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또 오해영'과 마이데이터 규제

길재식 2020. 12. 17. 13:4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생각해 보면 다 줄 거야 하고 원 없이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재고, 마음 졸이고, 나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이제 그런 짓 하지 말자." 지난 2016년에 인기 끈 TV 드라마 '또 오해영'에 나오는 명대사 가운데 하나다.

고등학교 시절에 예쁘고 항상 본인보다 잘나가는 동명이인 오해영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한 평범한 오해영의 인생을 담은 명작이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다 줄 거야 하고 원 없이 사랑한 적이 한 번도 없다. 항상 재고, 마음 졸이고, 나만 너무 좋아하는 거 아닌가 걱정하고…. 이제 그런 짓 하지 말자.” 지난 2016년에 인기 끈 TV 드라마 '또 오해영'에 나오는 명대사 가운데 하나다. 고등학교 시절에 예쁘고 항상 본인보다 잘나가는 동명이인 오해영으로 인해 주목받지 못한 평범한 오해영의 인생을 담은 명작이다.

드라마가 전해 준 감동은 오래 남는다. 잘나가는 오해영을 부러워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인생, 본인의 가치관을 믿고 순수한 마음을 지키며 위기와 역경을 헤쳐 가는 평범한 오해영의 당당함이 흡사 우리 인생을 보는 듯하다.

ⓒ게티이미지

오해영과 비슷한 사람이 있다. 금융인으로서 정보기술(IT)인으로서 여러 규제로 어지러운 한국 금융시장에서 국내 최초로 모바일 카드를 만든 지기이다. 금융사와 통신사가 합작한 1호 핀테크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이기도 하다. 한국 금융 혁신을 위해 당당하게 달려온 그는 주위에 여러 잘나가는 오해영이 있음에도 묵묵히 외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많은 준비를 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엄청난 위기를 만났다.

금융 당국이 황당한 규정을 들어 6곳의 기업을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최근 개정된 신용정보업 감독 규정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대주주가 형사소송이나 제재 절차에 있으면 그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 심사에서 제외한다는 조항이다. 그의 열정과 노력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됐다. 통신사와 금융사를 결합해서 만든 비즈니스 모델, 소상공인·취약계층을 위한 새로운 대안 신용평가, 다양한 마이데이터 연계 서비스를 그는 묵묵히 준비해 왔다. 그러나 이 단서 조항 하나로 그의 꿈은 산산이 깨질 위기에 놓였다.

그는 '평범한 오해영'으로서 한국 핀테크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묵묵히 걸어왔다. 이런 기업가가 시장에 진입조차 할 수 없는 생태계는 개선돼야 한다. 신용정보업 감독 규정을 조속히 개정해서 평범한 오해영의 꿈을 꺾는 일은 막아야 한다. 기울어진 운동장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창업하려고 준비한 가게에 문도 열기 전에 입구를 대못으로 박으면 되겠는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든 어떻게 해서든지 현행 심사 규정을 상식선으로 돌려놔야 한다. 평범한 오해영이 해외를 호령하는 오해영으로 변신할 수 있도록 손톱 밑 가시를 제거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