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승 골프칼럼](31)골프장 경영자들에게 호소한다

2020. 12. 16.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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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다수 골프장들이 코로나 특수에 편승해 코스의 품질과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린피와 카트비, 캐디피를 턱없이 올려 문제가 되고 있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골프의 문제점은 너무 재미있어서 한번 배우면 쉽게 끊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1457년 스코트랜드의 왕 제임스 2세는 골프를 법으로 금지시켰다. 12세 이상의 남자들은 활쏘기와 칼쓰기를 훈련하여 외세의 침입에 대비해야 하는데 그들이 훈련을 게을리하며 골프에만 열중하는 것을 우려해서였다. 골프금지법은 제임스 3세와 제임스 4세까지 계속 되다가 1500년에 폐기되어 다시 자유롭게 즐길 수 있게 되었다. 1500년은 제임스 4세가 골프를 치기 시작한 후 2년 째 되는 해였으므로 그가 골프의 재미를 인정하였다는 추측이 가능하다. 국민에게 금지시키고 왕이 혼자서 골프장에 갈 수는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의 골프인구는 4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당시 스코트랜드에서는 남자들만 골프를 쳤지만 우리나라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골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코로나 시대에 즐길 수 있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스포츠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골프 인구 증가세로 보아 우리나라는 머지않아 골프종주국 스코트랜드의 전체 인구 수 보다 더 많은 골퍼들이 살고 있는 제2의 골프 종주국이 될 기세이다. 스코트랜드처럼 법으로 골프를 금지시키지 않는 한 우리나라 골퍼의 골프사랑은 멈춰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골프 대중화를 지향하고 골퍼들의 경제적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퍼블릭 골프장의 취득세, 재산세, 종부세 등의 세금을 회원제 골프장과 비교해 대폭 인하해 주었다. 퍼블릭 골프장들은 골퍼가 내는 그린피에서 납부해야 하는 개별소비세, 농어촌특별세, 교육세 등도 감면 혜택을 받아 골퍼당 21,120원 정도의 세금을 절약하여 이익을 늘여가고 있다. 골프 대중화를 위한 정부의 정책은 올바른 방향이고 환영할 일이지만 그 혜택이 골퍼에게 전혀 오지 않고 골프장의 배만 불리고 있는 것이 문제다. 500개가 넘는 골프장들이 금년에 벌어들인 순 이익은 어림잡아 2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골프는 아직도 부유한 사람들의 스포츠라고 인식되고 있지만 상황은 변하고 있다. 스크린골프에서 배운 골프를 필드에서 체험해 보기 위해 많은 젊은이들이 골프장으로 나오고 있는데 그들 중에는 부유하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어떤 젊은이들은 주말에만 골프를 칠 시간이 나는데 4명이 모여서 조금이라도 그린피가 싼 곳을 찾아 몇 시간씩 운전을 한다. 은퇴자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그린피가 비싼 주말을 피해서 주중에 특별할인을 하는 골프장을 찾아서 먼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제 그들이 갈 수 있는 골프장들은 거의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폭발적인 특수를 누리고 있는 골프장들의 무자비한 그린피 인상이 도저히 납득될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골프장은 기업이므로 최대한의 이윤 추구를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 경영에서도 지켜야 할 윤리성 도덕성 공정성이 있는 것이 아닌가? 골프장이 제공하는 코스의 품질과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았는데 끝이 없이 오르는 그린피와 카트피를 어떻게 이해할 수가 있겠는가? 골프장이 가져간 막대한 이익금에는 한달 동안 용돈을 절약해서 겨우 라운드에 나갔던 젊은이와 은퇴자의 그린피도 포함되어 있다. 금년의 퍼블릭 골프장 경영자들은 대부분 기업의 윤리, 도덕, 공정을 무시하고 비양심적인 이윤추구를 통해서 사상 최고의 성과를 올렸던 것이다.

많은 골퍼들이 차라리 퍼블릭 골프장의 각종 세금을 회원제 수준으로 인상하여 골퍼들이 세금납부에 공헌했다는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필자는 그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게 세금이 인상되면 언제일지 몰라도 그린피가 인하될 수 있는 가능성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그대신 골프장 경영자들에게 호소하고 싶다. 부디 이성적으로 판단을 하여 그린피를 적정수준으로 인하하고 합리적인 이익금을 챙겨가기 바란다. 골프장과 골퍼가 반목하며 마음 속에 원한을 키워가지 말고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우리나라의 골프산업이 발전될 수 있다. 지금은 골프장의 힘이 독과점 회사와 같이 골퍼보다 우위에 있는 시장상황이지만 언젠가 상황이 역전될 것이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다. 이 칼럼이 2021년의 경영계획을 확정해야 하는 골프장 경영자들의 양심을 깨워주기 바란다.

*골프 대디였던 필자는 미국 유학을 거쳐 골프 역사가, 대한골프협회의 국제심판, 선수 후원자, 대학 교수 등을 경험했다. 골프 역사서를 2권 저술했고 “박노승의 골프 타임리프” 라는 칼럼을 73회 동안 인기리에 연재 한 바 있으며 현재 시즌2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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