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기·참을성… 한국인 어머니에게 배웠다”
한국계 미국인 여성으로는 처음 다음달 미 연방의회에 입성하게 된 메릴린 스트리클런드(58·한국명 ‘순자') 하원의원 당선인은 15일(현지 시각) 본지 화상 인터뷰에서 “‘최초'란 역사를 만드는 것은 언제나 영광이다. 하지만 ‘최후’가 되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시의회, 시장, 주의회, 주지사 같은 각급의 대표로 출마할 한국계 미국인들을 계속 길러내는 일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는 “(지역구인 워싱턴주 제10선거구에) 로스앤젤레스만큼은 아니지만 상당한 한국계 인구가 있고 내 비서실장인 앤드루 노 역시 한국계”라고 말했다. 또 “한국계 미국인 사회의 지지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것”이라며 “역사를 만드는 일이 의미 있는 이유는 미국과 세계, 한반도의 중요한 문제들에 있어 우리의 목소리를 갖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트리클런드 당선인은 세계2차대전과 6·25 참전 용사였던 아프리카계 미국인 아버지 윌리씨와 한국인 어머니 김인민(91)씨 사이에서 1962년 태어났다. 아버지가 군 복무 중이던 서울에서 출생했지만, 두 살 무렵 미국에 가서 워싱턴주 터코마시에서 자랐다. 워싱턴대를 졸업하고 클라크 애틀랜타대에서 경영학석사(MBA)를 한 뒤 스타벅스 등에서 일한 그는 지난 2010년 한국계 최초, 흑인 여성 최초로 워싱턴주 터코마 시장이 되면서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지난달 선거에 워싱턴주 제10선거구의 민주당 후보로 출마해 한국계 여성 후보 중 가장 먼저 승리를 확정 지었다. 이후 캘리포니아주에서 공화당 소속으로 출마한 미셸 박 스틸(65·한국명 박은주), 영 김(58·한국명 김영옥) 후보의 당선이 결정돼 ‘한국계 여성 3인방’이 나란히 내년 1월 연방하원의원으로 취임한다.
스트리클런드 당선인은 “내가 흑인이자 한국계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자주 ‘한국계란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느끼나. 당신은 얼마나 한국적인가'라고 묻는다”고 말했다. 이어 “나는 이렇게 답한다. ‘한국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사람은 곧 한국인이다. 더 말할 것도 없다(period)’”고 했다. 그는 “1960년대 남편을 따라 아는 사람도 없고 언어도 모르는 미국에 오신 분이 얼마나 끈기와 참을성을 가져야 했겠냐”며 “어머니는 사회의 문을 열어주는 교육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내 교육에 큰 초점을 뒀다”고 했다.
스트리클런드 가족이 미국에 정착한 1960년대는 인종차별이 심했다. 처음 버지니아주에 도착했을 때 군인 정복과 가장 좋은 외출복을 입은 부모가 어린 외동딸을 안은 채 여러 모텔을 돌아다녔지만 숙박을 받아주는 곳이 하나도 없을 정도였다. 그는 “딸이 자라서 자신이 사는 곳의 시장이 되고 또 연방의원이 될 거라고 상상하지는 못하셨지만, 어머니는 마음 깊은 곳에서 항상 내가 이처럼 성공하기를 바라셨다”고 했다. 또 “어머니는 나를 매우 자랑스러워 하면서도 ‘이제 선거에 이겼으니 열심히 일해서 다음번에는 더 쉽게 이겨야 한다'고 자주 말씀하신다”며 “(한국인 어머니들의) 전형적 모습을 알지 않나. 계속 나를 더 독려하신다”고 웃었다.
그는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세계 속에서 미국의 지위가 중요하다는 것과 (동맹들과의) 더 강한 파트너십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며 “바이든 행정부에서 한·미 관계에 대해 희망적”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국계 의원들과 모국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 있다”며 “한국계 미국인들이 더 좋은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한반도의 평화·번영을 위해 초당적 노력을 할 수 있게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어 “내 지역구인 워싱턴주에는 아시아와의 무역, 한국·중국인들의 관광이 무척 중요하다”며 “코로나가 종식되면 가장 날씨가 좋은 9월에 워싱턴주의 멋진 자연을 보러 와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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