상황이 됐다. ‘임대료 면제’ 얘기를 먼저 꺼낸 건 유씨였다. 식당 손님으로 종종 찾아오는 건물주 B씨에게 “지금 우리가 문을 닫게 되면 다른 세입자가 들어오기도 힘들 것이고, 어려울 때 봐주시면 위기를 넘기고 나서 그 이상의 보답을 꼭 해드리겠다”고 말했다.

B씨는 유씨의 제안에 흔쾌히 응했고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임대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코로나19 감염이 시작된 지난 2월과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올 추석 무렵에도 ‘건물주’ B씨는 두 차례 임대료를 감면해 줬다.

유씨는 “다른 건물주들께는 실례될지는 모르지만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어려움이 있다는 걸 알리면, 동참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현수막을 붙였다”고 말했다.

음식점 경력이 30여년에 이르는 유씨에게도 올해는 유독 넘기 힘든 ‘고비’였다. 그는 “2월에 코로나19가 닥쳤을 때 한 달에 1500만원 적자를 봤다”면서 “그 이후에 열심히 해서 좀 정상화해 놓으면 다시 적자를 보는 식이었다”고 했다. 유씨는 “그래도 재고를 놀리기보다는 빠르게 회전하는 것이 낫다 싶어서, 설렁탕 등의 가격을 5000원으로 낮추고 2인분을 포장 주문하면 5인분을 드리는 식으로 대응하자 주문이 계속 이어져 그나마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A식당은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10명의 직원을 유지하고 있다.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근무시간이 줄어든 후부터는 직원 대상 ‘조리 교육’ 시간을 만들어 그만큼의 임금을 꼬박꼬박 지급하고 있다고 했다. 유씨는 “아침에 나오는 직원들과는 아침밥을 잘 해 먹고 싶어서 요즘은 거기에 투자를 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지역 커뮤니티에 아침식사 메뉴 자랑을 할 정도로 분위기가 좋아졌다”면서 “서로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힘을 합하면 반드시 다시 장사가 다시 잘 되리라는 생각을 갖고 이 위기를 이겨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유씨는 올해 8월엔 자신의 식당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다녀갔다는 사실을 알리는 글을 지역 커뮤니티에 올린 적도 있다. 확진자의 방문 시간과 자신과 직원들이 자가격리를 했던 사실, 방역조치 등 정보를 자세히 알렸다. 그는 “이 동네 식당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 것만 알려지면 다른 점포에 피해가 갈 것 같아서 차라리 직접 다 밝혀서 다른 분들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했다.

송윤경 기자 kyu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