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왕설래] 국회의장의 처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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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들어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은 가장 시급한 정치개혁 과제 중 하나로 떠오른다.
민주주의 신장을 위해서는 국회의장이 여당의 통제 아래 국회를 운영해 온 관례를 깨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된다.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은 삼권분립 확립과 여야 대화정치 복원에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은 재임 중에는 정파적 입장을 떠나 중립적으로 국회를 운영해 달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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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2002년 2월 국회법 개정으로 국회의장은 당적을 가질 수 없게 됐다. 당시 이만섭 의장이 최초의 무소속 국회의장이 됐다. 국회의장의 당적 이탈은 재임 중에는 정파적 입장을 떠나 중립적으로 국회를 운영해 달라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 이후에도 여러 국회의장이 ‘결정적 순간’에는 친정의 손을 들어줘 논란이 되곤 했다. 여당 역시 의장이 자신들 편을 들어주길 바라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13일부터 이틀 연속 의장석에서 내려와 국정원법 개정안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에 대한 야당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를 강제 종결하는 투표에 참여했다. 2012년 국회선진화법 도입 이후 국회 표결에 의해 필리버스터가 끝난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박 의장이 여당에 한 표를 보탠 것이다. 국민의힘은 “의장의 존재 자체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국회의장도 국회의원이므로 본회의 의결 절차에 참여해 표결할 수는 있다. 19, 20대 국회만 따져봐도 4명의 전임 국회의장은 모두 본회의에서 개별 국회의원 자격으로 법안은 물론 의사진행 관련 표결에 참여했다. 그러나 여야 입장이 첨예하게 맞선 필리버스터 봉쇄 투표까지 국회의장이 참여해 중립성 논란을 자초한 것은 입법 취지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박 의장은 지역구인 대전의 아파트를 아들에게 증여해 놓고는 “처분했다”고 주장해 빈축을 샀다. 조국 전 법무장관 아들에게 허위 인턴증명서를 발급해 준 혐의로 기소된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법사위로 옮기는 것도 승인해 구설에 올랐다. 국회의장이 처신을 잘못하면 입법부의 권위도 함께 떨어진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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