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니아노트]되돌아 본 2020 프로야구⑰집행검으로 장식하며 넘사벽으로 마무리한 공룡군단

정태화 2020. 12. 17.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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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우승을 자축하는 집행검을 들어올린 NC 선수단
'perfect'란 말 이외에 다른 수식어를 붙일 수가 없다. KBO 리그 1군 리그에 참가한지 8년. 6번의 포스트시즌 진출. 그리고 정규리그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제패. NC 다이노스의 2020년은 '완벽했다'는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코로나19로 한달여 이상 늦은 5월 5일 개막한 2020 KBO리그에서 7게임째인 5월 13일 단독선두로 올라선 뒤 10월30일 정규리그를 마칠때까지 171일, 138게임동안 NC는 단독선두였다. 역대 최장기간이다.

우승팀에게는 트레이드 마크처럼 붙어 다니는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 신구선수들의 조화, 프런트의 전폭적인 지원은 그대로 NC에게도 적용된다.

여기서 눈여겨 보아야 할 점이 있다. NC는 2018년 팀 창단이후 처음으로 꼴찌로 떨어졌다. 기존 팀을 인수한 것이 아니라 백지에서 시작해 하나씩 뼈대를 쌓아 올리면서도 1군리그에 진입한 이듬해에 곧바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NC로서는 충격이었다. 결국 2018 시즌 도중에 김경문 창단감독이 옷을 벗었다.

그리고 이동욱 감독이 취임했다. 또 4년 총액 125억원으로 KBO 최고 포수 양의지가 두산에서 유니폼을 바꿔입었다. 순식간에 팀이 바뀌었다. 10위→5위→1위로 수직 상승했다. 오비이락(烏飛梨落·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고사성어로 우연히 동시에 일어난 일이라는 뜻)​일수도 있지만 또한 반대로 감독과 팀의 리더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뜻이 되기도 한다.

올시즌 NC는 공수의 기본 지표인 팀 타율 2위(0.291), 팀 평균자책점 5위(4.58)로 모두 1위인 두산에 못미쳤다. 그러면서도 공격부문을 보면 안타 1위(1483개), 득점 1위(888점), 타점 1위(845점) 홈런 1위(187개)였다. 또 투수 부문을 보면 1292개의 안타만 허용해 10개 구단 가운데 두산의 1395개에 견주어 100개 이상 적었고 실점도 714점으로 최소실점 1위였다. 수비에서는 LG(80개), 두산(87개)에 이어 최소 실책 3위(87개) 도루 최소허용 1위(48개)로 도루저지율은 46.2%로 가장 높았다. 반면 도루는 101개로 4위에 그쳤다.

구창모는 올시즌을 계기로 우리나라 왼손투수의 계보를 이어갈 수 있는 대형투수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각종 지표에서도 NC가 다른 어떤 팀들보다도 탄탄한 전력을 가졌다는 것이 증명이 된다.

마운드에서는 외국인투수 드류 루친스키의 19승(5패)을 비롯해 둘쑥날쑥하기는 했지만 마이크 라이트의 11승(9패) , 비록 부상으로 2달의 공백에도 불구하고 한국시리즈에서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 구창모(9승)와 2년차 신인 송명기(9승3패)는 흙속의 진주나 다름없었다. 여기에 확실한 더블 마무리로 활약한 원종현(3승5패30세이브)과 문경찬(5패10세이브11홀드)에 임정호(22홀드) 임창민(11홀드) 등의 활약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이제 구창모는 우리나라 왼손투수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투수로 꼽는데 어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한국시리즈에서도 확실한 토종 에이스다운 역할을 했다.

NC 마운드의 샛별로 등장한 고졸 2년차 송명기. 웃음띤 모습이 상큼하다.
이런 구창모와 함께 송명기의 등장은 그야말로 깜짝이나 다름없다. 정규리그 9승도 깜짝 성적이지만 한국시리즈에서도 6이닝을 한 점도 내 주지 않고 1승 1홀드를 거두었다. 4차전 선발로 나서 5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통합 우승을 확정지은 6차전 구원투수로 나서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고졸 2년차로 2000년대생 최초 포스트시즌 승리투수라는 기록도 세웠다. '미러클 명기'다.

이들의 공을 받은 양의지는 "제일 기대한 선수는 구창모였고, 송명기는 이 정도까지 올라올 줄 몰랐다. 김영규도 많이 올라왔다"며 "어린 친구들이 올라와 준 덕분에 NC가 강팀이 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였다.

타격도 마찬가지다.

양의지(33홈런-151안타-124타점), 나성범(34홈런-170안타-112타점), 애런 알테어(31홈런-134안타-108타점) 등 세 선수가 단일팀에서 KBO리그 사상 처음으로 30홈런-100안타-100타점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운 것을 비롯해 주전급 8명이 모두 100안타를 넘어섰다.

박민우(161안타 63타점), 강진성(122안타 70타점), 박석민(109안타 63타점) 이명기(146안타 45타점) 노진혁(117안타 82타점) 등이 100안타 대열에 합류했다. NC 창단멤버인 강진성은 프로 데뷔 처음으로 꽃을 피우면서 올시즌 NC의 최대 히트상품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양의지와 원종현이 한국시리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서로 부둥켜 안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부터 가세한 양의지의 존재는 NC에게 더할 수 없는 힘이 됐다. 비단 정규시즌에서의 활약뿐만 아니라 한국시리즈에서 보여준 베테랑에다 캡틴으로서의 품격은 그야말로 NC 전력의 원천이나 다름없었다.

양의지는 한국시리즈 6경기에서 타율 3할1푼8리(22타수 7안타) 1홈런 3타점으로 활약했다. 4차전 결승타, 5차전 쐐기 투런포를 날렸고 1승2패로 뒤지고 있던 시리즈도 양의지의 활약으로 반전시키며 역대 두번째로 한국시리즈 MVP를 안았다. 두산소속이던 2016년 NC를 상대로 한 한국시리즈에서 MVP에 오른데 이어 이번에는 자신의 전 소속팀인 두산을 상대로 또 MVP를 수상하는 묘한 기록도 함께 남겼다.

NC의 내년 시즌은 이제 도전을 받는 디펜딩 챔피언이다. 주포 나성범의 메이저리그 진출, 외국인선수의 변수가 남아 있다. 나성범은 내년 초 메이저리그의 포스팅이 끝나야 결과를 알수 있고 외국인 선수 가운데 마이크 라이트와는 이미 결별을 했다. 루친스키와 알테어는 재계약대상이지만 아직까지 재계약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고 있다. 두 선수의 올시즌 활약도로 보아 충분히 메이저리그 복귀도 미루어 짐작이 가능해 아직은 미지수다.

NC는 올시즌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를 통합우승하면서 큰 자신감을 얻었고 기량도 한계단 올라섰다. 이 우승을 지키기 위해서는 앞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느꼈다.

2020년이 'NC 미러클'의 원년이 될 수 있을지는 앞으로에 달려 있다.

[정태화 마니아타임즈 기자/cth082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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