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신경세포에게 배우는 코로나 방역

남상훈 2020. 12. 16.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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냄새 등 과도한 외부 자극 땐
세포 보호기전 작동 접촉 막아
마스크 착용 코로나차단과 유사
세포 들여다보면 우리 살길 보여

사람의 뇌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가 서로 정교한 상호작용을 하며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조율한다. 신경세포들은 우리 몸 안팎의 다양한 자극을 감지하는데, 이러한 활동은 대부분 수용체란 단백질을 통해 이뤄진다. 그간 다양한 형태의 수용체가 발견되었는데, 그중 G-단백질 결합 수용체는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과 2012년 노벨 화학상 선정으로 주목을 받았다. 빛을 감지하는 광수용체, 향을 감지하는 후각수용체는 물론 우리 심장박동에 관여하는 아드레날린 수용체도 이에 속한다. 현재 개발되는 대부분의 약물이 G-단백질 결합 수용체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만 보더라도 이 수용체의 중요성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수용체는 과학적인 중요성을 넘어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연계하여 우리 사회에 매우 흥미로운 시사점을 준다. 이는 뒤에서 다뤄보자.

G-단백질 결합 수용체의 활성기전에 대해 2004년 노벨상 주인공인 후각수용체의 예를 통해 간단히 알아보자. 후각수용체의 활성은 다음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먼저 신경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후각수용체가 숨을 통해 들어온 냄새물질을 감지한다. 냄새물질을 감지한 후각수용체는 세포 내 신호전달 단백질인 G-단백질을 활성시키고, 활성화된 G-단백질은 다시 세포 내 2차 전달물질을 만드는 효소를 활성시킨다. 그럼 2차 전달물질은 신경세포를 흥분시켜 비로소 우리가 냄새를 맡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럼 신경세포는 왜 이런 복잡한 방법으로 냄새를 감지할까? 이는 세포가 효율적으로 신호를 증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교수 뇌·인지과학 
예를 들어 냄새물질 하나가 10개의 후각수용체를 활성시킨다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그 수용체가 다시 10개의 G-단백질을 활성시키고, 다시 활성화된 G-단백질이 효소 10개를 활성시킨다고 가정하자. 그럼 하나의 냄새물질은 최종 1000개의 효소를 활성시켜 1000개의 2차 전달물질를 만들어 세포를 흥분시킬 수 있다. 이에 우리는 공기 중 극미량의 냄새물질도 이러한 증폭 가능을 통해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같은 냄새를 오래 맡으면 더 이상 그 냄새를 맡지 못한다. 이는 세포 보호기전의 한 형태이다. 우리가 같은 냄새를 계속 감지해 신경세포가 계속 흥분한다면, 우리가 피곤해지는 것은 물론 후각신경세포 역시 지속적인 흥분상태에서 만들어진 유해물질로 인해 스트레스가 누적되어 죽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세포가 지속적으로 흥분이 계속되는 경우, 후각수용체 활성을 멈추게 하는 안전장치가 작동한다. 이 안전장치를 통해 세포는 휴식하며 다음 냄새 감지를 준비한다. 그러한 안전장치는 대략 2가지가 존재한다, 하나는 과도한 냄새 자극이 있는 경우, 세포는 후각수용체에 표식을 달아 G-단백질이 붙을 수 없게 만든다. 이렇게 하면 냄새가 코로 들어와 후각수용체를 활성시켜도 G-단백질을 활성시킬 수 없으므로 결국 세포는 과도한 흥분을 피할 수 있게 된다. 다른 하나는 과도한 냄새 자극에 노출된 후각수용체를 세포 안으로 끌어들여 냄새물질과의 접촉을 차단함으로서 더 이상 후각수용체가 활성할 수 없도록 만들어 과도한 세포의 흥분을 차단한다.

다소 비약이 심하겠지만 이제 이러한 세포의 보호기전을 코로나19 확산에 연계하여 우리 사회에 적용해보자. 세포를 우리 사회로, 후각수용체에 대한 냄새물질을 코로나바이러스로, 후각수용체를 통한 신호 증폭을 감염의 확산이라 가정해보자. 보호기전이 작동하지 않으면 후각수용체를 통해 신호가 무차별로 증폭할 것이다. 이는 제어 없는 n차 감염을 통해 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확산되는 상황과 유사하다. 그리고 세포가 후각수용체를 세포 내로 끌어들여 냄새물질과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은 마스크를 쓰고 코로나바이러스와의 접촉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여 코로나19 확산을 차단하는 것과 유사하다. 후각수용체에 표식을 달아 다음 단계인 G-단백질과의 활성을 차단하는 것은 마치 감염자를 찾아내 격리하여 2차 감염을 차단해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하는 것과 유사하다. 언제나 깨닫는 것이지만 세포를 골똘히 들여다보면 가끔은 우리가 살길이 보이곤 한다.

근 1년간 지속된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해 몸도 마음도 완전히 탈진 상태로 너무 맥빠지는 연말이지만, 이런 연말이 우리 삶에 마지막이길 기원해본다.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백신 접종 소식이 들리는 만큼 2021년은 2020년과는 분명 다를 것이라 또 기대해본다.

문제일 대구경북과학기술원 교수 뇌·인지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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