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치맥 대사' 그리고 '불고기 영사'

2020. 12. 16.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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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본에서는 한 해를 정리하는 연말시즌에 '유캔 일본 신조어·유행어 대상'의 시상이 이루어진다. 이 상은 그 해에 많은 사람들에게 화제가 되었던 유행어나 신조어를 선정하여 표창하는 상이다. 위원회의 엄격한 심사를 통해 그 해의 대상과 톱10이 결정되는데, 한 해의 사회적 흐름과 트렌드를 잘 파악할수 있어서 많은 일본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도 예외없이 지난 1 년 동안 세상을 떠들썩하게한 신조어·유행어 중 으뜸을 공개했고 일본의 모든 언론 지면들도 하루종일 해당 기사로 도배가 됐다. 올해는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여파로 사회·문화의 격변과 관련된 표현이나, 코로나로 인한 새로운 생활양식에 따른 행동을 나타내는 단어가 많이 눈에 띄었다.

대상으로는 코이케 도쿄도 지사가 유행시킨 밀집·밀폐·밀접 등 3가지를 피해야 한다는 의미의 '3밀'이 차지했다. 그 외에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지난 4월 모든 가구에 2장씩 배포한다고 발표한 이후 줄곧 희화화됐던 '아베노마스크', 코로나19 퇴치의 소망을 담은 일러스트 요괴 '아마비에' 등 코로나19 관련 단어들이 대거 톱10에 포진했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단어는 현빈이 주인공을 맡았던 '사랑의 불시착'이라는 한국 드라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한 '집콕 소비'의 영향으로 동영상 전송서비스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특히 2020년 2월부터 넷플릭스에서 배급이 시작된 이 드라마가 방영 이후 줄곧 1위를 하면서 드라마 소외계층이었던 중년 남성들 사이에서 신드롬을 일으켰고, 심지어는 일본의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도 전체 편을 시청했다고 밝혀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주연 현빈 씨는 여성에 대해 지배적이 아니라 여성의 삶을 지탱하는 자연체로 이상적인 인간성을 구현했고, 남북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연기에서 그 벽을 극복했다고 높게 평가된다. 한일 문화 전문가들은 이 드라마 신드롬을 계기로 그 동안 잠시 숨고르기를 해왔던 한류 붐이 다시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 지난 2004년 '겨울 연가'의 배용준을 중심으로 일으났던 최초 한류 붐 이후 2010년에 소녀시대, 카라 등이 끌고왔던 제2차 한류, 2017년부터 트와이스, 방탄소년단의 제3차 한류에 이어 이른바 '제4 한류 붐'의 스타트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4차 한류 붐은 일본 곳곳에 다양한 영향을 끼치고 있지만 가장 먼저 움직이는 분야는 역시 예상대로 먹거리 문화다. '사랑의 불시착'에선 주인공과 일행들이 둘러앉아 치킨을 먹는 장면이 특히 자주 등장하는데, 덕분에 한국식 치킨이 일본에서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물론 일본 이자카야(居酒屋)에도 '가라아게'(唐揚げ) 메뉴가 없는 곳이 없을만큼 닭튀김 요리 자체는 일본인들에게도 친숙하나 여타 안주들과 비슷한 크기의 접시에 한 입에 먹을 수 있을 정도의 조각으로 잘려져 나오는게 보통이다. 이에 반해 한국식 치킨은 같은 '닭'을 사용한 튀김음식이지만 압도적인 볼륨감과 다채로운 레시피로 맥주로 목을 축여가며 치킨을 손에 들고 뼈를 발라먹는 모습은 일본인들의 눈에는 '이국적인' 풍경으로 다가온다.

한국 음식점과 술집이 즐비한 '한류의 성지' 신오쿠보(新大久保)에서도 한국식 치킨전문점은 코로나19 확산 가운데서도 대부분 만석일 정도로 연일 손님들로 북적인다. 이 밖에도 코로나로 전국의 모든 음식 분야가 사상 최악의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한류의 대표메뉴인 일본식 불고기 '야키니쿠' 업종은 업계에서도 깜짝 놀랄만큼 약진하고 있다. 350여개 이상의 다양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외식체인업체 와타미가 2022 년 3월말까지 약 30% 이상인 120개 점포를 불고기 매장으로 전환한다는 발표를 필두로 다른 외식 대기업들도 불고기 매장 전환 및 신규 출점을 서두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불고기 열풍이 특성상 일반 술집보다 10배 이상 자주하는 환기(換氣) 덕에 코로나 시대에 인기를 끈다는 분석을 하고 있지만 한류의 영향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는 게 일반적이다.

아직까지 한일관계는 매우 냉랭하지만 일반 서민들의 오감(五感)까지 억지로 제어할 수는 없다. 이렇게 보고 먹는 '오감'이 국가간 외교의 '교감'으로 승화되는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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