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주호영의 사자후

김희원 2020. 12. 16.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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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5일간의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한 14일 주호영 원내대표의 26분 본회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소신대로 결정해야지 청와대가 무서워 시키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민주주의냐"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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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가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간의 국민의힘 필리버스터를 마무리한 14일 주호영 원내대표의 26분 본회의 발언이 화제가 됐다. 그는 “180석의 힘으로 무슨 법이든 다 통과시키니 시원한가” “(공수처의) 힘으로 정권이 지켜질 것 같나”라며 여당의 독주, 문재인 대통령의 일방통행을 짧은 시간 동안 강렬히 비판했다. 종료 투표를 위해 모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야유를 뚫고 그는 사자후를 토했다. 어떤 이는 예상치 못한 주호영의 야성을 발견했다고 했고, 진심이 느껴진다고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 한 사람 한 사람이 헌법기관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소신대로 결정해야지 청와대가 무서워 시키는 대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게 민주주의냐”라고 일갈했다. “정권의 부정·비리를 수사하는 사람들을 전부 내치고 이게 법치주의냐”고 반문했다. “야당 입 틀어막고 일방통행한다고 장기집권이 유지될 것 같나” “맹종자들 때문에 정권이 망한다”라고도 했다. 문 대통령의 취임사에 담긴 국민의 열망을 언급하며 그때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호소했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의 비판은 지난 정권 자신들의 과오에 대한 기억을 담고 있다. 대통령과 다른 소신을 밝혔다는 이유로 원내대표를 물러나게 하고 학살공천한 박근혜 정권의 새누리당에는 헌법기관의 자존심이라곤 없었다. 국정원 선거 댓글 수사를 한 검찰총장 찍어내기 역시 법치주의와 거리가 있었다. 여론을 묵살·조작하며 밀어붙인 국정 교과서 일방통행은 기가 막힐 지경이었고, 태극기 부대만 바라보다 망한 맹종의 폐해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러나 내로남불로 치닫지 않는 것은 “우리도 다 집권해 봤고, 집권 말기가 어떤지 다 겪어본 사람들”이라는 대목에서다. “권력을 잡았을 때는 무서운 게 없다. 오뉴월 호박덩굴이 언제든 뻗어갈 것 같지만 서리 내리면 어디로 가나”고 할 때 독주하다 추락한 권력자의 자기 성찰이 보인다. 그의 비판이 절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이 정권도 권력이 영원하지 않음을 자각한다면 초심을 기억하련만, 서리를 맞은 뒤에야 가능할 것이 안타깝다.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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