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살며] 안전 문화

남상훈 2020. 12. 16.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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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 오기 전에 일본의 발전소에서 근무했다.

자원이 고갈돼 석유에 의존하던 일본에서 LNG는 미래 에너지로서 원자력과 더불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적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유망했다.

그 안전의식이 개인, 조직, 또는 사회의 의식과 행동을 좌우하는 정도의 깊이와 넓이를 가지고 있는 일종의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닌지 제시했다.

그 조사와 검토 결과를 계기로 '안전문화'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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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국에 오기 전에 일본의 발전소에서 근무했다. 정확히 말하면, 근무지는 LNG 화력발전소였다. LNG란 기체인 천연가스를 냉각함으로써 액체화한 액화천연가스이다. 자원이 고갈돼 석유에 의존하던 일본에서 LNG는 미래 에너지로서 원자력과 더불어 이산화탄소 배출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적은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로 유망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동일본대지진으로 인해 완전히 뒤집혔다. 규모 9.0, 최대 진도 7을 기록하였고, 일본에서 일어난 근래에 보기 드문 최대 규모의 지진이었다. 9년 전에 일어난 그 지진으로 인하여 일본열도는 큰 타격을 받았다. 특히 원자력발전소가 있는 지역의 주민은 방사선 위협과 오염으로 생명의 위기만이 아니라 직업과 집, 고향이라는 생활권의 기반과 꿈, 희망까지 모두 상실되었다. 설마 했던, 일어날 수 없는, 있어서는 안 되는 사고였다. 그렇다고 해서 원자력에 대해 아무런 안전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일본에서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나 프로의식이 있기에 작업 중의 사고나 재해에 대해서는 최선의 주의를 기울인다. 다만 당시 원자력은 안전하고 깨끗하다는 고정관념과 함께 그만큼 큰 규모의 재해를 상상하지 못했다. 지금도 일본에서는 해마다 홍수, 지진 등 자연재해가 잦다. 피해를 받을 때마다 인간의 힘을 훨씬 뛰어넘는 자연의 힘을 과시하고 있다. 자연은 뼈아픈 재해를 일으키면서도 인간의 잔꾀에 많은 경종과 시사를 준다.
1986년 발생한 체르노빌 사고의 원인을 조사하는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사고의 근본 원인으로 원자력발전소를 운전하는 사업자나 현장의 작업자, 나아가서 국가 차원에서도 원자력 안전에 대한 의식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주시했다. 그 안전의식이 개인, 조직, 또는 사회의 의식과 행동을 좌우하는 정도의 깊이와 넓이를 가지고 있는 일종의 ‘문화’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이 아닌지 제시했다. 그 조사와 검토 결과를 계기로 ‘안전문화’라는 말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안전문화는 조직과 개인이 안전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풍토나 기풍을 말한다. 현재의 코로나 역시 하나의 재해라고 볼 수 있는 지금, 심각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사회와 개인이 공유해야 하는 안전인식이 필요할 때이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문화는 장기간에 걸쳐 외부적, 내부적인 것이 합쳐져 만들어져 독자적인 패턴을 형성해 나가기 때문에 고집성이 있고 변화하기 어려운 요소도 있다. 그러나 그 내부에 많은 모순과 외부 환경의 변화로 인해 그 문화는 다른 새로운 통합을 찾아서 변해 간다. 우리의 삶과 생활을 높여 가는 데 있어서 안전이 모든 것보다 우선되고 중요시한다는 ‘안전문화’는 어느 현장에서나 당연하게 다뤄지고 귀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한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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