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포럼] 만델라 정신
의회 경시 풍조·정치분열 조장
여당 오만이 이성적 사고 흐려
포용·화합 없는 통치는 실패할 것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넬슨 만델라. 지난 5일은 그가 떠난 지 7주기 되는 날이었다. 아직도 그를 잊지 못하는 이들은 만델라를 ‘타타 마디바(Tata Madiba)’로 기억한다. ‘존경하는 아버지’라는 뜻이다. 왜일까. 10%의 백인이 90%의 유색인종을 가혹하게 억압했던 백인통치 시절. 그는 악명 높은 아파르트헤이트(apartheid·인종차별정책)에 대한 저항으로 27년간 감옥 독방에 갇혀 지냈다. 보통 사람이라면 강산이 세 번 바뀔 동안 와신상담하며 ‘복수의 칼날’을 갈았겠지만, 그는 달랐다. 자유의 몸이 된 그는 1992년 5월 포트하레 대학에서 “민주주의가 없으면 평화도 있을 수 없다”는 명연설을 했다. 훗날 ‘만델라 정신’의 토대가 됐다. 민주주의를 통해 평화를 가져오고, 그 평화를 토대로 용서와 화합, 자유도 쟁취할 수 있다는 게 키워드다. 1994년 첫 흑인 대통령으로 선출된 그의 일성도 ‘용서하되 잊지는 말자(Forgive without forgetting)’이다. 보복·숙청이라는 과거보다는 ‘포용’이라는 미래를 선택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지만, 정부의 조급증이 자칫 신권위주의를 더욱 부추길까 걱정이다. 맹자가 말하는 인간의 본성 중 으뜸은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인간이 짐승과 구분되는 건 부끄러워할 줄 안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후안무치한 정치에 국민들이 오히려 낯 뜨거울 정도다. 민의의 전당 국회에서 협치·대화란 단어는 자취를 감췄다. 장관들의 존재감은 사라진 지 오래고, 모든 권력의 청와대 쏠림 현상은 심화됐다. 여당은 코로나19 확산과 집값 폭등, 민생경제 파탄 등 모든 잘못을 야당의 발목잡기 탓으로 돌린 채 청와대의 거수기로 전락했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은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오늘날 민주주의는 군인이 아닌 선출된 지도자에 의해 무너진다”고 지적했다.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공동체의 적(敵)은 민주주의 규범을 훼손하는 이들이다. 대통령의 철학과 정치를 ‘통치권’으로 포장한다고 추악함이 가려지는 건 아니다. 오만한 권력은 무너지고, 관용과 화합을 모르는 통치는 실패하기 마련이다. 만델라는 “최선의 무기는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새삼 오만·불통으로 얼룩진 작금의 ‘삼류 정치’에 던지는 울림이 묵직하다.
김기동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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